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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우리의 시간 1
7595
by
겨리
Jul 27. 2024
아래로
너와 나, 우리가 될 수 있을까.
같은 직장에서 마주한 지
일 년이 지난 무렵
,
일상적인 평범한 선임과 후배에서
그날의 일로
,
일반 동료들과는 결이 다른
'우리'가 되
었
다.
'우리'라는 시간이 시작된 그때.
그 친구와 나의 감정선은
같은 곳을 향
하
고 있었다.
그 친구의 첫인상
.
코로나 시국
.
마스크를 24시간 쓰고 다니던 때
.
늘 눈밖에 보이지 않았던
그.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말투
.
웃음기 전혀 없던 눈매
.
거기다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까지.
무매력 아니 매력저하증
이
다.
게다가 고집은 어찌나 세고
자기 말만 먼저 하고
상대방 말은 듣고 있는 척
하
다
반박하기에 바쁘고
자기 합리화를 내세우면서
오히려 그 친구가 맞음을 이해시키려 들었다.
그 친구가 자주 쓰는 단어들.
합리적 관점, 통념적, 법적으로, 설득, 정치질, 누락, 감정노동, 불평, 불만, 반박, 지들끼리 등
하는 말마다 비관적, 부정적
.
어떤 이유든 달아야 하고
따져야 하고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
팀원들과 함께 일 할 때도
본인만의 일스타일 만
맞다, 고집하고
남들은
틀리다, 맞지
않다, 당연한 걸 모른다 등 자기만의 고정관념으로 말하고 행동하니
팀 분위기가 부드러울 수가 없다.
남들은 함께 일하고 도와주려던
건
데
거절과 무시, 매너 없는 태도로 대하는 그를
어느 누가 나서서 같이 일하고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싶어 질까.
우리 팀에서도
그 친구의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에
서로
불편해하고
있는터라
다른 부서에서라고
좋은 평을 들을 리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파트 부장은
그 친구에 대한 타 부서의 불만사항에 대해
하루도 빠지는 날 없이 전달과 인계를 해댄다.
그런 불만사항을 듣고
도
아무 피드백 없이 흘러 들을 수만은 없는 중간관리자인 내가 할 일.
상황을 파악하고 전달, 조율해야 하는 직위에 있는 나라서 더 편치 않았다.
사람마다 개인특성 즉,
색깔이 다르지 않은가
장점과 단점
각 부서 특성상 요구하는 중요도의 우선순위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 말투
그걸 받아들이는 이들의 색깔도 다른 것처럼.
여러 불만사항을 정리하고
총체적으로 모아서 전달하며
그 친구의 말도 들어봐야 하기에
단둘이 휴게실에 마주 앉아 대면하게 되는 상황들이 잦아졌다.
늘 억울함을 표시한다.
95
.
"일하러 나온 직장에서
일 이외의 것들까지 제가 신경 써야 해요?
표정이 별로다, 말투가 투박하다, 웃지 않는다,
제가 원래 표정이 없고, 경상도 사람이라 말투가
억세고 잘 안 웃어요
일할 때
이런 것들이 왜 필요해요?"
이런 상황에 대한 그 친구의 억울함을 전혀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다.
단지
.
다른 조직에 비해
성비가 여성비율이 90프로 이상인 곳에서
남자들 집단에서만 일하던 사람이
일 외에 기타 것들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
았
던 과거의 경험집단과는 차이가 있다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알려줘야 했다
.
설명해야 했고
이해를 시켜야 했다
.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단 일도
물
러서거나
바꾸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75.
"면담 좀 할까?"
"바쁜 일 끝나면 얘기 좀 하자"
"다른 파트에서 컴플레인이 있더라.
무슨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줄래?"
"좀 웃으면서 일하자. 스마일 마스크를 사줄까?"
"우리 마스크가 하늘색이라 더 차가워보이나?
핑크색으로 바꿔보자. 주문했어"
"핑크 마스크 박스에 네 이름 써두었으니까 나갈 때 꼭 핑크색 마스크 쓰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신 안되면 색깔이라도 부드러워져 보자. 남자는 핑크지!"
