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초록은 다르지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
엄마는 말하셨지
하늘도 파랑
연두도 파랑
청록도 파랑
녹색도 파랑
파랑은 당연히 파랑
푸르스름한 기운이 들어가 있는 그 모든 것에는 그냥 그렇게 파랑으로 하나가 되었지.
그 모든 푸름을 파랑으로 퉁을 쳤다고나 할까.
언젠가 내게 말씀하셨어.
초등학교라 쓰고 국민학교를 떠올리는 그 나이 나에게.
"파란색 소쿠리 가온나."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야.
결단코 파란색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꽤 꼼꼼한 나였는데 말이지.
어쩔 수 있나.
왔다 갔다 다리 아플 테고 살림살이도 많지 않았으니 꼼수를 써야지.
파란색 대신 얼추 비슷한 하나를 들고 엄마 앞으로 가 빼꼼 보여주었지.
이게 아니라고 하셔야 하는데
아무 말씀도 않고 그냥 넙죽 받으시는 거야.
난 어이없어서 꽥 소리를 냈지.
"이게 파랑이야? 이건 초록이지!"
오늘 아침.
막둥이가 가방을 챙기는데, 분명 전날 열심히 영어 단어 외우는 걸 봤는데
그러니 영어스프링 노트를 당연히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안 챙기는 거야.
에효. 욘석이 이렇게 덤벙거려서야 앞으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겠노.
한 소리 해야지.
"초록색 노트 필요 없어?"
하고 얼른 가방에 넣으라는 힌트를 주었는데 돌아오는 말은
앗! 깜빡했네! 가 아니라
"엄마~ 이게 무슨 초록이야~
청록이지!"
옴마야?!?!?!
그래 너 잘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