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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Aug 13. 2024

수술실 장비들의 반란!

너희도 더위 먹었니?

최근 일주일 동안

수술에 사용하는 장비들의

연쇄적 고장으로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아~이래도 되나?" 싶게

하루 하나씩  이 아이들 쉬고 싶다

시들시들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

수술용 침대를 시작으로

방사선 장비 c arm,

수술 지혈대 토니켓,

나사고정에 사용하는 전동드릴,

수술에 사용하는 테이블,

관절경 카메라 케이블까지.

매일 장비담당 업체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사랑하는 이들의 단축번호를 누르는 횟수 보다,

카톡문자 주고받는 것보다 더 자주.

빠른 일처리를 위한  응급 하면서도 부드러운 말투는 기본이다.

통화할 때는 목소리에서, 문자 할 때는 글에서 표정이 보이니까.

수술실 전체장비를 담당해 주는 중간 업체가

각 제조사별로 연락해 수리건의 대략일정을 조율한다.

실무에서는 정확한 고장증상을 알려주고 점검과 수리를 위한 구체적인 날짜와 시간을 맞춘다.

수리되는 동안 데모장비가 미리 입고되어야

수술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데모장비 수리 나가는 날에 맞춰서 받아야 한다.


1. 수술용 침대

수술할때 사용하는 침대

수술준비를 다하고

침대를 높이려는 순간

윙~~~ 하는 전동모터의 공허한 소리만 들릴뿐.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침대 높여주세요~!"원장님의 외침.

"침대 리모컨 up버튼만 작동이 안돼요..."

"언제부터 안 된 거야~?"

"이전 수술 할 때도 사용했는데 갑자기 안돼요.

업체연락 바로 해볼게요. 다리받침을 하나 더 깔아서 높여야 할 것 같아요"

"빨리 연락해 보고~ 다리포 하나 풀어줘."

"네~"

20살이 되어가는 중고침대를 사용하고 있다.

그 당시엔 일제 명품 수술침대였어도

연식이 오래되다 보니

잔고장도 많고 심지어 부품도 구하기 어려워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애가 탄다.

증상을 전달했더니 리모컨문제가 아니라

침대본체 문제인듯하니 회수해서 수리해야 한단다.

데모 입고가능한 침대유무 확인 후 점검 나갈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2. 방사선 c arm

시작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 모니터
골절수술에 사용하는 방사선 장비

골절을 확인하거나 척추시술을 할 때

정확한 골절부위와 시술레벨을 확인할 수 있다.

골절일 경우엔 바른 정복술정을 체크하고

척추 시술 할 때는 레벨을 수시로 인하면서 다른 부위 시술의 오류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

영상을 보거나 저장하기 

pc부팅되면서 모니터 화면이  바로 시작되는 페이지로 넘어가야 환자정보를 입력하고 영상을 촬영할 수가 있다. 수술시작 전 어김없이 전원을 켰는데 로딩이 20분 이상 지체되는 거다.

당장 슛! 하면서 영상을 찍어서 보여줘야 하는데

화면이 넘어가질 않으니 수술시간도 지연되고

원장님 짜증도 늘고 나데로 연락하느라 바쁘고.

옆방에 다른 장비 끌고 와서 일단 급한수술 먼저

진행시키고 수리일정을 조율한다.


3. 수술지혈대 토니켓

수술에 사용하는 지혈대

토니켓 커프를 수술부위 위쪽으로 감고

수술 시작 전 아래다리를 붕대로 짜준다.

"토니켓 on!"

하는 순간,

압력이 세게 들어가 지혈대가 부풀어 하는데

이잉이잉하며 압이 빠지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얘는 또 왜 이래...

기존장비 수리 나가고 데모 들어온 건데

마저도 안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옆방에서 장비 빼오~그걸로 다시 감을게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까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되는 것도 아니고

되다 말다를 반복하니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준비해 두었다가 안될 경우 다른 장비로 바꾸어야 하는 게 더 번거롭기 때문에

처음부터 복불복장비는 빼두고 문제없는 장비로 먼저 세팅해 두라 전달한다.

기존장비 수리건은 수리가 되었는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수리업체에 또 반복적으로 연락을 한다.

장비가 급한 건 병원 사정이기 때문에

그들이 먼저 연락해오기 전

계속 다그치고 귀찮게 해야 좀 더 빠른 수리와 입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4. 전동 드릴

나사고정에 사용하는 의료용 전동드릴

골절이 있는 부위에 나사나 금속판을 고정할 때

뼈에 구멍을 뚫어주는 용도로 사용을 한다.

