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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Sep 20. 2023

징크스 때문에 글을 못 쓰겠다

*징크스(Jinx)는 불길한 징후, 불운 등을 뜻하며 통상적으로는 "꼭 이 일만 하면 일이 제대로 안 풀린다", "이건 꼭 이렇게 되더라"는 관념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어떤 이는 중대한 일을 하기 전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계획한 바를 동네방네 소문내듯 공표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고지함으로써 의지를 다질 수도 있고 해내지 못할 경우 의지박약으로 찍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억지로 해내야 하는 동기부여를 얻는다. 이를테면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하게 돌아오겠어요."라든지 "금연을 해서 장수해 보겠어요."라든지, "죽었다 깨어나도 1일 1 글을 쓰고 말겠어요." 등이 있다.

참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뿐 아니라 모든 이가 응원하는 목표라니!



하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무슨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미리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설레발을 치면 일을 그르치는 징크스가 있다.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장난 잘 치는 요정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으며 훼방이라도 놓는 건지 희한하게도 나의 일은 어그러지고 마는 것이다.



글 쓰는 것도 그렇다.

연애에 대한 글, 결혼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해외여행이나, 이혼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특별한 경험이 없으니, 나는 내가 직접 겪은 경험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인데 이게 또 애매한 게 나의 징크스를 전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편이 주방 들락거리기를 인스타 릴스 보듯 자주 들락거려요~

우리 애들은 어쩜 이렇게 저들이 알아서 모든 걸 다 해내는 걸까요~

시어머님께서 하나뿐인 며느리에게 바라는 게 단 1도 없으세요~

저는 정말 팔자가 핀 것 같아요~



이렇게 자랑질을 하다가 어느 날 와장창 두드려 맞듯이 모든 게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수가 없다.



연애 코치인 유인나가 연애에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조언을 하다가도 정작 자신의 애인에게는 한참 동안이나 프러포즈를 못 받은 것에 대해 골머리를 썩었던 드라마 <보라! 데보라>의 한 장면이 생각이 난다. 어디 프러포즈뿐인가. 글러먹은 애인과 급기야 이별의 순간까지 마주하게 되었다. 이별의 아픔과 슬픔보다 유인나는 자신을 추종했던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비난하고 "웃긴다~ 너나 잘해."가 담긴 눈초리를 받을 게 더욱 끔찍했을 것 같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역시 그 말이 맞는구나."


라는 말들을 해대겠지. 말이야 흘려듣고 말면 되는 것이겠지만, 하필 자신의 커리어와 연관된 소문과 비난은 자신의 그간 행적을 깡그리 부서뜨리고야 마니 얼마나 무섭게 다가올 것인가.




나는 그래서 주저된다.

괜한 글을 쓰고는 눈에 보이지 않는 뼈아픈 훼방으로 나의 이 안온한 삶이 깨져버리게 될까 봐.

하지만 한편으로는 경험과 나름의 지혜를 담은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픈 마음도 있다.


정말 갈등이다.

글 쓰기 싫어 게으름 부리는 걸 수도 있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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