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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온전히 보내고 싶은 곳, 코스타노바

#10. 포르투갈의 여름 휴양지

by 라헤

코스타노바는 여름을 온전히 보내고 싶은 곳이다.

색의 3원색이 모여있는 줄무늬 집

파란색 줄무늬의 아름다운 집에서 나오면 아베이루 호수가 드넓게 펼쳐져 있다. 옆쪽으로는 우리 집과 색 조화를 이루고 있는 또 다른 줄무의 집들이 늘여져 있다. 집 뒤쪽을 둘러보니 수평선이 멀리 보이는 대서양이 있다. 대서양의 파도는 하얀 모래가 빛나는 해변을 쉴 새 없이 내리치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호숫가에서 자전거나 조깅을 하고, 아직 해가 뜨거워지기 전 오전에 대서양의 서핑을 즐긴다. 점점 더워지면 더워질 땐 시원한 집에 들어와 식사와 맥주를 한잔 하고, 오후에는 책과 영화를 보다가 저녁엔 이웃 혹은 가족과 저녁 파티를 즐기는 상상을 해본다. 상상만으로 행복해진다. 다만 상상밖에 못 한다.

붉은 줄무늬의 집
집 바로 뒤로 대서양이 펼쳐진다.

작은 마을이지만 인프라가 아주 잘되어있다.

호수와 집 사이에 드넓은 잔디밭이 있다. 호수가에는 조깅이나 자전거 타는 구간이 분리되어 포장되어 있다. 포장재 어디 하나 깨진 부분 없이 매끈하다. 도로와 보도가 널찍널찍하다. 가로수 대부분은 야자수인데 여름 바캉스 느낌을 더한다. 마을 내에는 제법 큰 규모의 마켓이 있어 식료품, 생필품 걱정은 덜어둬도 된다. 주차공간은 충분하고, 고속도로와도 가까워 지루할 땐 다른 지역을 여행하기도 편리하다. 또 차로 조금만 가면 아베이루라는 제법 큰 도시도 나온다. 여기서 부족한 것은 아베이루에서 채워오면 된다. 결론적으로, 코스타노바는 여름날을 늘어져서 지내기에는 낙원 같은 곳이다.

작은 마을이지만 인프라라 잘돼있다. 부자들의 별장이라 그런가보다.
이 넓은 도로를 작은 돌로 포장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이 걸렸을까?

코스타노바는 줄무늬 마을로 유명하다.

집에 줄무늬를 칠한 이유는 배를 타고 돌아오는 선원이 집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유현준 교수의 유튜브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도시는 크지 않아서 그냥 훑어볼 정도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지금은 부자들이 여름 별장으로 주로 이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겨울이었던 이때는 집이 대부분 비어있었다. 계절별로 이용할 집이 있는 삶은 대체 어떤 삶일까?

비바리움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다만, 영화 비바리움의 도시 같은 느낌도 났다.

비바리움은 내가 평생 봤던 영화 중 가장 공포스러운 영화다. 아직도 그 영화를 생각하면 아찔하고 기분이 안 좋아진다. 여기 집들은 대부분 박공형태의 줄무늬 집으로 돼있다. 거기에 비수기+이른 아침인 관계로 사람도 별로 없고 날씨는 화창하게 좋았다. 이점이 영화 비바리움의 세계관과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는 것인 진짜 좋았다는 것이다. 다만, 겨울보단 여름에 오는 것이 훨씬 좋겠다.



차로 10분만 가면 포르투갈의 베네치아, 아베이루가 있다.

코스타노바를 보고 오니 아베이루는 대도시다. 기다란 운하를 따라 엄청나게 큰 쇼핑몰이 있고 캄포즈(Antiga Fabrica Jeronimo Pereira Campos)라는 과거벽돌 타일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엄청나게 큰 건물도 있다. 그래서인지 아베이루 건물의 타일은 포르투 못지않게 이쁘고 다채로웠다.


아베이루의 대표 간식은 오보스몰레스다.

에그타르트와 마찬가지로 계란을 베이스로 한 간식인 오보스몰레스는 아베이루를 대표하는 간식이다. 얇은 웨이퍼 안에 달걀노른자와 설탕을 섞어 만든 크림을 채우고 이를 조개나 물고기 모양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 지역을 대표하는 간식이라고 해서 모양별, 맛별로 많이 샀는데, 결론적으로는 남겼다. 엄청나게 달다! 괜히 많은 기대를 했나 보다. 세계 최고의 디저트인 에그타르트를 먹고 와서 더 실망이 큰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온 김에 먹어보는 것은 추천한다.

아베이르의 대표 디저트, 오보스몰레스(너무 달다)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어가는 여행

오보스몰레스 집 앞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베이루 성당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푸른 타일로 디자인되어 가슴을 뻥 뚫리게 했다. 경호원이 문 앞을 지키고 있어 괜히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엄청나게 큰 아치형 문과 섬세한 조각 장식이 매력적이다. 성당 앞쪽으로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와 작은 공원이 마련되어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성당을 보며 오보세몰레스를 맛봤다.

미게시로르디아 데 아베이루 성당, 타일이 예쁘다.

색동옷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 같다.