나사의 크기도 다양하고 금속판의 종류에 따라

구멍을 뚫는 드릴비트, 리머의 크기도 각각 다르다.

의료용 전동드릴에 비트나 리머, 와이어를 꽂아 뼈에 구멍을 내주는데 드릴을 사용하다가 갑자기 멈추어 버리거나 안 돌아가서 다른 드릴로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선생님~배터리 끼웠는데 접촉이 잘 안 되나 봐요.

되다 안되다 그러는데 어떻게 해요?"

"다른 드릴 줄게~안 되는 게 배터리 문제인지 몸통문제인지 확인해 봐야니까 일단 주세요"

"다른 드릴 사용하면 다음수술에 사용할 게 없는데요..."

"전동 말고 에어드릴은 있으니까 급한 데로 그것 먼저 사용해요"

에어 드릴은,

호스를 통해 의료용 가스인 질소압력이 들어가 사용하는 장비로 호스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사용자들이 꺼려한다.

그럼에도 배터리 드릴에 비해 잔고장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심리적으로 '이거라도 있으니..'라는

안도감을 나에게 안겨준다.


5. 핸드용 테이블

팔수술에 사용하는 테이블              방사선장비에 이물질 찍힘

수술용 침대에 환자를 눕히고 팔을 수술할 때는

별도의 테이블을 아래에 설치하고 준비를 한다.

골절이 있어서 정복술을 할 때는 금속판과 뼈만 보여야 하는데  다른 영상이 보여

"이건 뭐야? 어디에 이런 게 있는 거야?"

"원장님, 필드는 아닌 것 같고 테이블 아래, 아니면 매트에보이는 것 같은데 수술 끝나고 체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게 왜 거기 들어가지?"

"자세한 건 다시 체크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테이블을 빼내서 방사선 장비로 여기저기 촬영해 본다. 테이블 받침대가 아닌 테이블 위 깔아 둔 매트에서 이물질 영상이 보인다.

관리팀에 연락해 매트 속 스펀지를 새것으로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6. 관절경 카메라 케이블

관절내시경에 사용하는 카메라 및 기타장비들.

관절을 내시경으로 진단하는 장비이다.

무릎, 어깨, 발목, 손목질환 진단 시 많이 사용한다.

작은 관절경으로 관절 안을 들여다보며 수술을 하기 때문에 최소절개로 진행이 된다.

이날도 어김없이 수술 전 세팅을 다하고 문제없이 사진 찍히는 것까지 테스트한 후 원장님 수술진행.

mess(의료용 칼)로 최소 절개 후  관절경 넣고 내, 외측 연골 상태를 확인 후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pacs라는 영상을 저장해 두는 프로그램으로 전송을 한다.

환자들에게 설명하거나 공단청구 시 자료제출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문제없이 원만하게 수술진행이 되다가 갑자기

"이거 왜 이래~버튼 누르지도 않았는데 줌, 포커스 조절이 자동으로 왔다 갔다 하고 사진도 안 찍혀!"

원장님의 다급한 목소리.

"원장님, 카메라 케이블 세팅 다시 해볼게요."

"빨리해 봐. 작동  되다가 수술 중에 이러지?"

"세팅을 다시 했는데도 모니터에 버튼 경고메시지

뜨는 거 보니 핸들에 문제가 있는 듯해요.

업체통화 잠시 할게요~"

업체와 통화하면서 문제점과 증상을 알려준다.

전체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작동이 되어 다행히 수술 마무리는 잘 되었다. 

"카메라 핸들에 버튼 누르는 부품 이상으로 경고 메시지 뜬 거라 수리해야 합니다. 데모 장비 알아보고 바로 납품해 드리겠습니다"

"대리님, 내일 오후 스케줄 있어서 오전까지는 입고되어야 해요"

"최대한 맞춰 보겠습니다. 본사에 데모 장비가  있으면 바로 들고 가겠습니다~선생님!"

"네, 서둘러 주세요. 늘~ 감사해요, 박대리님!"


원만한 수술진행을 위해서는

이렇듯 갖추어야  것들이 많다.

수술팀의 인력부터, 수술 환경, 기구, 장비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필수 요소들이다.

수술의 시작과 끝에는

아무런 이벤트 없이 원활하게 수술이 진행되게끔

한 팀으로 움직여주는 후배들의 노력이 있음에 늘 감사의 마음을 가진다.

휴게실에서 잠시 쉬는타임.

*메인사진출처: kr.123rf.com/웹(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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