말투에서 느껴지는 불친절한 것 같다는 이미지를 마스크 색깔변화로 부드럽게 가보자라는 제안을 하고 사주면서까지 해보자고 설득을 했다.
다른 부서장들에게도
"30년 동안 그렇게 살아온 말투, 표정, 태도를 바꾸긴 어렵지만 마스크 색깔도 핑크로 바꿔가며 노력하고 있어요. 일은 꼼꼼하게 잘한다고 그 부분은 인정해 주시니까 좀 더 지켜봐
주세요"라고
부탁을 한터이다.
투덜투덜 불평하면서
"이렇게 한다고 저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겠어요?"
싫다 하면서도
나갈 때는
꼭 핑크 마스크 챙겨서 나가는 모습
에
서
'이 친구도 이미지 변화를 위해 살짝은 노력하고 있구나'라는 작은 희망을 보게 되었다.
그러다
고객응대파트에서
한 고객이
이 친구가 불친절하게 대하고
기분 나쁜 표정으로 말했다며
접수한 것이
나에게 전달이 왔다.
75.
"나랑 면담 좀 할까?.
상황을 이렇게 전달받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줄래?"
95.
"전 안된다고 말한 것밖엔 없어요.
안 되는 걸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한 것밖엔
없어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
고객이 원한다고 다해주면 안 되는 거잖아요!"
75.
"목소리 낮추자.
널 다그치는 게 아니라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거잖
아
.
이건 나 하고 싸울 일이 아니야
.
네가 틀리고 맞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기준으로 봤을 때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본적으로 보여야 하는 사회적 에티켓이
부족했다는 거야
. 단호하게 얘기하면 오히려 상대방은 반감이 커지
게
돼있어.
그럴 땐
세고
단호한 화법보다는
공감과 배려먼저, 둘러서 말하는 화법이 훨씬
상대방에게 호감을
줄 수
있
다
는 거야.
안되니까 안된다고 얘기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화법에 문제란 거야.
그 부분을 네가 채워야
다른 단점을 다 커버할 수 있게 돼.
네가 잘하고 자신 있어하는 꼼꼼한 일처리도
타인들에게 만족감을 주어야 인정도 받을 수 있는 거니까."
95.
"저 원래 그런 거 못해요
.
일하러 와서 일만 잘하면 되지
그런 것까지 왜 나한테 강요하냐고요!"
75.
"일을 잘해도
다른 것들 때문에
그게 안
보
이잖아.
단지 조금만
보여
주기식 으로라도 하면
좋은 얘기 들어가며
일은 더 잘한다 긍정적인 평가받을 텐데
그걸 그렇게 못해서
너도, 참....."
95.
"저 사람 대하는 게 힘들어서
여기 부서 지원해서 왔어요.
이렇게 외부파트 나가서
일해야 한다는 거 알았으면 여기
안 왔어요"
75.
"면접 볼 때 알고 왔잖아.
여기 부서일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같이 일해야 된다는 거"
95.
"이렇게 킵해서 해야 하는 건
얘기 못 들었어요"
75.
"그렇다고 지금 와서
그것 때문 관둘 건 아니잖아.
그러거였음 벌써 뛰쳐나갔겠지.
난 안타까워.
네가 남들이 잘하는 사회적 미소만
살짝 보여줘도
꼼꼼하게 일 잘하는 부분이
훨씬 돋보이고 평판도 좋고 할 텐데...
왜 그게 그렇게 힘들기만 한 거라 생각을 하는 건지"
95.
"원래 저 그런 거 못해요"
75.
"원래 못한다는 건 핑계야
.
안 해봐서 못하는 거지.
내 눈을 똑바로 봐.
눈을 보고 말하는 것도 배워야 해.
상대방을 대화로 이해시키고
너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눈 맞춤은 기본이야.
그걸 안 하고, 못하고 있잖아.
