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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23. 2022

바라요 vs 바래요

바라요가 맞는 말인 건 아는데요.


TV 예능을 보면 분명 말은 "~~ 하길 바라~"라고 하면서 화면의 자막은 "~~ 하길 바라~"라고 나온다.

노사연 언니(?)의 "바램이었어~~" 이 노래도 그럼 "바람이었어~~~"이라고 해야 하는데 아주 귀에 찰지게 "바램~이~었~어~~"하고 노래가 나온다.


넵~ 시적 허용. 노래는 시와 오십 보 백 보 거기서 거기이므로 시적 허용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 걸 안다. 그런데 저처럼 전문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기 같은 에세이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 참 어색하기가 짝이 없는 것이다. 에세이적 허용은 안 될까요? 하하.



상심 가득한 어떤 이의 글을 읽고 마음이 동하여 그분을 위로하고자 열심히 위로의 글을 다 쓰고는 마무리 단계에 "그럼 힘내시길 바라요."하는 이 부분 "바라요"에서 나는 멈칫하고 만다. 그리고 내적 갈등이 시작된다. 공을 들여 위로에 위로를 더하고, 우주의 기운까지 끌어당겨 쓴 글의 마무리에서 아쉽게도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 어서 빨리 고민이 해결되길 바라요


그럼 어서 빨리 고민이 해결되길 바래요



바라요가 맞는 말이라는 건 알고 있다. "바래요"는 기본형이 "바래다" 즉, 색이 바래다는 의미에 적합한 것이지 바라다가 갑자기 바래요로 휙 바뀌는 건 이상한 변화과정이기는 한데, 이상하게 "바라요"라는 말을 쓰면 몸이 꽈배기로 바뀔 듯 배배 꼬이고 피부가 스멀스멀 닭의 피부로 바뀌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이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닭살이나 꽈배기로 변화되기 싫다면 절충안으로


바랍니다 를 쓰거나 원해~ 라고 대체하여 쓰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글맛이 안 산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단어는 짜장면, 자장면이 있다.

원래 2011년 8월 31일 이전까지 '자장면 만이 표준어였다. 표준어는 자장면이었으나 졸업식 하고 부모님들이 졸업한 자식들에게 물어볼 때는 이렇게 물어본다. 아들~ 혹은 딸~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갈까? 하고 말이다. 그 어떤 부모도 우리 자장면 먹으러 갈까? 하고 물어보는 어른들이 없었다. 짭짜름하지만 달큼하고 감칠맛이 있던 그것은 짜장면이었지, 자장면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글로 쓸 때는 자장면으로 쓰고 발음은 짜장면으로 하던 대한민국 대표음식 중 하나지만 중국집에서 팔던 음식은 드디어 2011년 9월부터 자장면도 되고 짜장면도 되는 복수 표준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글이 정말 환상적이고 완벽한 걸! 하고 외칠 정도로 감동과 감탄의 도가니에 전율을 느끼다가도 갑자기 엥? 할 정도로 틀린 글자, 즉 맞춤법이 틀린 것이 보이면 이상하게 그 순간부터 그 틀린 단어가 클로즈 업되고 갑자기 눈덩이처럼 점점 커져 어느새 그 단어 하나가 글 전체를 뒤덮어 버리게 보이는 병을 나는 앓고 있다. 이거 낫게 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그 틀린 단어만 보이는 통에 글의 진면목이 자꾸 마이너스되는 것이 아까워 자꾸 지적질을 하게 되는 안타깝고도 몹쓸 병이 있는 나. 그렇다고 이리 신랄하게 비판하는 나는 전혀 틀리지도 않고 정확한 맞춤법과 표준어만을 구사하느냐고? 또 그렇지도 아니하다. 완전 인간적인 사람이다. 정말 이렇게 많이 틀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틀리고 카톡을 보낼 때 소리 나는 대로 와다다다 자판을 두드린다. 나는야 정말 모순덩어리. ^^;; 다행히 이곳 브런치는 맞춤법 검사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니 고친다고 고치고 제대로 알고 있다고 생각한 단어들도 요 훌륭한 아이가 다 걸러내 준다. 정말 감사한지고.



그걸 눌러 항상 지적받는 단어는


~~하구요,

~~바래~


요런 것들이 있다. 맞춤법 검사기가 알려준 대로 모조리 바꾸고 싶지만 왠지 바꾸어 버리면 의미가 퇴색되어 버리고 바래져 가고 몸까지 배배 꼬이는 이상현상을 겪게 된다.


이것 두 가지는 짜장면의 뒤를 이어 복수 표준어 변경이 안 되는 것입니까?


정말 바라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복수 표준어 되길 바라요.


으앜ㅋㅋㅋ



배배 꼬이는 몸을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리러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구요~ 아니 되시고요~ 어흑.




물론 습관 때문일 수도 있다. '바라'와 '자장면'에 익숙한 요즘의 세대들은 '바래'와 '짜장면'이 더 이상하고 적응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봤을 때는 발음은 그렇게 안 하던데. 흠.. 이를테면 완전 옛날에 쓰던 단어 돐잔치를 돌잔치로 바꾼 것처럼 설겆이를 설거지로 바꾼 것처럼 요것은 국어를 사랑하시는 윗분들의 회의를 통하여 한국인들의 상황도 잘 살펴보시고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살짝 저의 의견을 내 보는 것이라고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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