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창작글이 어느 날 타인의 블로그에 무단 복제가 되었습니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직도 그 블로그 주인장은 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반복하여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헤드라잇에서 활동한 지 약 한 달 정도가 흘렀다.
원고료까지는 아니지만 글을 쓰면 수익이 생긴다는 말에 혹했던 건 사실이다. 글을 쓸 동기도 부여받고 말이다. 해당 플랫폼 상에서 직접 글을 쓰기도 했지만, 브런치에 써 둔 글이 제법 되었으니 가끔은 가져다가 게시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마음 가볍게 활동을 하던 어느 날.
여자의 촉이 무서운 건지 아니면 내가 유독 이런 쪽으로 이상한 감을 잘 느끼는 건지.
특정 글 하나의 조회수가 급히 올라 이유가 궁금해졌다. 헤드라잇 플랫폼에서 그 글을 자주 노출시켜서 그런 거겠거니 내가 올린 게시글이 몇 개 안 되던 때라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예전에 브런치에서 daum 메인에 실어 준 적도 있던 글이라서 역시 사람들의 웃음 취향은 공통점이 있구나 하면서도 혹시나 이번에 또 다른 곳에 올려진 건가 궁금해졌다. 구글이었는지, 네이버였는지 벌써 3주가 지나 기억이 가물하다. 둘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검색창에 해당키워드를 넣어 검색해 보았다.
헉...
내가 게시했던 글이 전혀 모르는 사람의 블로그에 떡허니 게시가 된 것이다. 응?? 뭐지?? 너 왜 여기 있니? 하고 묻고 싶었다. 왜 내 글이 똑같이 두 개가 검색이 되지?? 해당 게시물을 클릭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랬더니 내 글이 그대로 순간이동되어 타인의 블로그에 올라가 있다! 출처가 있긴 있었다. 내 필명도 그대로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다. 독자들은 글의 내용을 읽고 넘어가는 수가 다반사지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글쓴이나 출처를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는다. 대충 흘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글을 읽을 때 해당 블로그 주인이 당연히 그 글을 썼을 거라고 여길 것이다. 나도 글쓴이 이름은 잘 기억을 못 하니까.
글을 퍼갈 거라면 나의 게시글 댓글에 글을 가져가겠다고 남기고 가는 건 어려웠을까. 심지어 나의 글을 읽을 독자를 배려해 내가 신경 써서 줄 바꿈한 문단 설정은 블로그 주인장 본인의 입맛대로 편집까지 해서 문단을 몽땅 묶어두기까지 했다.
헤드라잇 운영진으로 문의를 했다. 브런치스토리는 타인의 글을 Ctrl+ C, Ctrl+V와 같이 복사, 붙여 넣기 자체가 안 되지만 헤드라잇은 그렇지 않아 내 글을 원문 그대로 가져간 블로그를 목격하게 되었다고. 아! 브런치 작가님 중 어떤 분은 이런 복사, 붙여 넣기가 안 되는 경우인데도 불구하고 브런치의 자신의 긴 글을 가져다 나른 걸 목격했다 하신 글을 본 적도 있다. 정말 대단하다. 그걸 다 타이핑했다니... 아무튼 운영팀의 빠른 조치로 해당 블로그 그 글에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렸다.
글에 출처를 밝혔다고 해도 원글 작성자의 동의 없이 글을 무단으로 복제하여 게시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해당 글의 삭제를 요청합니다.
정말 정중한 요청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한데 그뿐. 그 이후 블로그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블로그를 하지 않는 나는 혹시 댓글 알림이 안 와서 모르는 것인 줄 알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지인에게 묻기까지 했다. 혹시 블로그의 댓글 알림이 없어 새로운 댓글을 블로거가 모르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알림은 온다고 했다. 게다가 그 블로그 주인은 해당 댓글은 말 그대로 씹고 그 와중에 새로운 게시글을 계속 올렸다. 에세이는 물론이고 기자가 쓴 신문기사도 그대로 퍼가고 신문기사 밑에 "무단 전재 금지" 항목까지 그대로 긁어다 가져갔다.
*무단 전재> 사전에 허락을 받거나 사유를 말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그대로 옮겨 실음
허허. 어이가 없었다. 꽤 오랜 기간 블로그 주인으로부터 답을 기다려 주던 운영진이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내게 연락을 주었다. 연락을 취할 방법이 사실상 블로그뿐이었으니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노라고. 기다리다 못해 블로그 게시물을 네이버로 삭제 요청을 직접 하려는데 본인만 요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요청할 수 있는 링크를 나에게 전달해 주겠다고.>> 게시중단요청서비스 (naver.com)
그리고 나는 그제야 링크로 접속하여 직접 게시 삭제 요청을 했다.
오! 빠른 진행. 요청하고 24시간도 안 되어 바로 처리되었음을 알리는 메일이 왔다.
댓글 알림은 못 봐도 저 알림은 봤겠지 싶어 속으로 좀 통쾌했다.
내 글이 인기가 있다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혼자만의 이야기, 생각, 느낌인 줄 알고 조용히 앉아 글을 쓰면서 이 글을 구태여 발행하는 의미는 뭘까 하며 그래도 용기 내어 글을 발행했는데, 그런 생각을 뒤엎어버리듯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과 호응을 얻는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 맛에 글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글을 작성자의 동의도 없이 마구 가져다 나르는 건 정말 미묘한 차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 기분이 묘하게 불쾌하다. 댓글에 가져가도 되겠냐고 글쓴이에게 한 줄 남기기만 했어도, 해당 글에 삭제 요청 댓글을 남겼을 때 즉각 반응을 보이며 사과만 했어도, 난 오히려 그러시라고 흔쾌히 허락을 했을 것이다.
글은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다다다 움직여 쓰는 것이니 쉽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창작의 고통은 내가 내 머리칼을 내 손으로 다 쥐어뜯고 싶을 것만 같은 고통과 견줄 만 한데 완성된 글을 읽기만 하는 사람은 그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때론 잠시 뭐에 씐 듯 머리와 상관없이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 글 하나 뚝딱 완성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이니 예외로 두고 일반적인 경우만 든다면 말이다.
아무튼
글을 쓰고, 문장을 다듬고, 퇴고하고, 다시 또 들여다보고 완성한 자식 같은 글을 허락도 없이 함부로 가져다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구 게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에 방문자가 늘고 조회수가 늘면 광고가 붙고 수익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조치 방법을 잘 알지 못해 약 3주간의 시간이 흘러버렸고 이미 해당글에 광고까지 붙었으니 해당 블로거는 내가 이러거나 말거나 수익은 얻을 만큼 얻은 후라 타격은 1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몇 번의 조치가 취해진 블로거에게는 삼진아웃 제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미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블로그 주인은 헤드라잇에서 인기가 좀 있다 싶은 글은, 창작자의 동의도 없이 마구 가져다 퍼 나르고 있는 것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