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렙 Nov 23. 2023

메모의 중요성

나는 글을 쓰지 않고 ‘조립’한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보니, 그 작업 과정이 이전에 생각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막연하게 작업 과정을 낭만적,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기분을 좋게 해 주는 음악을 틀고(상상 속에서는 주로 재즈였다.)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이전에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 번에 글을 끝까지 완성하거나 꽤나 많은 분량을 쓰는 모습을 그렸다.

 물론 앞에 서술한 것처럼 작업을 하시는 작가님들도 계시겠지만. 대부분은 환경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작업 과정이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라 감히 ‘확신’한다.


 나의 현실 역시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속이 쓰리기에 커피를 바로 마시지 못한다. 공간에는 재즈처럼 집중력을 올릴 수 있는 음악보다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영상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글쓰기 실력과 의자에 붙어 앉아있는 힘이 부족하기에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글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평소에 틈틈이 생각을 정리한 메모들을 커다란 주제 안에서 그에 맞게 내용을 수정하고, 문장을 다듬어 적절한 위치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마치 작은 조각조각들을 조립해서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그래서 글을 쓴다기보다 글을 ’조립‘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브런치북의 ‘글 쓰는 사람’ 글의 내용 중,  ‘생각을 놓치는 게 무서워서, 어떤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스쳐가면 얼른 메모장을 켜서 기록한다.’고 쓴 것처럼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짧은 생각이나 아이디어, 혹은 문장들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를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메모 앱에는 참으로 다양한 주제나 소재와 관련된 생각들이 들어차있다. 이는 하나의 큰 결과물을 완성시키기 위한 가장 작은, 최소의 형태를 가진 ‘레고 블록’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블록들을 조립해 글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메모의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마치 레고나 건담 같은 피규어를 만들기 위해 책상에 앉아있는데, 기본 블록이나 파츠가 하나도 없어서 그 블록과 파츠부터 하나하나 다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과 같은 아득한 느낌이다.

 그럴 때 미리 적어놓은 재료(메모)들이 있다면, 작업에 임하기 전부터 마음가짐부터 다르다. 작업의 난이도가 제로베이스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월등히 내려가기 때문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수 있고, 그렇게 마음이 편할 때 더 좋은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떠올라 작업에 가속이 붙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오히려 메모를 보고 영감이 떠올라 글을 쓰기도 한다. 주제를 잡은 후에 글감을 찾기 위해 메모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전에는 별 계획 없이 적어놓았던 메모들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라 한 편의 글로 발전시키기도 하고, 다른 콘텐츠 아이디어로 활용할 수 있다.


 평소에 메모를 통해 기록을 남기는 것은 꼭 글쓰기와 같은 창의적인 작업을 위함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살아감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상 깊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해 삶에 적용하고 싶은 문장들을 메모를 통해 기억할 수도 있고, 중요한 스케줄을 기록해서 까먹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메모를 함으로써 우리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떠나보내지 않고 잡아둘 수 있다. 즉, 순간순간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 없고 쓸모없는 생각과 아이디어일지 몰라도, 추후에 도움이 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올 것이다. 최소한 ‘아 이때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하며 피식 웃을 수 있는 추억거리로라도 말이다.




 메모하는 것도 습관이다. 메모가 아무리 간단해 보여도 하는 습관이 들어있지 않으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손까지 이동시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나중에 또 생각나겠지’, ‘조금만 이따가 적어놓자’, ‘귀찮아’라는 생각으로 적지 않는다면, 그 좋은 아이디어는 영원히 휘발되어 버리거나 가장 적절한 시점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해서 손해보지 않는 것’들이다. 운동, 일기 쓰기, 독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메모도 포함된다고 본다. 잠깐의 귀찮음만 이겨내면 나만의 생각, 때로는 추억이 담겨 있는 저장 드라이브를 하나 갖게 되는 것이다.

 원래는 하지 않던 걸 새롭게 시작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럴 때는 가장 쉽고 단순하게 시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보는 곳이 어디일지는 모르겠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책상 앞, 침대 위 그 어디든지 상관없다. 지금 바로 스마트폰 ‘메모 어플‘을 켜보자. 그리고 이렇게 적어보자.


‘메모를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