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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an 31. 2024

남편이 평소 안 하던 짓을…

왜지?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이미지 출처. istock


또 도서관에 가야 한다. 책을 이고 가서 또 지고 와야 하는 날이 돌아왔다. 연체라는 빨간 불이 들어오면 왠지 모르게 보기가 싫어져 재대출하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필히 마음먹고 도서관에 가야지 벼르던 참이었다. 책상 달력에 책 반납이라 쓰고 빨간 동그라미를 쳐두었던 걸 남편이 본 걸까.


저녁을 다 먹고 사과를 깎아주며 이따 잠깐 도서관에 다녀오겠다고 미리 말을 했다. 다 먹은 밥상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는데 남편이 자기도 같이 가잔다. 도서관이라면 평생 가야 한 번도 갈 일이 없는 사람이 왜? 도서관이 뭐야 책이라면 반의 반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같이 가자고 하니 의아하다.


"왜? 뜬금없이 도서관을 같이 가재?"

"자기 혼자 가면 무섭잖아. 해도 다 졌는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밤 11시에도 음쓰는 왜 안 버렸느냐 물으며 은근히 버리러 가길 바라는 사람이면서 갑자기?)

"얘들아, 엄마 혼자 가면 깜깜해서 무섭겠지?"


하고 남편은 아이들의 동조까지 얻으려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이 양반, 오늘 낮에 뭘 잘못 먹었나?


"마스크를 써야 위험하지, 마스크 안 쓰고 나가면 하나도 안 위험해~"

하고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말았다. 난 소중하니까, 내가 나를 사랑해야지, 내가 나를 안 예뻐하면 누가 예뻐해 주겠나 싶은 마음에.


도대체 이해가 안 가 또 물어보았다.

"왜 나가려는 건데?"

그랬더니 이번엔 아들이 하는 말이 가관이다.


"셋째 만들려고 나가는 거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이틀 전, 다둥이 가족에게 정부가 혜택을 많이 주더라며 남편이 우리 셋째 낳을까 하고 농담조로 이야기를 잠깐 꺼냈는데 아이들이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나 보다. 아이들 앞에선 냉수도 못 마신다더니.)

푸하하하 웃음이 터지고 어이가 없어 큰 소리가 나왔다.

"도서관 간다니까 무슨 소리야 이눔아!"


도대체 같이 가자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주섬주섬 책을 주워 들고 문을 나섰다. 추운지 귀마개까지 한 남편이 뒤 따라 나왔다.


도서관에서 금세 일을 다 보고 우유나 좀 사 갈까 집 앞 동네마트를 가는 길.

아직도 궁금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자기 혹시 나한테 무슨 할 말 있었어? 혹시... 우리 인연 오늘로 쫑내자는 그런 얘긴가?"

각 잡고 질문했지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는 표정을 지을 뿐.


정말 미스터리다. 궁금한 건 참을 수가 없다. 또 물어보았다.

"도대체 왜 같이 나온 건데?"

"응~ 그냥~" (그놈의 그냥은 허구한 날 그냥 이래지.)

"으휴. 제대로 대답 안 하면 나 자꾸 묻는 거 알지? 내년 이맘때까지 10분에 한 번씩 묻는다?"


그냥 배시시 웃는 남편.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설마 내일 무슨 이상한 일이 터지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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