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통장엔 천만 원도 없을까]
혹시 영화 ‘기생충’ 보셨나요? 영화의 대표적인 배경인 반지하 집의 구체적인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되신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출처 : 영화 ‘기생충’ 중 한 장면
저는 반지하 주택, 소위 반지하에서 자랐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있는 첫 번째 집은 반지하도 아닌 완전한 지하였습니다. 일반 건물의 지하 1층 정도는 족히 되는 깊이였고 5,6살 아이의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그다음 집은 이전에 살던 집에 비해 내려가야 하는 계단의 개수가 절반 정도되는 반지하였습니다. 이 집은 대로변에 있어서 등교 시간에 혹시나 계단을 올라 집 문을 열 때 ‘우리 학교 학생을 마주치지 않았으면!’하고 마음 졸이면서 문을 열고 주변을 살폈던 웃픈 기억도 나네요.
그리고 한번 더 반지하 집을 거쳐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상에 살게 됩니다. 그때 제 나이는 24살이었습니다. 빌라 6층 탑층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일반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출처 : 영화 ‘기생충’ 중 한 장면
앞서 ‘기생충’ 얘기를 했는데요.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아니 보지 못했다고 해야 할까요. 제 기억 속에 있는 그 환경을 상세히 묘사한 장면을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웃으며 얘기했지만, 사실 반지하에 살던 그 시절은 제게 결코 좋은 기억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분명히 힘든 기억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생충’을 보면 반지하 집에 살던 시절의 기억과 그때의 감정이 저를 너무나도 강하게 잠식시킬까 봐 두렵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이처럼 저는 그리 쾌적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흔히 ‘흙수저’라고 불릴 수 있는 그러한 환경이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지금은 이전보다 조금은 나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생각 없이 마냥 밝기만 한 고등학생으로 지내던 제게, 변곡점이 찾아왔습니다. 고2에서 고3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을 앞둔 어느 날, ‘계속 이대로 지내면 내가 받은 가난을 자식에게도 물려주게 될 수밖에 없겠구나. 가난이 대물림되는 걸 나의 대에서 끊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독서실 서랍에 초코파이, 몽쉘, 오예스를 박스로 넣어놓고 꺼내 먹으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다른 사람들이 10년 동안 공부한 걸 1년 만에 따라잡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실행했습니다.
한 번의 독학재수를 거쳐, 인서울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일반병사보다 월급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군대도 장교로 복무를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전역 후에는 ‘돈을 제일 많이 받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아 입사해서 또래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약 5년 동안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그토록 바라던 ‘일반인’의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 출근해 동료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수준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는 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제게는 굉장히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에필로그를 적으며 이렇게 제 얘기를 장황히(?) 말씀드린 이유는, 저와 비슷한 혹은 저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내 통장엔 천만 원도 없을까]를 기획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먼저, 여러분은 소중합니다. 모든 가정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제 주변이나 제가 알고 있는 가정들 중 반지하에 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은 대부분 아쉽게도 가정 내 갈등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싸우게 되는 경우가 아무래도 많을 수밖에 없거든요. 예를 들어, 자녀들이 학원이 다니고 싶어서 그걸 부모님께 말하는 순간, 부모님의 한숨이 새어 나오거나 그 사안으로 한쪽은 보내자, 한쪽은 생활비가 부족하다며 싸우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이러면 그 자녀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스스로 제거해나가게 되죠. 그리고 자신보다 돈을 더 소중히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당신은 돈보다 소중합니다. 이 사실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비단 감정적으로 위로를 전달해 드리는 것이 아닌 여러분이, 우리가 살아나가며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하는 것 중 하나인 ‘자존감’과 상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존감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소중한 존재라는 걸 꼭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꿈을 꾸고 목표를 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주기 바랍니다. 환경이 힘들면 미래를 그리고 준비하고자 마음먹는 게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장에 돈이 없고 생활이 힘든데 미래를 꿈꿔서 뭐 하나? 그건 지금의 나에게 너무 꿈같은 얘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갖고 싶었던 것을 갖지 못한 경험이 꽤나 많을 것이기에, 목표가 없으면 미래를 대비하며 저축을 하는 등 생산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현재의 만족을 위해 바로 소비를 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없는 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채, 목적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차를 운전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목적지를 모르면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지금 차에 있는 기름의 양은 충분한 건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없죠. 목표가 없으면 이와 똑같습니다. 지금 내 준비상태를 체크할 수 없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목표를 잡고 그에 맞는 과정을 생각하고 밟아나가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돈 공부를 하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부 정책에 따라 경제에 어떤 영향이 가는지 등 경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먼저 돈에 관심을 가지고 돈이 어떻게 작용하고 움직이는지, 돈을 버는 것과 모으는 것, 그리고 지키고 불리는 것에 대해 공부하길 바랍니다. 저와 비슷한 환경에 있으신 분들은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으로부터 돈에 대해 배우지 못했을 가능성이 조금은 높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 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나 자라면서 ‘돈은 나쁜 것이라고, 더러운 것이라는 말을 들어보시지 않으셨나요?’, ‘주식 투자하면 망한다고 듣지 않으셨나요?’, ‘대출은 빚이고 무조건 나쁜 것이다. 대출 없는 게 최고다.’라는 말을 듣고 자라지 않으셨나요? 아쉽게도 이 말들은 우리가 가난을 벗어나는 데에 도움을 주는 말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돈은 더럽고 나쁘고 피해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돈은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존재입니다.
제게는 꿈이 있습니다. 저처럼 혹은 저보다 힘든 환경에서 성장한 분들이 잘 성장하고 성공해서, 소위 흙수저를 탈피하고 난 후에,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아 그때는 진짜 힘들었다. 그렇지?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만의 낭만이 있었어? 하하하하’ 이렇게 웃으며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흙수저를 탈출해서 잘 살고 있냐고요? 글쎄요. 대기업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저의 기준에서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앞서 드린 말들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고, 꿈과 목표를 설정해 그를 향해 나아가고, 지긋지긋한 존재라고 듣고 자랐던 돈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아 이 정도면 우리 잘 살아왔다. 잘 버텼다.‘하면서 웃으며 대화하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또 간절히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