내 마음이 너무 아
파
.
단지 사람 대하는 법이 서툴러서
모든 걸 깎아먹고 있으니.
나라면 억울해서라도
고쳐 볼 것 같아."
그 순간
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면서
목소리가 떨렸다.
예전 신입으로 처음사회생활 시작 했을 때
선배들의 이유 없는 괴롭힘으로
힘들었던 그때가 갑자기 겹쳐졌다.
"야! 넌 목에 깁스했어? 인사도 안 해?"
"불만 있어? 웃지를 않냐!"
"너 말할 줄 몰라? 벙어리야? 애가 말을 안 해!"
"대답 안 하냐!"
"눈에 힘주면 어쩌라고! 째리지 말고 말로 해라!"
"이런 것도 못해? 안 해봤어? 아 짜증 나
대체할 줄
아는 게 뭐야. 넌 학교에서 뭐 배웠냐!"
하루하루
버티고 있었다.
일이 힘든 것보다
그 무리들의 이유 없는 괴롭힘에 몸이 떨렸다.
한 선배가 그런 나를 보듬어 주었다.
"저 선배는 인사에 예민하니까
하루백번인사해. 싫어도 그래야 네가 편해져"
"저 선배는 칭찬만 해주면 돼. 안 이뻐도 이쁘다
피부 별로여도 좋다
,
뚱뚱해도 날씬하다 하면 좋아서
내가 언제 너 괴롭혔냐 할 거야"
"저 선배는 애교면돼. 지랄해도 옆에 가서 더 붙어서
물어보고 얘기하면 아마 달라질 거야"
"저 선배는 먹을 거에 약해. 초콜릿 엄청 좋아하니까
매일 한 개씩 쥐어줘."
"저 선배는 그냥 피해 다녀. 마이웨이라서 답 없어.
대신 네 후임이 들어오면 그땐 해방이다 "
사람마다 기질과 특성이 다르다 보니
맞춤식으로 대하는 방법이 다 다르구나
누구는 하나씩 부딪치며 상처받아가면서
알아내야 할 것들을
그 선배는 나에게 팁을 줌으로써
3개월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난 원래 그런 거 못하는 사람이야
왜 내가 그렇게 해야 돼? 난 일하러 왔지
사람들 기분 맞추러 온 것 아니야"
라며 95처럼 버텼다고
한
다면
내 첫 직장에서의 사회생활이
어떻게 결론이 났을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그런 지난 나의 경험이
지금 이 친구의 상황과 겹쳐지면서
울컥한 감정이 올라와 눈물을 만들었다.
95. 순간 당황해하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네? 공감을 아주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으니
좀 더
끌어 주
면
될지도'라는
아주 작은 기대감을 가졌다.
95.
"왜
눈물을. 그러지 마세요
해볼게요. 해보면 되잖아요.
한꺼번엔 다 못해요.
천천히 할 거예요.
얼마나 좋아 질진 모르겠지만
저에 대한 생각들이
얼마나 바뀔진 모르겠지만
선배님이 이렇게 까지 하니까
노력은 해볼게요.
그러니까 그만해요. 닦아요.!"
휴지를 건네준다.
75.
"생각을 조금씩 바꿔 주어서 고마워.
나도 너와 비슷한 사회 초년생 시절이 있었어
.
그때를 생각하니까
네가 더 안쓰럽고
감
정이입이 돼서
순간 눈물이 난 것 같아.
갱년기인가
?
(어색한 농담을 하며)
내 눈물은 잊어버려.
대신 오늘약속은 꼭 지키는 거다!"
그 후로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타 부서에서도
95 인상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말투도 너무 강하지 않게 설명도 곧 잘해준다고.
"잠깐 얘기 좀 할까?"
"또 뭐라고 해요?"
"넌 내가 얘기 좀 하자 하면 항상 그러더라!"
"그럴 때만 부르니까 그렇죠"
"요즘엔 먼저 인사도 하고 표정도 부드러워져서
고객응대도 좋아졌다고. 일도 제일 꼼꼼하게 한다고 칭찬하더라.
