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를 보는 법

by 봄날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결코 잘 생긴 분은 아닌데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셨던 음악선생님이 계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학생들 앞에서 꽤 멋있는 척 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음악 수업 시간에 그 음악선생님께서 음악회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시고는 마침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음악회표를 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한다면서 음악회에 가보라고 멋있게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를 위한 음악회 표를 사기로 했다. 음악선생님은 나에게 몇가지 가격 옵션을 제시하셨고 나는 가장 싼 각격의 표를 샀다. 기억에는 표 한장당 1000원 정도였다..

그리고는 무슨 일인지는 기억에 남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와 같이 갈 수 없어서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와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음악선생님으로부터 구입한 음악회 표에는 좌석 번호가 적혀 있었다. 좌석의 위치는 3층 관람석이었다.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해서 좌석을 확인하고 지정 좌석에 앉아보니 3층 좌석은 너무 비좁고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때 나의 뇌리에는 음악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하신 말씀이 떠 올랐다.

"나는 음악회 표를 살 때 결코 비싼 표를 사지 않아.. 가장 싼 좌석의 표를 사서 그 좌석에 앉아 있다가 음악회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나고 관럼석 불이 꺼지면 로얄석 빈 자리로 옮겨 앉아서 감상한다. 음악회는 그렇게 보는 거야."


그래서 나는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께 나름 배웠다는 음악회 감상법을 설명해 드렸고 작은아버지는 "아... 그래?"하시면서 그러자며 흔쾌히 내가 말씀드린 방법대로 하기로 하셨다.


이윽고 음악회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관람석 조명이 꺼졌다. 어두운 상태에서 3층 관람석을 빠져 나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더듬더듬 비틀거리며 비좁은 3층 관람석을 나와서 1층 로얄석 자리로 내려갔더니 어둡기는 했지만 정말 1층 관람석 가운데 명당자리들이 텅텅 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렵사리 먼저와서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굽신굽신 양해를 구하며 가장 그럴듯해 보이는 가운데 좌석에 앉자 안도감이 몰려오며 그제서야 그때까지 흘린 진땀을 닦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음악회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좋은 좌석에서 편안하게 음악을 감상하는가 했는데 외국 여자분이 "미안합니다"를 연발하며 굽신굽신 앞 좌석 가운데까지 들어와서 이미 앉아 있는 사람 앞에서 서서 좌석표 번호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고는 내 머리 속은 하얗게 변하고 말았다. 결국 앉아있던 사람은 일어나서 어디론가 가버렸고 그 외국여자분은 자신의 좌석을 찾아서 앉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내 심장은 마구 뛰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나와 작은아버지 그리고 작은어머니가 앉아 있는 좌석의 주인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연주되는 음악이 무슨 곡인지 신경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얼굴은 머리 끝까지 빨개져서 화끈거리고... 음악회가 끝날 때까지 그 불편한 마음을 추수리느라 진땀을 흘리기만 했다.

작은아버지도 마음이 불편하시기는 마찬가지셨던 것 같은데 지금 정확하게 기억나는 것은 없다. 단지 쉬는 시간에 나처럼 얼굴이 붉어진 작은아버지 얼굴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작은어머니가 옆에서 "그냥 우리자리 가요."라고 작고 조심스럽게 몇번을 말씀하셨던 같기도 하다.

음악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무거운 분위기에 눌려 나는 작은아버지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연발했고 작은아버지께서는 "아니다. 좋았어." 하셨지만 내 미음은 그 말씀으로도 편안해지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그날의 음악회는 회복될 수 없는 불안함으로 기억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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