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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an 27. 2024

꿈인 줄 알고 즐겨 본 적 있으세요?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이야?

시험 보기 3분 전.


커닝 준비를 하는 학생 둘에 전혀 시험과는 어울리지 않는 왁자지껄한 분위기.

시험이라 하기엔 너무 떠들썩하고 교실 천장의 조명은 아무리 밝게 조정해도 어둡다. 이미 눈을 뜨고 있지만 다시 힘주어 눈을 떠 보니 힘겹게 떠진 실눈 사이로 자고 있는 내 공간과 내 몸을 덮은 이불이 보인다.


아. 꿈이구나.


얼른 도로 눈을 감는다. 꿈인 걸 알면서 꿈속을 즐기는 일은 즐겁다. 어떠한 난장을 쳐도 그건 모두 한낱 꿈일 테니 부담 없다. 신난다. 키가 한창 크는 어린 시절 꿈인 줄 인지된 상태에서 이 건물 옥상에서 저 건물 옥상으로 팡팡 날아다닐 때 신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예고도 없는 꿈이라 공부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시험이니 막 가기로 한다.


교실 문이 열리고 감독관님이 들어오신다.

어라! 송강호다! 기왕 연예인이시려면 이름 한 글자 더 떼고 송강으로 들어오시지. 그랬다면 얼마나 좋아. 지근거리에서 내 눈으로 직접 본다면 만화를 찢고 나온 조각 같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오겠지? 아, 정말 환상적일 텐데. 실상은 송강호 님이 라면 하나 먹고 달려 막 달려~ 나? 정화~ 현정화야~ 하던 넘버 쓰리에 나왔던 목소리로 아이들 훈계를 계속하신다. 시험 시작종이 쳤는데 50분 중 15분을 그렇게 쓸데없이 잡아먹고... 별안간 한문 과목 시험 시작이다. 시험지 맨 위 중1이라 쓰여 있다. 중1부터 시작하는 한문은 고작 해봐야 아들 자 계집 녀 따위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이니 시험문제는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손을 움직여 써야 하니 귀찮은 문제들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문제 안 풀고 노닥거리기로 결정! 뭐 어때~ 열심히 풀어 봐야 어차피 꿈인데. 꿀 같은 시험시간이 아닐 수 없다. 시험 끝나는 종이 울리고 맨 뒤의 학생이 일어나 차례로 답안지를 걷어갔다. 마침 나도 잠이 깼다. 좋다. 시험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배 째라의 마인드로 엉망진창 본 적은 처음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상쾌했다.




아침을 호랑이 기운을 듬뿍 담은 시리얼로 간단히 때운 후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을 호로록.

역시나 커피는 내 수면제라니까.

잠이 물밀듯 몰려온다. 내려오는 눈꺼풀은 천하장사도 못 참는댔다.


그냥 자자.

한 30분 자고 나면 개운해지겠지.

스르륵 잠이 든 것 같은데


어! 뭐지? 이 익숙한 공간은?!

아까 그 시험을 치르던 교실이다!!

종이 울리고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반장!


대꾸가 없는 반장.

아니 선생님이 부르면 즉각 대답을 해야지 여기 반장은 뭐 하고 있는 거래. 주변을 둘러보는데 아이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아... 내가 반장인가 보구나.

천천히 스르륵 일어나 섰다.


너 아까 한자 시험 제대로 본 거 맞아?

3번까지만 풀고 낸 거 맞냐고!

너 지금 제정신이야?


나를 마구 혼내신다.

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정신이 혼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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