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일 간 고심했다. 독서대를 살까 말까. (누가 보면 독서대가 한 30만 원쯤 하는 줄 알겠네.)
제일 처음 본 독서대는 30만 원의 10분의 1 가격인 3만 6천 원이었다. 보통 초등학생 아이들이 보는 책은 얇은 편이라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독서대는 5천 원이면 차고 넘치던데 독서대 하나에 4만 원 가까운 금액이라 선뜻 결정하기가망설여졌다. 하필 독서대 중에서도 비싼 축에 드는 물건을 먼저 보고 났더니 그 이후에 이건 어때요 하고 잔뜩 폼을 잡고 있는 독서대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있어도 내 성에 차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비싼 가격인데도 단점 리뷰가 꽤 있었다는 거? (단점 리뷰는 내가 선뜻 구매 버튼을 누르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가뜩이나 결정장애인 나는 다른 독서대 구경도 했다가 그에 딸린 리뷰도 읽었다가 또 다른 페이지를 넘겨 다른 독서대를 물색했다가 찬찬히 살펴보기를 계속 반복하다 보니 지금 본 독서대가 아까 본 그것인지 아까아까 본 그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3만 6천 원이면 1만 2천 원짜리 책 3권을 살 수 있는 돈인데 섣불리 구매할 마음을 먹기가 힘들기도 했다. (요새는 1만 2천 원짜리 책이 잘 없는 편이다. 1만 원대 후반 정도는 되어야 책 한 권 내 손안에 넣을 수 있으니 물가가 오르기도 참 많이 올랐다.) 이래저래 절약해야 잘 살 수 있고 티끌 모아 티끌이라지만 그래도 모으면 좀 더 큰 티끌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나를 위해 쓰기보단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해 주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앞서니 독서대는 그림의 떡이되어버렸다.
양장본도 이런데 겉표지가 두껍지 않은 책은 뒤뚱거리다가 스스로 책이 덮여버리기 일쑤다. freepik
그렇지만 뭐 하나 마음에 들어오면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하는 나. 머릿속은 온통 독서대 생각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2만 2천 원짜리 독서대를 하나 질렀다. (배달음식 한 번 안 시키면 되는데 이런 돈은 왜 이리 망설여지는지.) 얇은 책은 문제없지만 4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꺼운 책인 경우 특히 겉표지가 단단한 재질인 양장본도 아니어서 손가락에 힘을 싣지 않으면 제 멋대로 책장이 휘리릭 넘어가 버리는 책들은 잡고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독서 욕심이 왕성한 날은 고개 좀 오래 숙였다고목이 뻐근하기도 했다.(내 머리가 큰가...) 목 아프기 싫어 편한 자세를 잡으면자세는 오히려 더욱 흐트러졌다.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를 끌어모아 사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뒤늦고 생뚱맞은 구매를 합리화시켰다.
이 자세가 세상 편하기는 하지만 목이 금세 뻐근해져 온다. pixabay
책상 위에 올려두니 세상에!
특징 없고 칙칙하기만 한 책상이 매우 고상하고 지적인 책상으로 탈바꿈했다. 눈높이에 맞는 적당한 받침대가 내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주었고 넘어가려는 책장을 꼭 잡아주는 고정대가 책을 딱 붙들어 주니 내 속이 다 시원하다. 진작 살 걸. 너무 좋다. 역시나 '고민은 시간만 늦출 뿐'이라는 말이 진리였나. 고개 숙여 책을 읽을 땐 한 자 한 자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애를 썼다면 바른 자세로 앉아 각도 조절이 잘 된 책을 바라만 보았는데 내가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펼쳐 놓은 책의 활자들이 나를 향해 마구 쏟아져 오는 것 같아 환상적이다.
이제 책을 읽지 않을 수 있는 핑곗거리를 원천 차단했다. 놀고 있는 독서대가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책을 읽겠지 싶은 마음이 든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꼼꼼히 읽어서 인풋을 늘리면 어설펐던 아웃풋도 조금 세련되고 좀 더 다듬어질 수 있겠지 그리 생각하고 아까워하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