브런치 이곳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 중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작가님은 몇 퍼센트일까? 70퍼센트? 80퍼센트? 아니! 내 예상으로는 5만 8천 퍼센트라고 확신한다.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에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도 책을 출간하는 것에는 진심이어서, 대충 줄거리만 이야기해 줘도 대신 글도 써 주고 책을 내주는 곳도 수두룩한데 심지어 글깨나 쓴다는 브런치 작가라면 출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출간의 꿈을 안고 들어온 이 브런치. 사실 이곳에 들어와 열심히 또 꾸준히 글을 쓰면 암행어사 같은 출판사 직원의 눈에 띄어 일정 기간만 잘 참고 기다리면 나에게도 책을 출간할 기회를 주는 줄만 알았다. 그렇다. 그건 기회가 주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지 모두에게 공평하게 책을 내줄 기회를 준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건 글 쓰는 플랫폼 브런치에 대한 밖에서 바라보는 환상이었을 뿐 막상 안으로 들어와 지내다 보니 그건 정말 허황된 꿈이며 희망고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누가 봐도 글이 좋거나 어찌어찌 운이 좋거나 해서 책을 출간하는 사람들의 기쁨에 찬 모습을 마주치기도 한다. 정말 기뻐할 일이고 정말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출간을 기준으로 딱 출간 2주 전쯤과 출간 2주 후쯤이면 출간의 영광도 기쁨도 모두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신인가수의 노래가 유명해질지 묻힐지도 금방 알아채는 신묘한 귀를 가진 나는 브런치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로 글의 옥석도 가려내는 눈을 가진 걸 알게 되었다. 내가 픽한 작가님들은 자신을 알아봐 주길 기다렸다는 듯 책을 줄줄이 내었고 출간이 아니라면 요새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 헤드라잇에 기고하게 됐음을 기뻐하는 글을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참으로 내 일처럼 기뻐했다. 책만 내면 이제 다 끝난 줄 알았으므로.
그토록 꿈에 그리던 책을 냈으니 내기만 하면 모두가 성공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책을 내는 그날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책을 사 읽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을. 하긴 나부터도 작년에 책을 산 기억이 전혀 없으니 할 말은 없다. 아이들 학습용 책인 개념유형 수학이라던가 디딤돌 국, 과, 사 모음책만 내 지갑을 열어 책을 샀을 뿐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이나, 마음에 잔잔히 와닿는 에세이, 큰 울림이 있는 시집은 산 기억이 없다. 바로 옆 도서관에서 간간이 빌려오기만 했을 뿐.
작년 한 해동안 그래왔는데 새해가 되었다고 뭐가 달라질까. 안 사 버릇하니 안 사는 게 습관이 되었다. 사는 사람은 없고 책을 출간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늘어만 간다. 서점에 가면 책이 넘쳐난다.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광고했던 책은 그새 빛을 잃어 새로 나온 책과 바통터치를 했다. 손이 잘 가는 매대에 올려져 있던 책은 손이 잘 닿지 않는 아래로 내려간 후에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그마저도 자리를 옮겨 더 깊은 안쪽 서가에 차곡차곡 진열된다. 책은 갈수록 안 사도 되는 항목으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인데 연예인들은 참 책을 많이 낸다. 글솜씨가 수려하지만 이름 모를 작가들의 책은 안 팔려도, 이미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들의 조금 서투른 책은 불티나게 팔린다. 이런 이유로 출판사에서는 안 팔리는 책을 찍어내기보다 이미 유명한 연예인들의 책을 내는 게 오히려 마진이 남으니 당연히 저울질을 하게 된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출판사도 수익을 내야 하니 더 잘 팔리는 책을 찍어내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돈을 좇는 책만 좋아라 한다고 그들을 누가 욕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겠다는 다부진 포부와 간절한 소망이 없다면, 내가 썼지만 내가 봐도 고개가 갸우뚱해질 정도의 책이라면, 책으로 유명해질 생각일랑 때려치우는 게 깔끔하다. 책을 출간한다 해도 인스타나 페북으로 자신의 구독자들에게 아쉬운 소리 해가며 책을 좀 사주십쇼 주기적으로 말을 꺼내야 하니 SNS를 하지 않는 사람이나 히키코모리가 책을 내게 되면 2쇄 인쇄는커녕 1쇄의 거의 모든 책을 대형난로에 땔감으로 써야 할 지경까지 가야 할지도 모르니까.
책으로 유명해지려는 생각보다 차라리 이쯤 되면 연예인으로 먼저 뜨는 게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유튜버가 되던지 어그로를 끌어 색다른 경로로 유명인사가 먼저 된 후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지면 그제야 책을 내는 것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습지만 해봄직한 고민이 앞선다. 책을 써서 유명해지고자 했는데, 먼저 유명해져야 책이 잘 팔리는 아이러니라니.
근데 연예인은 뭐 아무나 되나?
어느 날 인스타 릴스를 보다가 멍~! 한 적이 있다.
"책은 읽고 싶은 책을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문구 때문이었는데 그럼 어떨 때 책을 사야 하나 고민을 하려는데 바로 이 문구가 나왔다.
"우선 책을 산 후에 그중에서 골라 읽는 겁니다."
책을 출간하는 것에 우리 모두 진심이라면, 책이라는 이 귀한 것이 지구상에서 사라질까 봐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골라서 책을 살 일이 아니다. 우선 사고 나서 그중에 골라 읽는 것은 어떨까.
표지가 너무 예뻐 무턱대고 산 책인데 내용에 또 한 번 반한 책 -"이 경" 작가님의 "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줄여서 "노래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