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가 망하는 걸 바라진 않는다. 2022년 10월에 브런치 합격 메일을 받고 거의 1년 6개월 동안 매일이다 싶게 글을 쓰고 읽은 공간이라 나름 정도 들었고, 글쓰기 플랫폼으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철천지원수 관계가 아닌 이상 본인이 적을 두고 있는 공간을 망하길 바라는 사람은 단언컨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건 없기에 혹시나 잘못되어 <브런치스토리, 이제 곧 문을 닫습니다.>라는 공지가 갑작스레 뜨면 어떡하나 하고 어제부터 괜한 고민을 사서 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다른 글쓰기 플랫폼도 초창기에는 화려하게 빛이 났으나 번성기를 거쳐 끝내 없어지는 걸 최근에 두 눈 똑똑히 목격하였고, 일전에 카카오가 먹통이 되는 사고도 겪은 적이 있으니 우려하는 일이 아예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된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맘껏 글 쓰던 공간이 없어진다는 게 가장 애석한 일이 될 테고 또 큰 문제는 이곳에 써 둔 글을 어찌해야 하는가가 될 것이다.
뾰족한 수를 떠올리지 못한 채로 내가 쓴 글을 주욱 아래로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가며 훑듯 읽어 본다. 다행이라 해야 하나. 뭐 딱히 건질만한 글은 몇 없어 보인다. 일상, 생각, 주장을 가벼운 웃음과 버무려 써 놓은 것들이라 말 그대로 가벼운 글, 훅 불면 날아갈 글들이 켜켜이 쌓였을 뿐이다. 개미들이 쌓은 담은 그것들 나름대로 사생결단 몸이 으스러져라 쌓은 담이겠지만 사람 손가락 두세 개면 단번에 무너져 내리고 마는 것처럼 글깨나 쓴다는 작가님들이 내 글을 봤을 땐 그게 무슨 글 축에나 낄 성싶으냐, 당장 갖다 버려라 할 수 있을 글 나부랭이들의 무덤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개미들이 담을 쌓을 때 나름의 공도 들어가고 그것들의 소중한 시간도 함께 응축시켜 들어간 것처럼 내 글 또한 시답잖아 보이는 글이라 해도 나 나름의 시간과 공이 들어간 것이라 함부로 버리긴 좀 아까운 마음이 든다.
혹시나 예전 카카오 사태 때처럼 브런치를 근 1주일 동안 접속하지 못하게 되고, 한 술 더 떠 내가 써 둔 글이 몽땅 날아가버린다면 어떻게 하지? 괜히 고민에 빠져본다.
그런데 괜한 고민이 아닌 게 나뿐 아니라 어떤 선배 작가님도 나와 꼭 같은 고민이 불현듯 들어 부랴부랴 엑셀에 글을 모두 정리했다며 힘들었다고 쓰신 글이 떠올랐다. 오랜 기간 활동하면 할수록 그 시간에 비례해 써놓은 글 수도 무척 많을 텐데 추진력에 정말 감탄했다.
그렇게 미리 정리해 놓으면 플랫폼이야 어찌 되든(?) 마음이 참 든든할 텐데 현재는 내가 쓴 글을 손쉽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 심히 안타깝다. 글을 쓸 때 활자만 있으면 독자님들이 혹여 지루하실까 싶어 글 중간중간에 사진도 삽입하는 정성을 들이곤 했는데 따로 한글 프로그램으로 옮기게 되면 한 건, 한 건 건건이 복사, 붙여 넣기 하여 옮길 생각을 하니 머리가 다 아파온다. 사진을 고를 때도 내용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고르느라 글 쓰는 시간 못지않게 시간을 소비했는데 글만 옮기려니 사진 고른 시간도 버려지는 것 같아 또 아까운 마음이 든다.
글 쓰는 플랫폼이라면 최소한
내 글은 내가 내려받을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줘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작가님들이 브런치의 글로 책을 쓸 때도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도 있고.
현재 모든 작가님들에게 응원하기가 열려있는 만큼 응원하기 수익금으로 브런치스토리도 소소한 수익이 생기는 중일 텐데 플랫폼의 발전을 위하여 마음 편하게, 글을 맘껏 쓸 수 있도록 이 공간을 더욱 발전시켜 주시면 좋겠다.
나의 아들, 딸이 후에 성인이 되어서 엄마가 당시 이런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키우셨구나 하고 브런치스토리에 들어와 직접 읽는다면 꽤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쓰고 있는 건데, 브런치스토리가 안 망하고 100년, 200년 쭉쭉 오래 가면 참 좋겠다. 그런 취지로... 닫아 놓은 응원하기 댓글을 나도 열어놔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