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라 하기엔 너무 떠들썩하고 교실 천장의 조명은 아무리 밝게 조정해도 어둡다. 이미 눈을 뜨고 있지만 다시 힘주어 눈을 떠 보니 힘겹게 떠진 실눈 사이로 자고 있는 내 공간과 내 몸을 덮은 이불이 보인다.
아. 꿈이구나.
얼른 도로 눈을 감는다. 꿈인 걸 알면서 꿈속을 즐기는 일은 즐겁다. 어떠한 난장을 쳐도 그건 모두 한낱 꿈일 테니 부담 없다. 신난다. 키가 한창 크는 어린 시절 꿈인 줄 인지된 상태에서 이 건물 옥상에서 저 건물 옥상으로 팡팡 날아다닐 때 신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예고도 없는 꿈이라 공부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시험이니 막 가기로 한다.
교실 문이 열리고 감독관님이 들어오신다.
어라! 송강호다! 기왕 연예인이시려면 이름 한 글자 더 떼고 송강으로 들어오시지. 그랬다면 얼마나 좋아. 지근거리에서 내 눈으로 직접 본다면 만화를 찢고 나온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오겠지? 아, 정말 환상적일 텐데. 실상은 송강호 님이 라면 하나 먹고 달려 막 달려~ 나? 정화~ 현정화야~ 하던 넘버 쓰리에 나왔던 목소리로 아이들 훈계를 계속하신다. 시험 시작종이 쳤는데 50분 중 15분을 그렇게 쓸데없이 잡아먹고... 별안간 한문 과목 시험 시작이다. 시험지 맨 위 중1이라 쓰여 있다. 중1부터 시작하는 한문은 고작 해봐야 아들 자 계집 녀 따위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이니 시험문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손을 움직여 써야 하니 귀찮은 문제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문제 안 풀고 노닥거리기로 결정! 뭐 어때~ 열심히 풀어 봐야 어차피 꿈인데. 꿀 같은 시험시간이 아닐 수 없다. 시험 끝나는 종이 울리고 맨 뒤의 학생이 일어나 차례로 답안지를 걷어갔다. 마침 나도 잠이 깼다. 좋다. 시험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배 째라의 마인드로 엉망진창 본 적은 처음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상쾌했다.
아침을 호랑이 기운을 듬뿍 담은 시리얼로 간단히 때운 후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을 호로록.
역시나 커피는 내 수면제라니까.
잠이 물밀듯 몰려온다. 내려오는 눈꺼풀은 천하장사도 못 참는댔다.
그냥 자자.
한 30분 자고 나면 개운해지겠지.
스르륵 잠이 든 것 같은데
어! 뭐지? 이 익숙한 공간은?!
아까 그 시험을 치르던 교실이다!!
종이 울리고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반장!
대꾸가 없는 반장.
아니 선생님이 부르면 즉각 대답을 해야지 여기 반장은 뭐 하고 있는 거래.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