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았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선 살 수 없는 인간사회에서 얽히고 얽힌 인간사의 여러 이야기를 그려냈기에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어 매 회마다 마음 찡한 장면이 참 많은 드라마였다. 그중 특히 오래 마음에 남는 대사가 떠올라 끄적여 본다.
#동석(이병헌)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선아(신민아)에게 어릴 적 이야기를 하는 장면
나중은 없어.
풍족하지 않던 옛날, 언젠가 엄마가 어디서 돼지 내장을 좀 가지고 왔는데 그걸 누나가 홀라당 내 몫까지 다 먹은 거야. 난 너무 화가 나서 방구석에 있던 요강을 들어 누나 머리에 부어 버렸지. 오줌이 눈으로 코로 입으로 다 들어가고 누나는 펑펑 울었어.
누나에게 통쾌한 복수를 해서 고소하고 쌤통이란 듯 껄껄 웃는 동석.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가만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학교에 갔다가 끝나고 집에 가면 누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집에 가니 물질하러 바다에 들어간 누나는 그날이 마지막이었어.
그래서 알았다.
나중은 없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나중"을 좋아했다.
친정 엄마한테도 "나 지금 좀 바빠. 나중에 또 전화할게요."
같이 놀자고 내 손을 잡아끄는 아이들에게 수도 없이 "엄마, 지금 시간이 없어. 나중에 하자."
다정히 말을 건네 온 남편한테도 수차례 "응, 잠깐만. 나 이거 좀 먼저 하고."
그래 왔었는데 나중은 없다는 말이 심장에 와 박히는 순간 마음이 미어졌다.
나중을 너무 믿지 말고, 지금 현재를 매 순간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데도 살다 보면 그게 참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걸, 어려워서 섣불리 그 누구도 도전을 잘하지 않는 걸, 이제 한 번 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