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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ug 30. 2023

나무늘보는 담이 와서 그런 건가

담이 왔다

담이 왔다.

아주 씨게.

담은 담(다음)에 오라 그래

하고 언어유희를 즐기던 지인 생각도 같이 왔다.


모니터를 주야장천 들여다본다.

일도 하고

글도 쓰고

브런치도 , 읽고

헤드라잇도 쓰고, 읽고

유튜브 노래 틀어 감상도 하고

누가 보면 모니터와 한 몸인 줄 

요새 꼼짝 않고 망부석처럼 앉아만 있었더니 결국

몸이 

그중에서도 목이 파업을 선언했다.


그렇다면 꼬셔야지.

살살 달래야지.

누우면 나아질까 싶어

누워보지만 베개부터 말썽

베개를 베도, 베지 않아도

고통스럽다. 윽윽


물렁한 침대라 뒷목이 고정되지 않아 그런가.

조금 더 단단한 아들 침대로 가 누워 봤다.

잠깐 잤는지 눈을 떴는데 가위에 눌린 것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이 와중에 영화가 떠오르다니...

"킬빌"의 여전사 우마 서먼이 떠오른다.

무려 4코마 상태에 빠져 침대에 내내 누워만 있다가 어느 날 눈을 번쩍 뜨고는

사방이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본다.


노력대로 몸이 따라주면 재미없지.

가장 만만한 발가락인지 엄지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본다.

꾸움트으을.

됐다.

좀 더 움직여 본다.

꼼지락꼼지락

분명 발가락 움직이는 연습만 해놓고

바로 다음 장면은 맨발로 뛰는 모습이 나온다.

와. 역시 판타스틱한 액션물.

나중을 종잡을 수 없지.


킬빌의 여전사를 떠올리며

나도 목을 조금씩 움직여본다.

으으으으으.

죽을 맛 × 죽을 맛

한 손은 침대 프레임을 움켜쥐고

다른 손은 뒷목을 움켜쥐고

약간의 반동을 이용해 구르듯 겨우 일으켰다.

액션감이 상당할 것 같지만

이건 거의 나무늘보를 능가하는 슬로우 모션...



시간이 흐르면 낫는다는데

시간아 흘러라.

어서 흘러라.

어제까지만 해도

시간이 왜 이리 빨리 흐르는가 안타까웠는데

아, 모르겠고

어서 흘러라 시간아.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라는 지인의 조언을 들었지만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 이 으로 운전을 했다간 사이드 미러를 쳐다볼 수 없어 느림보 굼벵이로 운전하다 도로교통이 마비가 올 것 같아 아름답게 포기...


카톡을 열어

"여보...

나 담이 왔어..

씨게 왔어.."

하고 징징댔더니

파스를 좀 붙여보란다.

아.. 맞다. 파스..

너무 아프니 파스 생각도 못했네.

옳다구나 하고 약통을 열어보지만

냄새만 남기고 자취를 감춘 파스...


"여보... 파스가 없떠.."

아프니까 혀도 막 짧아진다.

혀도 아픈 거냐 되묻지 않는 무던한 사람.

퇴근길에 파스를 사 오겠단다.

오 땡큐 알러뷰쏘마치


약통 안에 굴러다니는 진통제 한 알 우선 집어 먹고..


비 오는 날

우중충한 날

마음도 별로인 날


저리 좀 가.

담에 와, 이 나쁜 놈아.

아니 우리 영영 보지 말자.ㅠ


또 누우면

도망 못 가는 킬빌의 여전사가 될까 봐

제일 편한 자세로 앉아 핸드폰으로

손가락만 열심히 움직여

이거 끄적이고 있는 중.


역시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랬는데

내 몸 너무 믿지 말고

이제 열심히 해야겠다.

운동...

있을까..




*이미지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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