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노래 중 '희재'에 이런 가사가 있다.
"정말로 울면
내가 그댈 보내준 것 같아서"
그래서 우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한다.
사랑했던 연인과 애절한 이별을 다룬 노래를 듣는데 뜬금없이 엄마가 떠오른다.
대화를 할 때 잘 들리지 않아 몇 번이고 자꾸 되물으면서
무릎 수술받은 곳이 아파 계단으로 내려갈 때면 한 계단 한 계단 내 손을 지팡이 삼아 겨우 발을 디디면서
보청기를 하자 해도 안 하시고
지팡이를 사 준대도 싫다 하시는 울 엄마.
엄마는 보청기를 왜 안 하는 걸까.
엄마는 지팡이를 왜 안 짚는 걸까.
생각해 봤는데
보청기를 하면
지팡이를 짚으면
정말로 내가 노인이 되었구나, 되어버리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에 끝내 거부하신 게 아닐까...
40대이지만 마음만은 20대로 착각하며 사는 나처럼
70대이지만 거울 속에 비친 당신 모습이 믿어지지 않으시겠지...
내 기억 속엔 늘 서른여섯 일 때의 엄마 모습이 남아 있는데
해가 갈수록 세월과 함께 몸도 마음도 약해지는 엄마를 보며
시간을 잡아 묶어 둘 수 없어
따스한 봄이 별로 반갑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