노력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고맙고
아주 잘하고 있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어!"
"웬일이세요 칭찬을 다하고."
"지금처럼만 하자 앞으로도.
좋
아지고 있어"
그 후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했는데
부서원들 사이에서
95와
일하는 방식 때문에 내부적 갈등이 계속 생기고 있었다
.
자기만의 세팅순서를
상대방에게도 강요하면서
안 하면 못하는 것처럼
차라리 방해하지 말라는 표정과 행동으로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것 또한 95의
강박증 적인
자기만의
일
방
식을 고집하고 보여준 부정적 결과물인 것이다.
75.
"팀에서는 혼자 일하는 거 아니죠~
다른 멤버들과 함께 일하는 건데
본인만의
방식만
맞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여"
95.
"어떤 면에서요?
제가 고집하는 건 몇 가지 안 돼요.
그건 누가 봐도 이렇게 해야 편하지
안 그러면 불편하잖아요. 그래서 얘기한 것뿐이에요"
75.
"그건 네 입장에서 봤을 때만 그런 거지.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불편하고 안 하고 생각을 하는 건 같을 수 있지만
그 해결방법이 다 같지는 않다는 거야"
95.
"그럼 어떻게 해요? 눈에 보이는데"
75.
"말로 정확하게 얘기를 해서
기분 나쁘지 않게 네 방식을 먼저 유도하고
그
렇
게 안 했다고 눈빛이나 표정으로
다그치지 말고
그 기분을 과한 행동으로 투사해서
괜한 오해 하지 않도록 주의해 줘요"
95.
"다들 초등학생도 아니고
뻔히 눈에 보이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말로 어떻게 해요!"
75.
"그래도
말을 하고 안 하고는 큰 차이야.
네 방식을 강요하거나 고집하지 말고
팀 분위기도 다 같이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라는 거야"
95.
"제가 대화를 안 한 게 아
니
에요.
얘기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고
불평, 불만만
하고
자기네들끼리 제
험담
하면서 뒤에서 까내리기만 하니까 저도 입을 닫은 거예요"
종일 95와 결말 없는
원론적인 도돌이표 대화만 하다
가
진 빠져서 퇴근한 날.
종일 감정노동을 해서 그
랬
는지
유난히 더 헛헛한 마음.
친구와 술 한잔 마시고 싶어.
그렇지만 나에겐
동네 가까이
마음 고프고 술 고플 때
수다 떨면서 한 잔 할 친구가 없
어
.
'나 지금까지 혼자 잘 살았
다
그렇지?
이런 기분 오랜만인 거 보니.
'
오늘따라 더 외롭단 생각이 든다
.
동네 조용한 이자카야로 향했다.
"나 혼술. 올 사람은 와"
직장 단톡방에 투척.
"웬일 이세요?"
"선배 혼술이라니
무슨 일 있으세요?"
"너무 멀어요. 다음에요"
"혼술 안 돼요!"
다양한 톡들이 쏟아진다.
청하 한 병에
잔 하나는 서글프니까
두 개 주문
.
꼬치는 예의상 안주 한 개.
첫 잔을 혼자 들이켠다
.
빈속에 차가운 청하가
식도를 타고 위를 향해 직진을 한다.
난 이 느낌이 좋아
.
청하 마실 땐 안주를 거의 먹지
않
는다.
그래서 청하는 많이 못 마
시
고 빨리 취하는 편.
천천히 반 병쯤 마시고 있을 때
95. 개인 톡
"진짜 혼술 해요?"
"그럼 거짓말해?"
"어딘데요?"
"왜 물어봐~오게?"
"알려 줘야 가죠"
"멀어. 됐어"
"진짜 혼자 마셔요?"
"그렇다고!"
"어디로 가요?"
"멀다니까
~
됐어
.
그리고 술 마시면서까지 너한테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거든!"
"찍어줘요. 저 지금 나가요"
'뭐지? 그냥 해본
말인데.