포르투보다 도시도 작고, 건물도 작고 아기자기 옹기종기 몰려있다. 귀엽고 예쁘다. 회색의 콘크리트정글 속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건물에 저렇게 다채로운 색을 쓰는 모습이 참 이색적이다.

포르투보다 뭔가 더 아기자기 색채가 화려하다.

아베이루에서 제법 번화가라는 골목 쪽으로 가면 또 하나의 성당이 있다. Igreja de Nossa Senhora da Apresentação라는 성당인데, 작은 아줄라주로 장식된 동네의 소박한 성당이다. 소박한 외부와 달리 내부는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이날은 성당 운이 없었다.

Igreja de Nossa Senhora da Apresentação / Igreja Paroquial da Vera-Cruz
타이를 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베이루는 포르투갈의 베니스라는 말에 걸맞게 보트를 타고 관광한다.

청계천만 한 폭의 운하를 보트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많은 여행사가 있어서 가격은 비싸지 않다. 말솜씨가 좋은 가이드가 아베이루의 1부터 100까지 끊임없이 설명해 준다. 물론 영어로 해준다. 그래서 50%밖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50%만 이해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다. 2~3만 원의 가격에 1시간 정도 보트 타며 아베이루 전체를 둘러보고, 여행 가이드도 들을 수 있어 아주 가성비가 좋다.

운하를 따라 보트타고 구경하는 아베이루
아베이루의 미쉐린 2스타 식당, 비싸서 현지인은 거의 안 간다고 한다.

여행 팁!

근교를 어디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마리얼트립에 들어가자.

미리 알아오지 않았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 없다. 투어 프로그램을 조금만 찾아보면 어디가 유명한 투어인지 금방 알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에 들어가면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인기 있는 근교 투어 상품을 여러 개 찾을 수 있다.(마이리얼 트립 광고는 아니다.) 한국에서 예약하고 와도 되지만 슈퍼 J 성향이 아닌 이상 여행도 내 기분도 동행자의 기분도 매일 바뀐다. 그래서 웬만하면 여행지 가서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인기 있는 상품들은 사전에 예약해야 한다.


비수기, 포르투 근교 투어는 모객이 잘 되지 않아 취소된다.

처음 예약했던 한국인 투어는 모객이 안 돼서 투어가 취소되었다. 그렇다고 실망하긴 이르다. 엄청나게 많은 외국인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 투어의 장점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매번 모객이 되어서 그런지 투어비용이 훨씬 싸다.(이번 투어는 외국 6만 원, 한국 15만 원) 단점은 역시나 어지러운 영어를 하루 종일 들어야 한다는 점. 영어 리스닝에 능숙한 사람이거나, 여행지의 역사나 여행 팁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고 그냥 구경만 하고 싶다면 외국인 투어를 더 추천한다. 우리는 리빙투어의 반나절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바나절 투어이므로 투어는 아침 7시부터 시작한다.

일찍와서 기다리는 중, 옆에 보이는 건물도 예쁘다.

코스타노바에 대한 고찰


코스타노바? 알지. 접시 브랜드 아니야?

1박 2일에서 막내피디로 활약했던(?) 유호진 피디가 쓴 연애에 관한 글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굳이 다시 찾아보지 않고 느낌만 이야기해 보자면, 연애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온다는 것, 나는 전혀 관심 없었단 세계와 합쳐지는 것이라고 했다. 내 아내를 알고 나서 나는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았고(이게

그렇게 유명한 브랜드였음에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코스타노바라는 그릇 브랜드가 핫한 신혼 아이템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핫한 이름이 어려운 그릇 브랜드 이름인 줄만 알았던 코스타노바가 포르투 근교 도시라는 점을 알고 다시 한번 놀랐다. 이후, 며칠 전 도둑시장에 희한하게 도자기가 많이 있더라니. 포르투갈이 자기 그릇으로 유명하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그래도 여유로운 도시, 포르투

숙소에서 바라본 포르투의 새벽(?), 아침

포르투가 작다는 말을 들었는데 진짜 작았다.

포르투 관광의 남쪽 끝을 모로 정원, 북쪽 끝을 시청사로 잡으면 관광지의 직선거리가 약 1.5km 거리에 불과한다. 도보로 20분 거리다. 조금만 건강하다면 하루면 다 훑을 수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시간이 남고 뭘 할지 모르겠다면 역시 근교투어다. 포즈해변, 마토지뉴스는 버스로 갈 수 있고, 시간이 많다면 북쪽으로는 나자르까지도 도전해 볼 만하다.


포르투의 새벽 거리도 한가롭다.

포르투갈은 유럽의 여느 도시와는 비교될 정도로 여유가 있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Pestana Porto-A Brasileira였다. 숙소 앞으로는 R. de Sa Da Bandira 도로가 있었고, 기차역부터 시내 중심부까지 이어지는 도로라서, 포르투의 제법 큰 도로이다. 아래 사진은 아침 7시의 도로인데, 같은 시간대의 한국을 생각해 보면 포르투는 확실히 한가롭다. 한가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나는 이 시간에 주로 조깅을 했다.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포르투갈은 은퇴한 노인들이 많은 곳이라, 유럽 내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나라라고 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친절했고, 외국 특유의 대마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한가로운 유럽을 찾는다면 포르투갈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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