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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ug 23. 2023

신종 사기 - 리뷰어 알바

돈 벌기 쉬운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하마터면 사기당할 뻔했습니다. 경험은 꽤 큰 교육과 예방이 되기에 절대 사기당하지 마시라는 의미로 이 글을 씁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이제 좀 한가해졌다 할 무렵인 오전 11시 반 경쯤

조금 의아한 문자가 왔다.


제목은 리뷰어 모집

상품후기 관련 알바란다.


후기라 음, 글 쓰는 거야 워낙 좋아하고 늘 쓰는 것이니 나한텐 껌이겠는데 하고 생각다. 근데 어떤 일인데 모집까지 하는 걸까. 내 취미가 글쓰기인 건 어찌 알고, 또 내 번호는 어찌 알고 문자가 온 건지 개운치는 않았지만 살짝 이 일이 궁금해졌다. 우선 문자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 보았다. (문자 온 것 그대로 보여 드리기 위해 오타 수정하지 않았음.)


*업무-대체적으로 어려운 게 하나도 없고, 수.익같은 경우는 전부다 건당 결제이니 많은 문의 부탁.

> 수익 사이에 마침표가 보인다. 스팸문자걸러질까 봐 수와 익 사이에 마침표를 찍은 치밀함이라니. 뭔가 쎄하다.


*급여- 일. 당 15만-30만 월 300이상

하시는 업무에 따라 하루 일당이 달라질 수 있음.

> 리뷰를 쓰는데 월 300 이상이라고? 리뷰가 혹시 장문의 리뷰인가? 아무리 장문이어도 그렇지, 글 깨작거리는데 월 300? 뭔가 구린 내가 난다.


*지원방법- 온라인 지원 상담 https://open.kakao.com/~~어쩌고 저쩌고 오픈카카오톡 방 링크

> 오프라인도 아니고, 이력서 제출도 없고 바로 온라인 지원?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데? 혹시 잘못 얻어걸리면 바로 당하겠는데? 하는 생각도 같이 든다.


그리고 아래 부분은 이런저런 상냥한 말투가 한가득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책임감이 있으신 분 지원 바람.

*언제 어디서든 편하고 간단하게 글작성하실 수 있으니 많은 지원 부탁.

*지원자가 많아 응답은 9:00~22:00 사이로 도와드리고 있으니 참고 부탁.

*당일 지급이라 만족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부담갖지 마시고 언제든 편하게 문의주시길 바람.


> 사탕발림 문구가 그야말로 줄줄이 사탕이다.


혹시나 위험한 거 아닐까 싶다가도 호기심이 일어 오픈톡방에 입장했다. 톡방 입장만으론 큰 문제가 될 일은 없어 보였기에. 그리고 인사를 하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래는 카톡 대화 내용 전문

(리뷰마케팅이라는 이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말투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옮겼음. 맞춤법, 띄어쓰기가 틀린 상태 그대로 타이핑했음. )



나: 안녕하세요. 문자 받고 문의드립니다.

리뷰마케팅: 안녕하세요 리뷰작성 알바신데 해보신 적 있나요?

나: 리뷰 알바는 처음입니다. 상품 후기를 쓰는 거라 하셨는데 어떤 상품인가요?

리뷰마케팅: 쇼핑몰이라서 상품은 천차만별로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쇼핑몰 상품을 구매하고 구매 후 리뷰 작성 해주시는 일입니다. 별 4개 이상 글짜30자 이상 작성해주시면 건당 상품가의 3%~ 5% 프로테지 를 받아가실 수 있습니다.

나: 리뷰 알바가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

리뷰마케팅: 너무 어려운거는 아니구요. 기존에 달린리뷰있으니 참고하면 됩니다

나: 음, 상품은 제가 직접 구매하나요?

리뷰마케팅: 네. 1차적으로 먼저 구입하셔야 됩니다.

상품 구입하셔야 리뷰 작성 가능하시구요. 상품 구매 후 실제로 물건 받으실 필요 없으십니다. 리뷰작성 후 10분 이내로 영업팀에서 (환불금 + 프로테지) 지급됩니다.

