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공부한 수학 참고서는 수학의 정석이었다. 그때는 참고서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거의 수학의 정석으로 수학 공부를 했다. 요즘은 학생들이 학원에 다니는 것이 거의 필수가 되었지만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에는 과외가 금지되어, 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 학습에 참여하고 난 후, 독서실에서 자습을 하는 것이 유일한 공부 방법이었다.
고3 더운 여름날, 수학의 정석에 나와 있는 문제의 답은 -1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풀어도 -1이 안나오는 것이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하루, 이틀 계속 문제에 매달려 보았지만, 매한가지였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하지만, 주변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이 없었다. 궁리 끝에 어찌어찌해서, 수학 선생님의 전화 번호를 알아내어, 수학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선생님, 저 문제가 안풀려서요."
라고 수화기에 말을 했다.
내가 들은 답은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선생님의 분노였다. 엄청나게 화를 내셔서 더 말을 하지 못하고 떨면서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그 이후로, 나의 고3 시절은 황폐회된 사막과 같았다.
학력고사 한 달 전에서야, 내가 왜 그토록 힘들어했는가 하며, 가을날 서늘한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학력고사를 보러 갔다. 시험을 보고 나오는데, 시험을 본 학교 정문에 그 수학 선생님이 나와 계셨다.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보셨다, 그때에는 그 선생님이 왜 시험 장소에 와 계셨을까 의아해 했는데 세월이 지나 선생을 하게 되어 되돌아 보니,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위로를 해 주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