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비명소리가 나왔다. 엄지발가락에 가시가 박힌 듯 콕 쏘는 따가움 때문이었고 왼발을 들어 올려 숫자 4를 만드는 자세로 고개는 푸욱 숙여 아픈 내 발 중에서도 정확히 아픈 지점을 찾아 노려본다.
찾았다. 범인~!
머리카락 같은 굵기인데 길이는 눈썹 길이보다도 짧은... 한 2mm 정도 되려나?
박힌 주변의 살들을 두 손가락으로 찌그러트려 내 발의 불청객을 뽑아내려 애쓴다. 나올 듯 말 듯... 으... 조금만 더... 내가 나에게 응원하며 꽈악 더 쥐어짠다. 아픈 부위 살들은 눌리는 곳 안 눌리는 곳을 경계로 붉은색, 창백한 색 제각각이다. 재빨리 범인의 머리를 잡으려 오른손을 살짝 가져다 대면 다시 쏘옥 들어가 버리며 숨바꼭질을 하잔다. 그러기를 여러 번 시도하다가 무슨 일이든 장비빨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은 게 생각나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손톱깎이를 가지러 간다. 걸을 때 물론 발바닥 전체를 모두 방바닥에 닿게 해서는 안 된다. 거의 발뒤꿈치만 닿을 정도로 뒤뚱뒤뚱 걸어서는 다시 의자에 앉아 나의 왼 손 두 개로 끄응 힘을 주며 이 아이를 까꿍 하게 만든다.
자~! 지금이야!
손톱깎이는 돌진하지만 손톱깎이를 쥔 오른손에 집중적으로 힘이 들어가 버리니 왼손의 힘은 또 스르르 풀렸는지, 아니면 불청객이 아닌 내 살을 찝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건지, 고 놈 참 어지간히도 안 잡힌다.
안 되겠다. 작전상 후퇴. 한 발 양보하여 그 범인 주변의 살을 제거하기로 한다. 어차피 걸음으로 인해 생긴 굳은살이므로 그다지 아프지는 않을 듯하지만 혹여나 나중에 쓰라릴까 싶어 조금씩 제거해 본다. 그런데 이건 왜 주변을 자르면 자를수록 너도 같이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니...? 너 혹시... 나 좋아하니...? 나랑 헤어지기 싫은 거니...?
내 다리 모양의 4 자 형태가 지속될수록 내 몸도 스을슬 나에게 항의를 한다. 특히 허리와 목이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다.
주인 양반~ 거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있는 거 아니오~!
에잇~! 알았다. 알았어.
포기한다. 어느 정도 시도 후의 포기라 미련이 줄었는지 체념이 빠른 건지 의외로 다른 일에 집중이 잘 된다. 그러기를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얼라? 잊어버렸다. 그 아이... 나를 아프게 했던 그 뾰족한 아이...
주변을 하도 누르고 자르고 해서 아픔이 무뎌져 버린 걸까?
어느 정도 시도 후 포기라 미련이 안 남아서인 걸까?
초등학생 때 필통에 적어도 연필 다섯 자루는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집에서 뾰족하게 드르륵드르륵 깎아 간 연필 다섯 자루. 필통 안에 옹기종기 연필 가족이 모여 있다가 나의 선택을 받은 연필 한 자루는 의기양양한 포즈로 내 손에 꼬옥 안긴 채 나와 함께 공부를 했다. 그러다 옆 짝꿍과 장난치다가 연필이 부러지면서 같이 깨져버린 흑심 조각은 어린 내 여린 손바닥에 콕 박히고 말았다. 내 몸에 무언가 들어온 그 이물감. 아픔도 아픔이었지만 그 불편함은 수업을 듣는 동안 선생님에게 향해야 할 시선을 온통 손바닥에 뺏길 정도의 신경 쓰임이었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 청소시간이 되어서도 친구랑 집으로 가는 길에도 집에 도착하여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어서까지도 그 흑심과 내내 실랑이를 하지만 내가 만지면 만질수록 더 파고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냥 포기... 그리고 그것은 그냥 내 몸에 원래 있던 '점'처럼 되어버린...
그렇게 이틀이 흘렀다. 적과의 동침(?)을 한 지도. 이제 불청객이 가시인지 내가 불청객인지 모를 느낌으로 그것과 함께 산다. 신기하게도 아픔이 없다. 분명 눈에는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