나: 그럼 수입보다 지출이 많겠.. 아... (상대가 글을 작성하는 동안 직접 구매해야 한다는 멘트만 듣고 나도 채팅을 작성하고 전송해 버려서 조금 엉뚱한 질문을 하게 된 상황. 하지만 상대는 굴하거나 귀찮아하지 않고 또 친절하게 설명한다.)

리뷰마케팅: 10분 이내로 영업팀에서 (환불금+프로테지) 지급됩니다. 원금하고 수익금 같이 입금합니다. 건당으로 바로 지급됩니다.

나: 음.. 써보지 않고 리뷰라... 상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마케팅: 네 수고하세요.

나: 안녕히 계세요..

얼른 나가기 버튼을 눌러 혼자 이 방에 남아 보렴 하고 빅엿을 먹이려 했으나 한 발 늦었다.

=채팅방 관리자가 회원님을 내보냈습니다=라는 안내메시지가 눈에 보였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하마터면 나도 사기를 당할 뻔했다고 고백한다. 리뷰 그래 할 수 있지, 얼마나 많이 팔고 싶었으면, 많이 팔아서 얼마나 부자가 되고 싶었으면 리뷰어 모집까지 하겠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쿠땡에 리뷰평가단이란 것도 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쿠땡은 물건을 직접 체험하고 리뷰를 남기는 방식이다. 물론 물건 값은 무료인 조건으로. 나는 여기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물건을 받아 보지 않고 리뷰를 남긴다고? 음. 이건 사기인데? 물건을 써 보지 않고 가짜 리뷰를 다는 거라고?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때 리뷰를 꽤 꼼꼼히 보고 물건 구매를 결정하는 습관 때문이기도 했다. 리뷰가 거짓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양심에 가책을 느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동안 가급적 지켜오려 애쓴 내 양심이 나에게 한꺼번에 선물을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연이어 그들이 진행할 사기 수법이 눈앞에 영상처럼 흘렀다.


처음에 내게 선보일 물건은 저렴한 물건일 것이다. 처음 구매하는 것의 부담을 줄이고 접근을 쉽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구매했다고 하면 바로 10분 만에 원금과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바로 환급해 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물건은 좀 전보다 비싼 물건, 그리고 세 번째는 더 비싼 물건. 리뷰를 쓰면 쓸수록 금액이 크면 더 많은 수익이 잡힌다는 건 당연히 깨닫게 될 것이고 오히려 내 쪽에서 수익을 더 내고 싶어 더 큰 금액의 물건을 리뷰하고 싶어 할 것이다. 왜? 바로 환불해 줄 거라는 믿음을 상대가 이미 주었기 때문에. 그래서 몇 백만 원에 해당하는 물건을 구매하면? 그럼 어떻게 될까? 당연히 그때부턴 함흥차사. 입금을 안 해줄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런 문자를 나만 받은 건 아닐 텐데 싶어 검색을 해 보았다.



초록창에 "리뷰어 사기"를 검색했더니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보이스피싱은 이제 온 국민이 다 알 거라고 판단했는지 신선한(?) 사기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글이 주르륵 딸려 나왔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당하지 마시라는 의미로 이 글을 쓴다.

현재 신종 사기로 떠오르고 있는 이 리뷰어 모집 알바는 적게는 수십 만 원부터 많게는 억대로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물론 나도 혹할 뻔했고 운이 좋아 타이밍 좋게 발을 뺐을 뿐이지만

제발 명심하시길 바란다.

아는 것이 힘이 될 수 있을까 싶어 글을 남긴다. 몰랐으면 어영부영 나도 당했을 거란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돈을 버는 데 있어서 너무 쉬운 일이란 없다. 그렇게 쉬운 일이면 권유하는 사람의 가족, 친구, 친척, 지인들에게 먼저 소개해 주고 자기네들끼리 꿩 먹고 알 먹고 하겠지, 내 차례까지 올 리가 없다. 여기서 또 조심. 정말 좋은 건수가 있다고 권유하는 사람이 가족, 친구, 친척, 지인이라 하더라도 마음을 푹 놓아서도 또 안 되겠다. 아... 이 험한 세상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가리오. 


세상 만만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돈 벌기 너무 쉬워 어쩔 줄 모르는 일 따위 나에게 올 일이 없다.

쉽게 돈 버는 방법에 제발 혹하지 마시길.




*대문 이미지 출처.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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