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아 Sep 21. 2023

"코난"했을 때 "미래소년"이 떠오르면 당신은 과거소년

아이들과 함께 하는 등굣길은 늘 언제나 행복하다.

이제 알만큼 알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나이가 되었으니, 내가 시시콜콜 참견할 일은 줄었지만 그래도 아이와 함께 하느냐 나 홀로 있느냐에 따라 내 몸 배터리의 닳는 속도는 매우 다르다.

학교를 보내고 나면 이제 곧 내 세상이 오는구나 하는 마음에 대놓고 얼굴로 드러내 표현은 안 하지만 내면으로는 심하게 기뻐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내 눈을 의심할 만한 한 아이가 지나간다.


분명 남자아이인데 머리를 묶었다. 뒤로 차분히 묶은 말총머리 스타일도 아니고, 반머리 스타일도 아니고, 삐삐머리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5학년쯤 되어 보이는 굉장히 남자다운 얼굴에 그 머리 스타일은 다시 봐도 아니었다.

코난의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코난에 포비(?)였던가.

저 머리 스타일을 한 친구가 있었는데

음... 근데 포비는 뽀로로 친구 중 백곰 친구 이름이 포비 아녔나.


뭘 망설이는가.

우리에게는 핵 똑똑한 초록창 친구가 늘 함께 하지 않는가.


확실하지 않아서 <코난>이라 쳤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명탐정 코난이 줄줄이 나온다.


아니야 아니야 이 코난 아니야. 들어가.


다시 기억을 떠올려 보니 미래소년이란 단어가 퍼뜩 떠오른다.

그래! 미래소년 코난! 우리들의 코오나안~ 하고 불렀던 만화 주제곡도 입에서 흥얼흥얼 흘러나온다.

잽싸게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왔다.




그래! 맞아. 미래소년 코난! 이 아니라 코난 바로 옆에 머리를 저렇게 쫌맨 친구 포비!!


저 아이와 닮은 아이였다. 생김새도 저렇게 남자답게(?) 생겼다. 다만 더 엣지있게 머리를 묶은 위치가 약 25도 정도 왼쪽으로 기울어 있었달까...


도대체 머리를 왜 저런 스타일로 하고 등교를 했을까.


그 아이 동생이 오빠에게 장난을 쳤을까.

흐음... 동생의 손길이 그렇게 정교할 리가 없어.


스타일을 살린다고 스스로 거울 보며 묶었을까?

아니야.. 스타일이 살지 않았어...


엄마가 장난기가 도져 오늘 이렇게 묶고 학교 가봐~ 했을까.

하아... 유치원생도 아니고 초등학생을... 엄마가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설마...


도대체 무슨 이유였을까. 그 아이는.


그건 그렇고 코난은 이제 명탐정과 함께 하는 짝꿍 단어가 되었구나.

미래소년이란 단어가 떠올라 나는 또 스스로 옛날 사람 인증을 하고 말았구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말했을 때 "핫이슈"를 외치면 젊은이, "사랑스러워"를 외치면 중년,

"바다"를 말했을 때 유피의 바다가 떠오르면 젊은이 "저 바다에 누워 뚭뚜루 뚭뚭뚜루뚜루뚜"를 노래하면 중년, "커피"를 말할 때 십센치의 아메리카노가 떠오르면 젊은이,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가 생각나면 중년이라고 하던데... 나는 오늘 완벽한 중년임을 얄짤없이 확인받는 날이었다.


아 모르겠고, 늬들은 뭐 안 늙을 줄 아느냐.



https://youtube.com/shorts/BBKtoKQNvPQ?si=2YF0OHVT9zZtl25V

나도 이렇게 싱그럽고, 푸릇하고, 어린 티가 폴폴 나던 때가 있었더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