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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Mar 24. 2023

어른이 되면 달라지는 색깔

파랑과 초록은 다르지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 

엄마는 말하셨지


하늘도 파랑

연두도 파랑

청록도 파랑

녹색도 파랑

파랑은 당연히 파랑


푸르스름한 기운이 들어가 있는 그 모든 것에는 그냥 그렇게 파랑으로 하나가 되었지. 

그 모든 푸름을 파랑으로 퉁을 쳤다고나 할까.


언젠가 내게 말씀하셨어. 

초등학교라 쓰고 국민학교를 떠올리는 그 나이 나에게.


"파란색 소쿠리 가온나." 

아무리 찾아봐도 없는 거야. 

결단코 파란색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꽤 꼼꼼한 나였는데 말이지. 

어쩔 수 있나. 

왔다 갔다 다리 아플 테고 살림살이도 많지 않았으니 꼼수를 써야지.

파란색 대신 얼추 비슷한 하나를 들고 엄마 앞으로 가 빼꼼 보여주었지. 


이게 아니라고 하셔야 하는데 

아무 말씀도 않고 그냥 넙죽 받으시는 거야. 


난 어이없어서 꽥 소리를 냈지. 


"이게 파랑이야? 이건 초록이지!"






오늘 아침. 

막둥이가 가방을 챙기는데, 분명 전날 열심히 영어 단어 외우는 걸 봤는데 

그러니 영어스프링 노트를 당연히 가져가야 할 것 같은데 안 챙기는 거야. 

에효. 욘석이 이렇게 덤벙거려서야 앞으로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겠노. 

한 소리 해야지. 


"초록색 노트 필요 없어?" 

하고 얼른 가방에 넣으라는 힌트를 주었는데 돌아오는 말은 

앗! 깜빡했네! 가 아니라 


"엄마~ 이게 무슨 초록이야~

청록이지!"


옴마야?!?!?!

그래 너 잘났다. 




출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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