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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Apr 05. 2024

먹는 족족... 젠장...

집순이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이 거지 같은 몸뚱아리...

뭘 먹기만 하면 직방이다.

화장실 가서 내버리기 바쁘니 뭘 먹기가 무섭다.

그렇다고 안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하지 말아라.

어디 안 먹고 살아지더냐...


뭐 좀 먹어 보고 싶다가도

먹다 포만감에 배 두드리기 바쁘게 화장실행...

정말 살맛 안 난다.

어딜 나돌아 다니기도 실수할까 무섭고...

가뜩이나 집순이인데 이 점도 내가 집순이가 되는데 단단히 한몫한다.


먹는 족족 비워내는 꼴이니 자동으로 다이어트가 되어 좋으시겠소 하신다면 그건 또 그렇지 않다.

도대체 비우는 건 따로, 살로 가는 건 따로이니

따로따로 따로국밥이 이만한 따로국밥이 따로 없다.


누군가 젊은 여인이 먹고 나면 살찌는 게 무서워

먹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가서는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고 일부러 토를 하던데

그래서 늘상 늘씬한 몸매를 유지하던데

나오는 구멍이 위든 아래든 나오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물론 그 여인은 위액이 늘 목구멍을 넘나드니 식도염을 주의해야 하겠지만.


나 또한 먹고 바로 화장실행인데...

이런 제길 그것과는 다른 건가.

그것과는 또 별개인가 보다.

살은 죽어라 안 빠진다...

나잇살인가...


화장실을 다녀와서 몸이 가벼워서 좋지 않으냐 하지 마라.

가벼운 걸 넘어 정신까지 가져가버리는 건지

그렇게 졸리웁다.


기가 쭉 빨리는 느낌이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화장실 문만 넘어 나오면 그냥 계속 잠만 쏟아진다.


나는 사실...

쓸개가 없다.

몇 년 전 쓸개를 떼버리는 수술을 한 이후

난 말 그대로 '쓸개 빠진 년'이 되었다.

쓸개가 없으니 먹는 게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다.

기름진 것을 먹거나, 튀긴 것을 먹거나 혹은 과식하는 족족 바로 속에서 신호를 보내온다.

예전엔 고기를 제외한 음식은 괜찮던데

요새는 채소들도 내 속을 썩인다.


안 먹고는 살 수 없기에

임신도 안 했지만 입에서 땡기는 음식은 몸에서 필요하거나 몸이 받는 음식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 나서 슬그머니 떠오르는 막창을 한 번 먹어 보았더니 구워낸 막창은 신기하게도 화장실을 가지 않게 만드는 몇몇 음식 중 하나에 들더라. (배달해 준 식당에서 광고하기로는 돼지막창이 허한 몸을 보해주고 설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던데 도움을 얻되 고칼로리도 같이 얻었으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그 이후로 하루에도 서너 번씩 화장실을 다녀와 기진맥진할 때는

막창을 몇 번 시켜 먹기도 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막창을 주식으로 할 수는 없기도 하고 냄새가 질리기도 하고.

하아...

기운 달려서 꼬빡꼬빡 고개를 까딱여 가며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잠을 쫓고자 이 글 같지도 않은 글을 끄적여 본다.


사는 거 참

쉽지 않다...


언제쯤 나는 이 몸뚱아리에 적응할 수 있을는지...




어느 인생이나

크든 작든 괴로운 점 하나씩은 다 있는 법이고

나의 괴로움이란

다른 이의 가슴 찢기는 아픔, 괴로움에 비하면 발톱에 낀 때만큼 별 것 아닌 괴로움일 수 있으나

본명이 아닌 필명이라는 다행에 기대어

이렇게 또 한풀이를 해 본다.




이 안에 뭐가 들었든 그건 다 '그림의 떡'입니다. 나에겐...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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