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면 성당에 갔다. 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성당에 가고 있었다. 평소 자주 다니던 길이었는데, 그날에서야 길가에 고양이 펫샾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기심에 고양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 갔더니, 내 손보다 조금 큰 크기의 아기 고양이들이 투명한 아크릴 케이지에 들어 있었다.
고양이들의 울음 소리로 샾 안에는 사이렌 경보를 틀어 놓은 것만 갔았다. 가게 점원의 눈치를 보며, 고양이들을 한 마리씩 관찰했다. 그중에 털색이 노란 아기 고양이가 눈에 띠었다. 끊임없이 “야이옹 야이옹”하며 울고 있었다. 아크릴 상자 앞쪽에 태어난 날짜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한 달 전에 태어난 아가였다.
그 이후로, 성당에 갈 때마다 고양이들을 보기 위해, 고양이 샾에 들렀다. 그리고는 일이 바빠서 석 달 정도, 성당에 가지 않았고, 고양이를 볼 수가 없었다. 그 후, 오랜만에 마음을 먹고 성당으로 가는 길에, 다시 고양이 샾에 갔다.
그전에 봤던 아가들 중에 어떤 아가는 분양이 되었는지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노란 고양이는 4개월이 된 채로 한 달짜리 고양이에게도 좁은 케이지에 갖혀 있었다. 울지도 않고 멍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몸을 구부려 그 작은 케이지에 앉아있었다. 꺼내 주고 싶었다. 이전에는 가격이 높아서 분양을 받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는데, 고양이를 케이지에서 구해내 자유롭게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니, 목돈 얼마를 지불하는 것 정도는 감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를 키워 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를 위한 물건이 아무 것도 없었다. 우선 가게에서 파는 고양이 화장실과 천으로 된 고양이 이동장을 같이 샀다. 고양이를 진열대 케이지에서 꺼내, 이동장으로 옮겨 넣었다. 가게 점원은 나에게 고양이가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아가용 먹이를 주었다.
다행히 고양이 가게가 집에서 멀지 않아, 이동장을 집까기 그대로 들고 올 수 있었다. 집은 분리형 원룸이라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기에는 좁은 집이었다. 고양이를 좁은 케이지에서 구해 주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넓은 공간을 고양이에게 마련해 줄 수 없어서 고양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뭘로 지어줄까?‘
고민을 하다가 ’리노‘ 라는 단어가 떠 올랐다. 그런데 고양이가 수컷이라 남자 아이 같은 이름을 지어 주어 주고 싶어서 ’리누‘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렇게 고양이는 리누가 되었다.
아깽이 시절을 좁은 케이지에서 지내고 캣초딩이 되어서야 케이지 밖으로 벗어난 리누는 처음에는 겁에 질려, 이동장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두 눈의 동공이 확장되어 눈이 동그랬다. 몇 시간이 지나자 살짝 이동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변을 살피더니 한 발짝씩 밖으로 나왔다. 밤이 되어 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야 하는데 거실에 혼자 두기가 걱정이 되어 리누를 이동장에서 꺼내어 방에 옮겨 놓았다. 그러자 침대 틈 사이로 들어가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을 자지 않는 바람에 나도 잠을 잘 수 없었다.
침대 틈 사이에서 꺼내어 침대 위애 올려놓고 나는 침대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다 “뿌지직”하는 소리가 나서 눈을 떠 보니, 리누가 집에 와서 첫 응아를 그만 침대 위에 하고 만 것이다. 침대는 응아로 얼룩이졌지만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화장실을 방에 넣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리누는 아침이 되기까지 작은 응아를 침대에 몇 번 더 갈겼다.
아침이 되어 나는 방에 있다가 거실로 나왔다. 그러면 리누도 방에서 거실로 쉽게 나올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방문 앞에서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말았다 하며,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적응도 안 되었는데 방을 이리저리 옮겨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어럽게 하루, 이틀, 사흘을 지나 리누는 새로운 세계를 맞보기 시작했다. 집이 좁아서 물건들이 구석구석에 놓여 있었느데 리누는 그 물건들의 틈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 코에 거뭇거뭇한 때를 묻히고 다니기 시작했다. 구석의 먼지가 묻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코의 피부에 각질이 생겨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누가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 처음으로 응아를 했을 때에는 일명 집사들이 말하는 맛동산을 누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 설사를 해서, 화정실에 다녀오면, 응아를 발에 묻히고 다녔다. 사태가 심각했다.
예방 접종이 필요해서 동물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은 곰팡이 피부병 같다고 했다. 약을 먹이고 목욕을 2~3일에 한번씩 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은 리누가 어려서 약을 먹이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지만 온몸의 털에 곰팡이가 퍼져 있어서 약을 안 먹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리누의 병원과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경황이 없어서 설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물어보지를 못했다. 그냥 리누가 알러지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하고 생각했다. 약을 한 달 동안 먹이고 목욕을 수시로 하여 곰팡이 피부병은 나을 수가 있었다. 그때 곰팡이 피부병이 나에게도 전염되어 팔과 다리가 무척이나 가려웠다. 약을 먹고 발라도 소용이 없었다. 리누의 피부병이 나아서야 나의 피부병도 나을 수 있었다.
그 후로 설사는 1년이 넘게 계속되었다.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한 후, 새로운 동물 병원으로 병원을 옮겨서 진찰을 받게 되었다. 대장이 안좋은 탓에 설사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장에 좋은 사료를 줘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 장내 세균 pcr 검사를 권하셔서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제서야 원충 때문에 리누가 설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누에게 두 달동안 처방 받은 약을 먹이고서야 리누의 설사가 멈췄다. 리누는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묘생 절반이 넘는 시간 동안 설사를 해 온 것이다.
리누를 보면, 귀족 왕자님 같다. 연미색 털에 큰 눈이 브리티쉬 숏헤어의 혈통임을 보여 준다. 이렇게 잘 생긴 아이가 고양이 가게에서 안 팔리고 있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 가게에서 리누를 데리고 올 때 점원이 말했다.
“고양이가 알러지가 있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괜찮아요.”
그런데 리누와 살며 그 알러지가 절대 괜찮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중성화 수술을 마친 후, 목에 차고 있던 넥카라를 풀어 준 날, 리누는 가려웠는지 목을 발로 긁었다. 그런데 발로 긁은 자리에서 피가 났다. 목이 피로 흥건한 것을 본 나는 놀라서 병원으로 리누를 데리고 갔다.
넥카라를 다시 하게 된 리누의 목에 약을 발라 주는 일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서야 리누의 피부에 생긴 상처가 나을 수 있었다. 요즘에도 감미료가 들어간 간식을 주면, 호산구성 염증이 생겨 입술이 부풀곤 한다.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리누는 파양이 되었던 아이였다는 것을.
리누는 다행히 그간 앓았던 모든 질병에서 해방되어 행복한 묘생을 살고 있다. 아픈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지만, 고양이가 주는 안락함에 그 모든 시간을 감내할 수 있었다.
리누! 고마워! 같이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