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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정작가 Jan 03. 2024

한번 사는 인생 내 이름 한자 남기자!

               

4월의 어느 날 복도에서 삼사십 명 정도로 아이들이 울고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첫 시험 후 생각보다 어려운 난도에 시험을 못 본 학생들이 모여 울면서 서로를 위로해주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수학 평균이 70점 정도 나왔다면 고등학교는 평균 50점 정도 나온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로 평가 방식이 다르고, 시험 문제도 어려워지니 절대적인 수치의 점수는 낮아지는 것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자신이 예상한 점수보다 낮은 성적을 받고 학생들은 자신을 실패자로 인식하고 수포자의 길로 간다. 수학을 포기하고 곧 국어도 포기한다. 국어 지문이 길어지고, 문법이 나오기 때문에 어렵다. 그리고 영어, 과학, 한국사 순서대로 포기한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행복하게 놀다가 하교하고, 성적이 더 떨어질 수 있으니 불안하니까 학원은 잠시 들렀다가 집으로 간다.     

어느 날 현수는 시끌벅적 매일 장난치고 해맑게 웃으며 노는 자신의 모습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지인들의 얼굴에서 무엇인가를 느꼈다. ‘오늘도 장난으로 네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는구나.’라고 눈빛으로 보내는 비아냥이 현수에게 더 수치심으로 다가왔을까? 대놓고 면박은 하지 않았지만 무시하는 듯한 느낌의 표정이 현수의 가슴에 꽂혔다.      

‘요즘은 검정고시로도 학력 인정을 받을 수도 있는데, 단순히 등교 하교만 해서 받는 졸업장은 어떤 의미가 있나?’ 나는 현수에게 질문을 했다. 한번 사는 인생 내 이름 석 자 하나 세상 어디에라도 의미 있게 남기자! 그렇게 현수는 자신의 삶에 물음표를 던지며 꿈을 찾고 실행하며 의미 있는 학교생활을 보내고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      

 사마천이 쓴 [사기]에는 수많은 역사적 인물이 이름을 올렸다. 이름 석 자를 또렷하게 남긴 사람도 많지만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름도 없이 사라졌다. 3만 명의 목이 베이고, 10만 명의 목을 베이고, 죽어 넘어진 시체는 천리를 뻗쳐 군사 20만 명을 구덩이에 묻어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 유명한 장평 전투를 보자. 조나라와 진나라 싸움에서 무려 4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중 40만 명은 생매장을 당했다. 이들은 모두 이름 없이 사라졌다.      

 어떤 이는 부모를 잘 만나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남기는 게 쉬울 수도 있지만, 혹여 불명예스러운 곳에 이름 석 자를 남기는 삶은 아닌지, 개똥이, 점순이 같은 의미 없는 이름만 남길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느 자리에 있었는가 보다 무슨 일을 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지, 단 한 명의 사람의 인생이라도 도움을 주는 의미 있는 삶을 사는지가 중요하다.      

학교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학생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오정환 작가님은 ‘교양인을 위한 고전 리더십’에서 역사의 주인공들이 지니고있는 공통점을 춘추전국시대 의 인물에서 찾아냈다. 인(忍) ․ 인(認) ․ 인(人)! 나는 이 3가지를 학교에서 찾을 것이다. 


 알콩달콩 시끌벅적 지지고 볶고 울다 웃는다. 학교는 작은 사회다. 부족하지만 내 교직 17년 경력으로 누군가의 삶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시끌벅적 학교에서 황금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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