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뒤에는 물음표가 나와야 하지만 전혀 물을 의도라고는 1도 없는 그냥 해 보는 말이라는 억양이 고스란히 실려 마침표를 찍어 주었다.
아무튼 자신의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마누라인 나에게 건네준다.
마치 원래부터 자신의 핸드폰이 아니라 마누라 핸드폰을 마누라에게 주는 것 같달까.
으응. 좋아. 이 거부감 없는 자연스러움 너무 좋아.
핸드폰을 달라고 했는데 살짝 멈칫거리거나, 주기 싫다고 말한다거나 그런다면 없는 의심도 생길 판인데 이런 자연스럽고 매끈한 결백함이 참으로 좋다.
남편의 핸드폰을 건네받은 나는 브런치 앱을 켜서 톱니바퀴 설정을 켜고 구독자 새 글 알람에 들어가 알림 설정을 해제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남편의 계정을 로그 아웃하고 브런치 어플을 살포시 눌러 삭제를 해주었다.
오우 예에~~~~~~~~~~~~~~~~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아니 방울 빼기 성공이닷~
얏호~
이제 나는 아무 글이나 마음껏 쓸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남편은 내가 브런치언이 되었을 때 나를 구독하기만 했지, 내 글을 읽지는 않았었다.
워낙 글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서 내 글을 읽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았기에, 나는 마음 가는 대로 내 손가락이 가는 대로 글을 썼었다. 남편 자랑도 솔찬히 했지만, 남편 흉도 제법 보았다. (오늘도 내 글 통계 유입단어에 "쩝쩝거리는"이란 단어가 있는 걸 보고 허억... 했을 정도이니, 사실 남편이 봐서 좋을 게 하나 없는 일이긴 하다.) 흉을 좀 보거나 다소 수위가 있는 글일 경우에는 나보다 구독자님들께서 먼저, 걱정을 해주시곤 했다.
"이 글은 남편분이 보실까 봐 제가 다 걱정이 됩니다."
뭐 이런 류의 댓글인 것 같다. 글을 위해 가정의 평화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작가를 염려해 주심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그 당시 분명 남편이 읽지 않을 거란 건 확신했지만, 문제는 알람이었다. 절대 글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라도 가끔 알람이 가면, 게다가 제목이 자기 이야기인 듯싶으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저절로 글을 클릭하게 되는 것이 사람 아니던가.
이걸 혹시나 남편이 볼까, 보고 혹시나 오해를 할까 싶어 살짝 주저가 되었었다.
또 가끔, 남편에게 바라는 점이나 푸념 비슷한 것을 쓴 날이면 읽지 않았을 게 분명한데도 남편이 행동을 고친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 글을 읽은 것 같은 합리적 의심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 글 읽었어?라고 물어보기엔
왜 내 글을 안 읽는 거냐고 오히려 읽으라 독촉을 하는 것만 같아 더 물어보기가 난감했었던 으... 골치 아픈 나날들.
그런데
이제
난 자유인이 된 것이다!
남편이 이제 내 글을 절대 안 볼 거라는 건 확실해졌다.
왜?
브런치 앱 로그아웃에 브런치 앱을 삭제했으니까! 두 번 다시 내 글을 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
남편이 보면 어떡하지? 했던 그 고민은 이제 저 언덕, 무지개 끝 어딘가로 보내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