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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ug 10. 2023

남자들은 가라, 남자는 가

여자들끼리 이야기할 거란 말이에요

*주의*

소재 특성상 적나라하고 적확한 단어 대신 은유로 이루어진 단어와 귀엽게 보이는 단어, 뜨악할 단어, 지방사투리에서 온 단어를 마구 가지고 와 쓴 글임을 미리 고지합니다. 독자님들의 너른 양해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죄송해요. 똘끼가 충만해서 그래요. 

아! 그리고 아직 안 나가신 남자분들은 다 읽고 괜히 얼굴 찌푸리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뒤로 가기를 살포시 누르시면 됩니다. :)




소중한 부분이 아팠다. 쓰라린 느낌이었다. 요새 운동을 멀리 했더니 살이 좀 붙어서 빤쮸가 꽉 끼어 그런가 했다. 레슬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레슬링 선수가 입는 팔다리 없는 점프슈트 모양의 선수복이 상대방의 공격에 주욱 잡아끌어 올려지면 뜻밖에도 공격은 아랫도리가 당하는 것처럼...

누가 내 빤쮸를 잡고 위로 끌어당기는 것도 아닌데 꼭 누가 끌어당기는 느낌이 났다. 앉은자리에서 엉덩이만 좌우로 살짝살짝 움직여 빤쮸 안에 여유공간을 만들려고 애써 보지만 그때뿐, 아프고 불편한 기운은 가시지 않았다.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화장실에 가서 빤쮸를 내리고 물로 살살 씻으며 아픈 부분을 손가락으로 탐색해 보았다. 이런 젠장!! 뾰루지였다. 이것이 그토록 자신의 탄생을 소리 높여 알린 것이었다. 하아... 큰일이다. 사나흘 후면 달거리가 시작될 것인데... 뾰루지는 이제 곧 탄생했으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할 텐데 가뜩이나 반갑지 않은 그 빨갱이 녀석과 이 뾰루지가 만날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제발 이 몸이 잠시 비정상적인 회로를 가동해 빨갱이 그것이 이번 달은 날 찾아 오지 않기를 손 모아 기도하고 싶다. 아니다. 임신 기간을 제외하고 한 번도 그것을 거른 적이 없으니 열흘만 늦기를, 아니 일주일만, 제발 닷새만 늦게 날 만나러 와주길 간절히 소망했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그날 밤, 아래로 시냇물이 흐르는 기분 나쁨에 튀어 들어간 화장실에서 빨갱이 그 녀석을 보고야 말았다. 이런 젝일슨. 저의 기도는 자동거름장치에 무조건적으로 걸러지는 겁니까. 따쉬...ㅠ 암담, 참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걸음걸이는 어그적 어그적.

쓰라려 죽을 맛이다. 인상파 형님도 울고 갈 얼굴 가득 인상을 쓰고 있다. 개떡 같은 나의 인상을 보고 막둥이는 걱정인지 불안인지 아님 그 둘의 짬뽕인지를 얼굴에 장착하고 내게 물었다.


"엄마,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어?"

"응. 엄마가 못해도 한 5일간은 굉장히 예민해지고 버럭버럭 화도 낼 예정이야. 그러니까 엄마가 괜히 너한테 화풀이를 하지 않도록 넌 긴장의 끈을 놓지 마."


"왜? 왜 그럴 예정인데?"

"꼭 알아야겠어? 그냥 모르고 넘어가면 안 될까?"

"아냐. 꼭 알아야 겠어."

"얌마, 너 꼬츠에 뾰루지 났다고 생각해 봐. 아프겠지? 아파서 짜증 나겠지? 엄마가 지금 딱 그 상황이야. 안다스탠?"



으흑. 아들을 포함, 남편과 딸 모두 나와 같은 인상을 쓰며 숙연한 분위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차마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 빨갱이 그 녀석도 함께 하고 있단 말까진 꺼낼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났다.

썽이 날대로 썽이 난 "돌출이" 그 아이는 자신의 존재감을 어디까지 알리려 하는지 매우 단단한 의사표현까지 했다. 스치기만 해도 윽, 윽 소리가 나왔다. 확 마 고마 빡!! 짤아버리면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시도하다가 저승이를 잠깐 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잠깐 코마 상태에 빠진 듯 어질어질 기절 바로 앞까지 간 것 같았다. 게다가 그것은 짤린다 한들 그것이 그 돌출이의 변사체인지, 내 몸 안에서 쳐 밀고 내려오는 빨갱이인지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흐르는 시간에 맡기기로 하고 포기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고래를 때려잡고 비뇨기과 문 밖을 나온 고딩 남자아이처럼 어그적 어그적 걷는 걸 본 남편은 나를 보다 못해 "병원엘 가지 그래."라고 말한다. "으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을 때는 생리 안 하는 날 진료받는 게 국룰이거든요?" 진짜 도움 안 되고 속 뒤집어지는 소리만 해쌌네.



그렇게 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르게 이틀이 흘렀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보며 해롱이와 카이스트의 장난스러운 몸싸움을 보고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됐다.


'뭐지. 뭐가 이렇게 편안하지?'

'가만. 나 어디가 많이 불편했는데 뭐지?'


헙! 쥐도 새도 모르게 그것은 정체를 감추고 만 것이다. 빨갱이가 다음 달에 또 보자며 내게 손 흔들고 떠날 때 뾰루지 그것도 같이 데리고 떠났는가 보다.


세상에, 이렇게 몸이 편하고 홀가분하고 세상이 이리 아름다울 수가 있나.


뭐가 되었든 날 괴롭히던 건 죽을 때까지 날 따라다니는 건 아닌가 보다. 참을 인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참다 보니 세상은 날 버리지 않았음을 참 요딴 걸로 깨닫는 나다. ㅎㅎ




**이딴 걸 쓰면서 그래도 관련한 의학지식을 좀 알려드릴까 싶어 초록창을 검색해 보긴 했는데... 하아... 거기서 뜻밖에 적나라한 사진, 그것도 여성의 것이 아닌 남성의 소중한 사진을 목격하고는 뜨억 하며 놀라서 튀어나오느라 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필요하신 분은 직접 정보를 검색하여 찾으시길 바라며, 저처럼 깜놀할 사진은 부디 피해 가시길 바랍니다.

**"병원에 꼭 가세요."라는 댓글은 사양합니다. 아마 1회성인 것 같고 또 그런 일이 있을 경우 제가 알아서 반드시 갈 테니 상호 간에 민망하고 적나라한 단어 사용은 피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짧은 소설이고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고 뻥을 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심정 매우 얄딱꾸리 합니다. 지금 이 글도 발행 버튼을 누를까 말까 백만 번 고민하고 발행하는 것이거든요. 아하하하 ^^;;

**참참, 저는 우연찮게 잘 넘어간 경우고, 일반적인 경우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저와 같은 경험이 있으신 분은 병 키우지 마시고 꼭!!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한 Alexandra_Koch님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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