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구실을 쓰고 있는 선생님이 갑상선암에 걸리셨다. 학기 중이라 선생님은 수술을 한 다음 쉬지 못하고 바로 출근을 해서 강의를 해야 했다. 공강 시간에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수술 후유증에 대해 알게 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저칼슘 혈증 때문에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이리저리 알아보니 갑상선 절제 수술을 하고 그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
"어머. 어쩌나요."
그래도 얼굴빛은 괜찮은 것 같아서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읺았다.
금요일에 일이 있어서 잠시 연구실에 가야 했다. 연구실 문을 카드키로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김선생님이 출근하는 날이기는 했지만 수업이 있는 시각이라 아무도 없을텐데 문이 안잠겨 있어서 의아해하며 문을 열었다.
김선생님이 자리에 계셨다. 새빨개진 눈으로 울고 있는 모습을 본 나는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김선생님 옆으로 갔다.
"무슨 일 있었어요?"
"증상이 또 나타났어요. 근처 병원에 가려고 전화했더니 수술한 병원으로 가라며 진료 거부를..."
김선생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근처 병원에라도 가요."
김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나는 무슨 말인가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복도로 뛰어나가서 급히 사무실로 갔다.
"김선생님이 암수술을 했는데 지금 아파요."
말을 하는데 혀가 굳어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나의 얼굴 본 과장님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언제부터 그랬어요? 오래되었어요?"
"저, 조금 전에 왔는데 선생님이 울고 있었어요."
"그럼 119 불러야죠."
과장님과 나는 연구실로 갔다.
김선생님은 뭔가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선생님은 허둥대며 119에 전화하는 나와 과장님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냐고요?"
전화기 너머 119 대원의 물음에 반문을 하며 김선생님의 얼굴을 보았다.
"움직일 수 있어요."
김선생님은 차분히 말했다.
곧 이어 도착한 구급차에 김선생님은 걸어 가서 올랐고 나도 같이 병원으로 향했다. 허둥대던 내 옆에 서 있던 과장님은 휴강 공지를 하겠다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소동이 마무리되고 칼슘 수액을 맞아 안정을 찾은 김선생님은 오후가 되자 연구실로 돌아왔다.
"학교에 알리지 않으려 했는데 소문이 다 나버렸네요."
푸념을 하듯이 김선생님이 말했다.
"교수님. 병은 알려야 한대요. 다음주부터는 비대면으로 수업하면서 집에서 쉬시는 게 어때요?"
김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김선생님과는 그날 저녁 9시가 넘을 때까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말을 했다. 위로를 해주겠다던 생각은 간데없고 오히려 내 이야기를 더 많이 한듯하다.
다시 못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연구실을 같이 쓰던 선생님과의 마지막 시간일 것 같아서 그 시간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작별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였다.
'소문이 다 나버렸어요'
선생님의 그 말이 불현듯 떠올렸다.
그러자 낮에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많은 사무실에서 김선생님이 암수술을 했다고 외쳤고 그리고 선생님이 울고 있었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선생님에게 병원에 가겠냐고 물어보고 선생님의 의사를 존중해서 119를 불렀어야 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먼저 119에 전화를 했다.
'메세지라도 쓸까? 미안하다고'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반성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나이가 60이 다 되어가면서도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자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