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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는 세계 최고의 디저트다.

#9. 포르투갈의 디저트, 에그타르트

by 라헤

나는 맛에 민감한 편은 아니다.

짜장면은 전부 같은 맛이라고 생각한다. 펩시와 코카콜라의 맛을 구분하지 못한다. 밀떡과 쌀떡을 구분하지 않고 잘 먹는다. 진라면, 신라면, 삼양라면을 구분하는 사람이 신기하다. 그래서 에그타르트도 다 똑같은 에그타르트라고 생각했다. 에그타르트가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어?


포르투갈에서는 에그타르트를 Pastel de Nata라고 한다.

줄여서 나타(NATA)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나타라고 하겠다. 찾아보니 Nata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라틴어로, 휘핑크림이나 생크림 또는 겉 부분이 부풀어 오른 것을 뜻한다고 한다. 수녀원에서 쓰고 남은 계란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다가 개발한 디저트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르투갈의 대표 음식은 나타다.

맛에 둔감한 나도 이건 진짜 맛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맛있다. 해물밥이나 문어밥 등 기대했던 대서양 해산물 음식에 실망한 나에게 나타는 포르투갈 여행의 한줄기 희망으로 “나타났다.” 그냥 모든 식사를 에그타르트로 먹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맛있었다. 게다가 계란(단백질)과 크림(지방), 빵(탄수화물)으로 이루어진 완전한 탄단지 영양식이 아닌가! 나타를 처음 먹었을 때, 처음으로 요리왕 비룡의 음식을 맛본 사람의 번개 맞은 듯한 그 표정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포르투갈에는 다양한 나타집이 있다.

나는 모든 나타집을 방문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이 다녔다. 물론 맛있는 곳은 두 번 세 번도 갔다. 하루에 5번도 갔고, 배가 불러도 먹었다. 이유는 너무 맛있어서. 나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맛이 없는 나타도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나타보다 맛있다고 장담한다. 중국에서 아무리 맛있게 김치를 담그더라도 한국산 김치만은 못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내가 다녔던 나타 집에 대한 후기이다. 벨렝지구 나타를 제외하곤 전부 체인점이 있다.


1. Natas D’Ouro - Baixa do Porto

여러가지 맛을 판매한다. 포르투 숙소 바로 옆에 있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늘 사왔다.

가장 별로였던 나타집부터 먼저 소개한다. 물론 여기 나타도 한국에서 판다면 런던베이글만큼 줄을 설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서는 다양한 맛의 나타를 판다. 그래서인지 오리지널 나타는 다른 곳만큼 맛있진 않다. 다만 레몬맛, 포르투와인맛, 오렌지맛, 초콜릿맛 등 다양한 나타를 맛볼 수 있다. 이 중 가장 특이한 것은 포르투와인 맛이다. 진짜 포르투와인 맛이 난다. 아내가 임산부인 관계로 여행 중 술을 자주 마시진 못했는데 그 한을 이 포르투 와인맛 나타로 풀 수 있었다. 여행의 은인 같은 나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소개한다.


2. MANTEIAGARA

오픈 키친이다. 앞치마를 맨 종업원이 막 나온 따뜻한 나타를 손에 쥐어준다.

포르투갈 3대 나타 중 하나이다. 리스본과 포르투 모두에 체인이 있다. 체인점마다 모두 맛있다. 오리지널인 벨렝지구 나타보다 여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상 가장 처음 먹어본 3대 나타라 그런지, 이전에 먹었던 나타와 비교되어 맛있었다. 크리미 한 크림과 계피향, 고소한 달걀의 맛이 잘 어울린다. 커피와도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사실 아침에 커피와, 저녁엔 포르트와인과 먹으면 된다. 언제 어디서 먹어도 최고다.


3. NATA SWEET NATA

히베이라 광장에 있다. 다리 옆에 있어 관광지의 중심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3대 나타집 보다 좀 더 달달한 느낌이다. 나타 하나와 포르투 와인을 시켜 테라스에 나와 도루강을 보며 먹으면 그곳이 천국 아닐까?


4. Castro - Atelier de Pastéis de Nata

마찬가지로 3대 나타집이다. 히베이라 광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있다. 가게 인테리어부터 고급진 맛이다. 바삭하고 깔끔하고 계피맛이 좋다. 만테이아가라랑 비슷한 느낌에서 조금 더 비싼? 맛이다.


5. Fábrica da Nata (Praça Almeida Garrett)

나타의 원조 집이다. 포르투갈을 여행 온 이유 중 하나다. 포르투갈을 다녀온 모두가 이곳의 니타를 극찬 했다. 기대가 많으면 실망도 큰 법인데, 어느 정도를 기대 하든 그 이상의 맛을 보여준다. 세계 최고의 디저트라고 하고 싶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먹을 디저트를 고르라면 바로 여기를 말하겠다.


나타는 다른 말로 Pastel de Belém 이라고도 한다. 여기 가게 이름 자체가 나타의 고유명사다. 이곳이 다른 곳과 다른 것은 바닥의 바삭함이다. 그 바삭함은 그동안 먹었던 어떤 치킨과 튀김에서도 맛보지 못했다. 심지어 안유성 셰프의 튀김요리보다 맛있었다.


1인당 6개를 해치우고 다음날 또 생각나서 또 사러 왔다. 이 나타 때문에 벨렝지구에 다시 올 의향 100%가 됐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사람도 많고 정신이 없어, 바로 옆 다른 나타집을 가기도 하나 본데, 제발 그러지 말고 꼭 한번 드셔보시라. 디저트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질 것이다.


6. NATA Lisboa

가장 처음 먹었던 나타다. 여기서 포장해서 모로 정원에서 먹었는데 식어도 맛있다. 나타 외에 다른 빵들도 많이 파는데 별로다. 무조건 나타만 사 드시길! 첨엔 진짜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3대 나타집을 접하고 난 뒤로는 평범한 가게로 전락했다.


누군가가 포르투갈에서 무엇이 제일 맛있었냐는 질문에 나는 주저 않고 나타, 에그타르트를 말했다.

내 대답을 들은 대부분은 내가 농담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라도 포르투갈에 가게 되면, 시간이 없더라도 꼭 나타를 한 개 사서 드셔보시길 추천한다. 내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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