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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22. 2022

그가 탈북한 이유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가을의 속삭임>을 들어보셨나요


https://youtu.be/otBU7F5INZk



피아노를 치는 시간이 즐겁다.
피아노를 치면 내가 사는 이 희한한 세상을 잠시 잊을 수 있다.
피아노를 치면 사람들은 내가 만들어낸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찬사를 보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할 뿐이다.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그녀만을 앞에 두고 이 아름다운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공산주의 체제에 있어도 난 다행히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녀가 웃는다.
내 사랑스러운 그녀가 나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는 방긋 웃어 보인다.
행복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에 정치체제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피아노 연주를 여성 동지에게 들려주었다는 이유로. 

나더러 반동분자의 기질이 농후하다고 했다.

굴욕의 인민재판을 받았다.
나의 사회적 지위와 부모님의 배경과 계급 등의 긍정적 요인의 도움으로
다행히 나의 죄는 자기 비판서 10장으로 그쳤다.

다행일까...?
자기 비판서 두 장을 쓰고, 세 장을 쓰고, 네 장을 쓴다.

써 내려 갈수록 화가 난다. 화가 나 미칠 것만 같다. 
도대체 나는 무얼 그리 잘못한 것이란 말인가?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를 한 것뿐인데
나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자기 비판서를 쓰고 있다.
마음에서 전혀 우러나오지 않는 반성문 따위
개나 줘버리고 싶다...

괴롭다...
이런 이상한 체제...
그리고 그 이상한 체제 속에 내가 있다는 게...





김철웅 (1974, 金哲雄)은 평양 음악 무용대학과 차이콥스키 음악원을 졸업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출신의 피아니스트이다. 1999년, 25세의 나이에 평양 국립교향악단 사상 최연소로 수석 피아니스트가 되어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북한의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탈북해 2008년부터 백제예술대학교 음악과 외래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철웅은 4살의 나이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 8살이 되던 해에 평양 음악 무용대학에 조기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1994년 제10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참가하여 차이콥스키 음악원의 류드밀라 교수의 눈에 띄어 1995년부터 4년간 유학생활을 했다.

2011년 7월 가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철웅은 "2001년 여자 친구에게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곡 〈가을의 속삭임〉을 연주하다가 신고를 당해 자기 비판서 10장을 쓴 것이 탈북의 계기라고 밝혔다. 누군가가 '김철웅이 반동 음악을 연주한다'라고 신고한 것이었다. - 위키백과




*우연히 접한 김철웅 피아니스트의 소개글을 읽고 아마 그 당시에 이러지 않았을까 하고 손가락 가는 대로 한 번 써 보았습니다.


**혹시 김철웅 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 글을 쓴 것은 결례가 되는 것일까요? 조금 걱정이 되는데 언짢으셨다면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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