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들이나 '원고', '마감'이라는 단어를 우아하게 입에 올리는 것이지 나 같은 무명 나부랭이 따위는 감히 '원고'나, '마감'이라는 단어를 평생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드디어 나에게도 그 고귀한 단어를 쓰는 날이 왔다.
'작가님'이라 불리고 '원고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 세상에!
내가 여태 살던 세상에서 다른 세상의 문이 하나 열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글을 아무리 미친 듯 써도 1원 하나 생기지 않는 글쓰기 플랫폼과는 다르게 글을 쓰면 원고료를 받는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물론 최근에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님들의 창작을 응원하는 의미로 '응원하기'가 생겨서 간간이 응원을 받는 작가님들이 계시긴 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연재'를 기획하고 꾸준히 글을 올려야 독자님들이 격려 차원으로 응원하는 구조라서, 연재하지 않는 작가님들은 응원하기의 혜택을 받을 확률은 희박하다. 글감이 떠오르면 자유롭게 글을 쓰는 나에게 '연재'란 쓸 게 마땅히 없는데도 의자에 나를 꽁꽁 묶어두는 기분이라 영 내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하기'를 통해 저를 응원해 주신 독자님들께는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꾸벅)
아무튼 이번엔 창작하느라 열심히 굴린 나의 뇌에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일종의 덕업일치를 이루었으니 글을 쓰면서도 때때로 나를 괴롭히던 헛헛함이 오지 않아 좋다.
단, 그렇게 신나게 글을 쓰면 정작 브런치에 글을 쓸 시간이 줄어든다는 게 아쉬울 뿐. (하지만 이미 라이킷과 조회수의 노예가 된 나는 브런치에도 계속 쓰긴 할 것 같다.)
AI가 사람 대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못 하는 게 없는 요즘 시대에 글을 써서 먹고 살아간다는 것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않는 이상 아직도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글을 쓰다 보면 그와 관련된 일을 찾게 되고, 그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될 확률은 높아진다. 누가 글을 쓰지 말라고 뜯어말리는 것도 아니고 또 어차피 글을 계속 쓸 거라면 글과 닿아있는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잠자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이 글을 놓지 않으면 된다.
조금 남사스럽지만 나는 나를 응원한다.
계단처럼 늘고 있을 실력을 믿으며.
https://youtube.com/shorts/REDRvejDzxA?si=_sRGWRVfvZUItw_Y
실력이 이렇게 비탈처럼 늘 것 같지? 아니야. 실력은 비탈이 아니라 계단처럼 늘어.
*덕업일치 -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와 직업이 일치된다는 뜻을 가진 고사성어 형태의 조어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