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포루투의 낭만적인 야경
밤은 그냥 조용히 빛났다
낮의 포르투갈은 떠들썩했다. 트램은 비명을 지르듯 언덕을 오르고, 관광객은 어디서든 서로를 배경 삼아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밤이 오면 도시 전체가 한 톤 낮아졌다. 소음 대신 바람이 골목을 채우고, 사람들의 목소리는 와인잔 안에서 잦아들었다.
우리는 동루이스 다리를 보고 있었다.
모로 정원 빈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아무 말 없이 야경을 봤다. 눈앞엔 루이스 1세 다리가 있다. 해가 지고 나서야 진짜 이 도시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강물은 어두웠고, 불빛은 그 위에 조용히 부서졌다. 무언가 반짝이는 게 아니라, 그냥 천천히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사실 야경은 늘 그렇다.
예쁘다는 말은 너무 가볍고, 아름답다는 말은 어딘가 부끄럽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된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얼마나 드문지를 떠올리면서.
포르투가 인생 여행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누구는 와인과 에그타르트 때문이라 했고, 누구는 타일 때문이라 했고, 또 누구는 강을 건너는 다리 위의 노을을 말하곤 했다. 사진도, 후기글도, 영상도 넘쳐났지만 그 흔한 찬사를 쉽게 믿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많은 ‘인생’들이 가벼운 말 속에 섞여버리는 것 같아서. 그런 수식어는 너무 흔했으니까.
하지만 오늘 밤, 모로 정원 벤치에 앉아 루이스 1세 다리를 바라보다가 그 말을 처음으로 떠올렸다.
버스킹 음악이 언덕을 타고 퍼졌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깔리듯 들렸다. 그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알게 되었다. 우리는 둘이었고, 어쩌면 셋이었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배를 감싸 안고 있었고 나는 말 없이 그 손 위에 내 손을 얹었다. 그 순간의 야경은, 아름답다거나 예쁘다거나 하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셋이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한 밤.
그제야 그 말이, 천천히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아, 이 도시가 내 인생 여행지가 맞구나. 우리 셋이 처음 함께 본 밤이기 때문에.
이 도시가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이 도시 안에서 잠시 멈춰졌다는 게 특별했다.
역시, 포르투갈 여행은 핑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