이거 생각지도 못한 톡에
잔소리 술자리가 되겠군... 종일 시달렸는데'
"20분 후 도착
!
"이라는 톡.
청하 한잔을 들이켜고 잔을 다시 내려
또 잔을 채운다.
e book을 보고 있던 중 언제 왔는지 마주 보고
95가 앉는다.
택시 타고 왔단다.
"어! 잔이 두 개네? 누구랑 같이 마셨어요?"
"아니, 혼술"
"근데 잔이 두
개예요"
"혼술 할 때 잔 하나면 서글프잖아.
네가 와서 오늘은 잔
두 개가
다
쓸모 있네"
남자사람과 마주 앉아 마시는 술
되게 오랜만이다.
낯설기도 하면서
직장생활 오래 해온 나 지만
직장과 관련한 남녀후배 통틀어 단 둘 술은 처음이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공식적인 회식자리 외엔
시간을 낼 수 없는 생활밀착형 워킹맘.
남자후배라기엔 너무 먼 세대
.
" 갑자기 왜 왔어~종일 잔소리 듣고
또 듣고 싶던?"
"혼술이라니까 저녁 얻어먹으러 왔죠"
"저녁 안 먹었어? 배고프겠다.
먹고 싶은 거
있
으면 주문해.
난 간단히 꼬치 시켰어"
"그거면 돼요. 근데 웬 청하예요?"
"나 소주는 못 마셔.
예
전에 소주 마시고 생사를 헤맨 적 있잖아.
대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했었어. 친구
4명이랑
한 방을 사용하는 금주인 기숙사에서
나의 인생 첫
술! 두꺼비
빨간 병 진로
를
강소주로 마신 거야.
새우깡, 감자깡, 고구마깡
이
랑만 먹어서 강소주야
.
넌 모르겠다. 그렇지? 아무튼~
알코올을 처음 입에 댔는데 다들 아무렇지 않게 한잔씩 가득 따라서 한번에 마시길래 나도 따라 마셨지.
강소주
한 병에 응급실 실려 갔다 왔잖아.
일주일을 강의도 못 들어가서 친구가 대출(대리출석)해주고 먹지도 못해서 시름시름 앓다가 '나 이러다 어떻게 되는 거 아냐?'
그 후론 냄새도 못 맡아"
"진짜요? 술을 그렇게 마시면 어떡해. 처음인데.. 그때부터 대단한 여자였네 선배.
그럼 나도 청하 마실께"
"너 말이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
"편하고 좋아서. 선배랑 얘기하는 거"
"암튼 넌 네 술 마셔. 소주~ 뭐?"
"오늘은 청하 마실게요"
"청하는 이쁜 애들만 마시는 거야
.
우리 대학교땐 청하 먹는다 하면 다 이쁨 이상이었거든? 넌 안 예뻐서 안돼!"
"지금은 안 예쁜데 마시면 예뻐지나?
오늘은
예쁜 사람이
청하 마시니까
같
이 마시죠 뭐"
"너 멘트 왜 그래?
모쏠이라며 책으로 배웠어?
그런 건 너 맘에 드는 이성한테 어필할 때 쓰는 작업성 발언이야. 알아둬. 아무 때나 쓰면 안 된다"
"청하 마시면 예쁜 사람 이라면서요.
그래서 좀 맞춰 준거지."
함께하는 첫 잔은 청하로 건배.
"청하
괜찮은데~? 목 넘김이
좋아요.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가면 소주만 마시니까
청하라는 술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거봐 ~
예
쁜 맛이지!?"
"인정! 근데, 혼술 자주 해요?"
"아니 아이들 때문 시간도 없고 근처 친구도 없고
가끔 오늘 같은 날 정도?"
"오늘 같은 날은 어떤 날인데요?"
"종일 회사업무에, 특히 사람에 시달린 날!"
