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족족 비워내는 꼴이니 자동으로 다이어트가 되어 좋으시겠소 하신다면 그건 또 그렇지 않다.
도대체 비우는 건 따로, 살로 가는 건 따로이니
따로따로 따로국밥이 이만한 따로국밥이 따로 없다.
누군가 젊은 여인이 먹고 나면 살찌는 게 무서워
먹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가서는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고 일부러 토를 하던데
그래서 늘상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던데
나오는 구멍이 위든 아래든 나오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그 여인은 위액이 늘 목구멍을 넘나드니 식도염을 주의해야 하겠지만.
나 또한 먹고 바로 화장실행인데...
이런 제길 그것과는 다른 건가.
그것과는 또 별개인가 보다.
살은 죽어라 안 빠진다...
나잇살인가...
화장실을 다녀와서 몸이 가벼워서 좋지 않으냐 하지 마라.
가벼운 걸 넘어 정신까지 가져가버리는 건지
그렇게 졸리웁다.
기가 쭉 빨리는 느낌이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화장실 문만 넘어 나오면 그냥 계속 잠만 쏟아진다.
나는 사실...
쓸개가 없다.
몇 년 전 쓸개를 떼버리는 수술을 한 이후
난 말 그대로 '쓸개 빠진 년'이 되었다.
쓸개가 없으니 먹는 게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다.
기름진 것을 먹거나, 튀긴 것을 먹거나 혹은 과식하는 족족 바로 속에서 신호를 보내온다.
예전엔 고기를 제외한 음식은 괜찮던데
요새는 채소들도 내 속을 썩인다.
안 먹고는 살 수 없기에
임신도 안 했지만 입에서 땡기는 음식은 몸에서 필요하거나 몸이 받는 음식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 나서 슬그머니 떠오르는 막창을 한 번 먹어 보았더니 구워낸 막창은 신기하게도 화장실을 가지 않게 만드는 몇몇 음식 중 하나에 들더라. (배달해 준 식당에서 광고하기로는 돼지막창이 허한 몸을 보해주고 설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도움을 얻되 고칼로리도 같이 얻었으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그 이후로 하루에도 서너 번씩 화장실을 다녀와 기진맥진할 때는
막창을 몇 번 시켜 먹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막창을 주식으로 할 수는 없기도 하고 냄새가 질리기도 하고.
하아...
기운 달려서 꼬빡꼬빡 고개를 까딱여 가며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잠을 쫓고자 이 글 같지도 않은 글을 끄적여 본다.
사는 거 참
쉽지 않다...
언제쯤 나는 이 몸뚱아리에 적응할 수 있을는지...
어느 인생이나
크든 작든 괴로운 점 하나씩은 다 있는 법이고
나의 괴로움이란
다른 이의 가슴 찢기는 아픔, 괴로움에 비하면 발톱에 낀 때만큼 별 것 아닌 괴로움일 수 있으나
본명이 아닌 필명이라는 다행에 기대어
이렇게 또 한풀이를 해 본다.
이 안에 뭐가 들었든 그건 다 '그림의 떡'입니다. 나에겐...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