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아니었다. 브런치 라이킷 알림음이었다. 무시하고 돌아서기 바쁘게 또 울린다. 띠리링 띵띵, 띠리링 띵띵, 한 일곱 번을 울렸나.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계속 그런다 계속. 한 열댓 번인가 스무 번을 울리더니 드디어 멈췄다. 새 글을 올린 것도 아닌데 연거푸 울리는 알림의 의미는 한 명의 독자가 내 글을 읽고 읽고, 또 읽고 있다는 뜻이다. 브런치 앱을 열어 확인해 보니 나의 예상이 적중했다. 글 하나 읽고, 댓글 하나 달고, 또 읽고, 댓글 달고, 또 읽고, 또 달고, 연속에 연속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내 알림 창은 그분의 프로필로 가득 찼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은 브런치에서 본인의 황금 같은 시간을 할애하여 내 글을 읽어주신다는 일이,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라 이렇게 연거푸 읽고 또 댓글까지 달아주신다는 것이 너무 감사했다. 본인 글 쓰실 시간도 빠듯하실 텐데. 진심이 느껴졌다. 당연히 구독을 눌러 주셨기에 나도 가서 글을 감상하고 정갈한 그분의 브런치도 구독을 눌렀다. 정성을 다해 꾹.
한동안 행복했다.
서로의 글을 진심으로 읽고 댓글도 진심으로 달아주었으므로.
글이란 눈으로만 읽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읽어야 하는 것인데, 워낙 글이 범람하는 이곳 브런치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지하고 차분하게 글 읽기가 힘들다. 맞구독하신 분들의 그 많은 글을 모두 읽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때때로 글을 제대로 읽지 않고 라이킷은 응원이라는 의미로 좋아요 발도장만 찍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안다. 가끔 본글의 취지와 전혀 다른 댓글을 달고 가시는 분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본글을 다 읽었다면 어찌 이런 글을 남길 수가 있을까 하는 댓글들. "라이킷"이 약한 발도장이라면 "댓글"은 더욱 강한 발도장으로 보이니 더 진한 인상을 남기고자 꾸역꾸역 다는 댓글. 글을 읽기보다 댓글 쓰는 데 더 의의를 두는 것 같다는 걸 글 주인장은 알 수 있다.
이 분이 글을 꼼꼼히 읽고 댓글을 남기는지 일 이초 만에 후루룩 스킵하고는 읽은 척 댓글을 남기고 가는 건지.(물론 성의를 다해 읽고, 성의를 다해 댓글을 남기시는 작가님들도 계시다. 그분들께는 정말 감사한 마음 담아 인사드려요. 꾸벅)
여러 부류의 독자들 중에 진심을 다해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신 그분께 유독 감사한 마음이 컸는데.
며칠 전 구독자가 줄었기에, 구독자 중 누군가가 구독 취소를 했나 보다, 개의치 않았다. 이제는 브런치에서 1년도 넘어 2년 차에 들어선 언니의 마음으로 크게 의식하지 않고 넘기려는데 한 구독자의 필명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요새 내 브런치에 방문이 뜸하던 그분. 혹시나 하여 그분을 검색하고 그분의 관심독자에서 나를 찾아보았는데. 이런... 내가 없다. 날 구독 취소하신 거다. 오. 마. 이. 갓. (내 구독자가 3백 명이 넘는데 그중 딱 한 사람 떠올려 딱 맞추었으니, 난 신기(神氣)가 있는 건가. 더욱 소름이 돋는다...) 요새 일이 바빠 글을 잘 읽지 못했는데 방문이 뜸하다고 혹시 나에게 삐지신 건가.
물론 구독 한 번 했다고 평생 그 사람을 구독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살다 보면 날 낳아 주신 부모도 싫어 연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생면부지 남인데 더하면 더할 테지. 점점 싫어질 수도 있는 거고, 그러다 꼴도 보기 싫을 때도 있을 테지. 하늘 아래 영원한 게 뭐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리 오가며 정을 쌓았다 생각한 분의 구독 취소라 너무 충격적이었다.
몇 년 전,
단기간에 굉장히 친해졌던 한 언니가 있었다. 묻지도 않은 이혼 사유까지 내게 털어놓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었다. 딸과 마찰이 있었다며 나에게 시시콜콜, 애인과 통화하듯 참 오랜 시간 통화하고서도 끊을 땐 못다 한 말이 있어 아쉬워했던 언니였는데. 그 언니와도 연이 끊겼다. 내 부족한 면도 작용했겠지만, 일방적으로 내쳐졌다는 느낌이었다. 참 살갑다 생각했는데 사람 연이란 참 실낱같구나 깨달았다. 영원이란 건 없구나. 그러니 내 모든 걸 다 털어놓아서도 안 되는 거구나. 어렴풋이 느꼈고 큰 인생 공부를 했구나 생각하려 했다. 속은 무척 쓰렸지만.
사람 만나는 것도 덧없고, 마침 글에 재미가 들려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쓰며 세월을 쌓는 중인데, 이런 일이 또 생겼다. 믿었던 사람이 날 등지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