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나 이메일로 소통하는 요즘 사람들은 펜팔이 뭔지 모를 것 같다.
중학교 때 옆에 짝으로 앉게 된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영작을 해 달라고 했다. 못하는 영어로 나름 영작을 한다며 종이에 적었다가 지우고 다시 적느라 종이가 너덜너덜 해졌다. 그런 다음에서야 짝에게 "어거 잘 하지는 못했지만..." 하면서 너무 열의를 가지고 영작을 하느라 거의 기절 일보 직전까지 간 나는 꼬낏꼬깃 영작한 종이를 친구에게 내밀며 보여주었었다. 그걸 예쁜 편지지에 옮겨적은 짝은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러 간다고 했다. 그 친구가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해서 친구를 따라 갔는데, 어느 백화점 혹은 어떤 건물에 들어갔던 것 같다. 한 귀퉁이를 돌아가니 어떤 젊은 아저씨가 조그만한 의자에 앉아있었다. 그 아저씨는 내 짝을 보더니 가지고 있던 편지함에서 뭔가를 찾아서는 내 짝에게 주었다. 그리고 내 짝은 준비해 간 편지를 그 젊은 아저씨에게 전해 주었다. 그때 그 젊은 아저씨가 나를 보고 싱긋 웃는데 나는 덜컥 겁이 났었다.
'웃음에 넘어가면 안돼.' 속으로 이 말을 새기고 있는데 "외국 친구랑 펜팔 해 볼래? 내가 해석해 줄게." 라고 그 젊은 아저씨가 말했다.
"아니요."
주저주저 하다가 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서 내 짝과 같이 그 조그맣고 이상한 자리를 벗어나서 나오다가 짝에게 이렇게 말했다.
"잠깐만."
그리고는 돌아서서 그 작은 점포로 가서는 떨면서 말했다.
"한 번 펜팔 해 볼게요."
그때 그 말을 하기가 어려워서 사실 무척이나 많은 용기 필요했다. 요즘도 그렇지만 난 가끔 예측할 수 없는 순간 엉뚱하게 나름 대담한 용기를 내곤 한다. 그때 내 영문 이름을 작은 점포의 그 젊은 아저씨가 가르쳐 주어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영어로 적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독일 어딘가에 있는 얼굴 모르는 친구와 펜팔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편지를 받아보니 영어 해석도 어려웠지만 그 독일 친구의 영어 손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워서 편지를 받는 게 너무 부담이 되었다. 그 젊은 어저씨의 도움 없이 영작을 하겠노라 선언하고 편지를 적으려다 보니 편지를 적으려 할 때마다 머리속이 까맣게 타 버리는 것만 같았다. 자기 소개 정도의 편지를 몇 번을 주고 받다가 그만 펜팔을 더 하지 않겠다며 포기해 버렸다.
그 시절 외국 친구와 손 편지 한번 주고 받으려면 한달 이상 기다려야 했던 것이 일상이었지만 내 급한 성격에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