"저 때문에요? 선배가 저를 이해시키려고만 하니까
청개구리짓이 하고 싶었나 봐요. 미안해요"
"너 사과할 줄도 알아~? 신기한 경험이네"
"저 그렇게 앞, 뒤 없이 막 나가는 사람 아니에요.
저를 너무 쓰레기 보듯 하는 거 아녜요?"
"아님 됐어. 여기서 발끈하면 너 인정하는 거다!"
"(웃음) 한잔 해요"
조용히 서로의 잔을 채우고 한입에 한잔을 넘긴다.
"그런데 술을 이런데 혼자 와서 마셔요~
남편은요? 이렇게
예쁜 사람이 혼술 하는 거 알면 불안해 할거 같은데"
이혼한 사실은 나의 가족, 나의 친한 친구 두 명 외
엔
사회생활로 만난 관계에서는 아무도 모른다.
이혼이라는 이력에 아직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고
굳이 얘기를 해야 할 필요는
없
기 때문이다.
"주말부부. 지방에서 자영업 하고 있어"
"
그
렇구나~
그
런데 선배
지난번 다른 95와의 일은 저도 찾아봤는데
적정냉방온도에 관한 레퍼런스를~"
"95야! 나 오늘 이 자리 에선
직장과 우리들 일 얘기 안 하고 싶거든?.
너와 나란 인간에 대해서 얘기해 보쟈.
넌 지금까지 어떤 30년을 살아왔는지 말이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술자리가 되어갔다.
이런저런 얘기와 함께
청하를 여섯 병째
마시다 보니
내일도 아침 출근
인
우리는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우리 그만 가자.
너무 늦었어~ 많이 마셨고."
일어
나
계산하려던 찰나
"어?
왜 이러지?"
"무슨 일요? 안 돼
요?"
"모바일
카드가... 서버오류로
결제가 안
된
데...
조금만
기다려봐 봐.
근데 대게 황당하다.
혼술에 밥 사준다 해놓고
후배한테 얻어먹게 생겼네. 아~웃겨 "
"아 너무하네~ 아주 계획적인 거 같은데?"
안 기다려주고
결국 95가 계산을 했다.
"일부러 그런 거죠? "
"조금만 기다렸다 내가 했으면 됐는데
굳이 네가 결제한 거잖아. 급하긴!"
"오늘 제가 계산해야
선배가 미안해서라도
다음번
혼술할 때 또 저를 부를 거 아녜요.
다음 티켓 제가 미리 예매한 거예요!?
혼술 하지 말고 술친구 필요하면 꼭 연락해요
!
"
"너 좀
머리 쓴다!?
"
집 앞 이자카야를 나와서
95 택시를 타러 이동한다.
함께 취해서 걷는 동안
내 손을
살
며시 잡
으
면서 하는 말.
"손이 따듯해~"
"추워?"
"아니"
"뭐야 취했어?"
"청하가 달아서 너무 많이
마셨나 봐.
우리 술친구 할 때는
누나라고 부를게.
편하게 말해도 되지?"
"그건 상관없는데
직장에서 실수하면 어쩌려고?"
"걱정 마~그 정도는 아는 나이니까"
카카오 택시가 도착했다.
잡았던 내 손을
살
며시 빼내면서
"택시 왔다. 늦었어. 조심히 들어가~"
"저 그럼 가요~ 내일 봐 누나!"
95를 보낸 그 자리
에
,
난 한참을 멍하게 서 있었다
.
함께했던 술자리에서 나누었던 대화와
마지막에 손을 잡았던 95의 행동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쯤
서있던 그 자리를 벗어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술과 밤이 있는 한
남녀 사이에 친구는 없다"
너와 나, 우리는
생물학적으로는 남과 여이지만
사회학적으로는 누군가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아들이면서 나이차만 보면 엄마와 아들이잖아
.
술친구로만
우린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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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직장
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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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간호사
겨리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간호대학교를 졸업하고 오늘까지도 수술실스크럽간호사로 오랜시간 재직중에 있어요. 직업,일상과 관련된 픽션과 논픽션 글로 꾸준히 자주 인사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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