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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Oct 15. 2023

그러니까 두말 말고 써라. 당신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

글을 쓰라는 글을 누구도 아닌 내가 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 언니는 태생이 이과 체질이다. 수학은 문제를 풀면 답이 매끈하게 딱 떨어져 나오니 너무 명쾌한 학문이지 않냐며 만일 수학이 사람으로 환생한다면 수학과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언니를 보며 가끔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수학만 편애할 뿐 그 이외의 과목, 특히 문과 기질의 사람에게 환영받는 문학 계열 중 국어, 그중 창작에 대해선 학을 뗐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 위에 다른 것도 아닌 글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 거냐며 말도 안 된다고 고개를 흔들어 댔었다. 그러니 내가 초등 5학년 때, 글짓기로 서울시 성북구청장 상에다 내 키의 절반이나 된 사각 유리 상자 안에 담긴 트로피를 받아왔던 날 보곤 대단함 반, 신기함 반의 눈빛으로 날 쳐다봤던 거겠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니, 필시 저건 사람이 아니므니다 하는 눈빛이었달까.


그런 언니가

창작이란 것에 학을 떼던 언니가

요즘 뭘 잘못 먹었는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언빌리버블!!!


최근에 언니가 악기 연주 커뮤니티에 써 놓은 글을 읽는데 와... 몰입감,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심심할 때마다 글을 쓰는 나의 입지가 왠지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약간의 위기감도 느낀다.


글과 안 친했던 이 언니가 갑작스레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뭘까?

경험이 많은 게 한몫한 것 같다. 가정형편 때문에 2년이나 휴학할 수밖에 없었던 대학생 때 겪은 아르바이트 가짓수만 해도 십여 가지가 되었으니 쓸 이야깃거리가 산처럼 쌓여 있다. 게다가 1990년대 당시에는 슬프지 않아도 눈물을 쏙 빼게 해 주던 최루탄과 함께 하던 시대라 데모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언니도 같이 한 목소리를 낸 적도 있어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한 보따리일 테고.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경력만 이십여 년 되었는 데다 아이들이 졸음과 싸울 때 환기시킬 겸 일타 강사 김지영 쌤이 그러하듯 언니도 자신의 어릴 적 일화에 대해 썰을 하도 풀다 보니 옛 추억이 비디오테이프의 영상처럼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이다.


버튼 하나 툭 누르면 좔좔좔 이야기가 물 흐르듯 나오는 사람인데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그대로 글로 옮겼으니, 더구나 글과 함께 연주 영상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효과가 되어버렸으니 사람들은 그 글을 읽으면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고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와. 수필가 같아요.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요.

마치 그 현장에 저도 같이 있는 것만 같아요.


언니의 글을 읽고 칭찬댓글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나는 딴에 글 쓰는 사람이라고 뭐 하나 가르쳐 준 것도 없으면서 괜히 제자를 보듯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일전에 내가 글을 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누누이 이야기했는데도 귓등으로 듣던 사람이 이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걸 재밌어하고, 더 잘 쓰고 싶어 하는 열정담은 목소리를 들으니 흐뭇해진다. 






글을 쓰면 속이 후련해진다.

어떤 고민거리가 있을 때, 혼자 속으로 끙끙 앓다가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보면 전혀 엉뚱한 곳에서 해결책을 얻는 경우가 있다. 동일할 수 없는 삶을 살아온 두 인간이 서로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가다 예상치 못했던 전혀 다른 곳에서 해결책이 생길 때의 그 짜릿함이란! 설사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하더라도 누구에게 털어놓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고 고민이 어느 정도는 해결된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질 때가 있다. 정신과 상담도 이런 연유로 내담자가 편히 말할 수 있도록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말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되고 개운한 느낌이 드니 말이다.


글쓰기가 그렇다.

대화 상대가 늘 내 앞에 있으면야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글 쓰기를 추천한다. 작가가 아니니까, 나는 글에 소질이 없으니까 쓸 수 없어요.라는 말은 핑계다. 우린 매우 어릴 때부터 글을 써 왔다. 요새 아이들은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쓰지 않는 일기를 우린 방학 숙제로 매번 해 가지 않았던가. 물론 개학을 하루 이틀 남겨놓고 날씨만 겨우 떠올려 일기를 마무리 지은 적이 더 많았지만, 벼락치기를 했어도 일기를 아예 안 써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요즘 우리를 돌아보면 된다. 통화보다 카톡이 없으면 안 되는 생활이 아닌가. 카톡에 음성을 담아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엄지 또는 검지나 중지로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문자를 빠르게 쳐대면서 저는 글이라곤 써 본 적 없어요. 핑계 대지 말자.


이쯤 되면 글을 쓰지 않을 이유는 사라졌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제발 당신도 글을 써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글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수학쌤인 우리 언니도 요새 글 쓰는 재미에 폭 빠진 삶을 살 줄 누가 알았을까. 그 언니를 본받아 언니의 외아들이자 나의 하나뿐인 조카도 글을 쓰며 하루를 돌이켜보고 내일을 계획하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우리 딸내미와 막둥이만 내 글에 자주 등장한 게 사뭇 부러웠던지 "이모~ 저도 글에 등장시켜 주시면 안 돼요? 하고 통사정에 가까운 부탁을 하는 우리 조카야~ 드디어 이 이모가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한 문장 썼다. 이걸로 어떻게 안 되겠니? ㅋ)



글을 쓸까 말까 고민된다면?

쓰는 게 좋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위 글은 헤드라잇에 올릴까 말까 고민 중인 글입니다. ㅋ

브런치 작가님들은 다들 글 쓰시는 분들인데 얘 좀 이상한 글 썼네~ 싶은 글이었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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