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안 읽은 나는 어떡하라고!!
모임에서 브런치 작가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고 말하면, 참으로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그중, 꼭 한 분쯤은 이렇게 물어온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으셨나 보네요. 그러니까 글을 쓸 수 있는 거 아니에요?” 혹은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나요?”라고.
그럴 때면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우선 지금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잘’ 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섣부르게 답변을 하는 건 양심에 걸려서 도저히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질문을 주신 분들이 내 글을 미리 봤다면 아마 질문을 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물음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만들었다.
작가님들의 인터뷰나 자서전 등에서 하신 말씀들을 토대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대체로 책을 많이 읽는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대체로’라고 굳이 언급한 이유는 간혹 소수의 ‘그렇지 않은’ 작가님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말 책을 많이 읽어야 글을 잘쓸 수 있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적어도 내가 내린 결론은 ‘어느 정도 그렇다.’이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굳이 의식하며 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좋은 문장들이나 글의 구성이 체화된다. 좋은 영감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채워지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평소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떠올리기 쉽지 않은 좋은 아이디어들도 다른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인풋’의 과정을 통해 좋은 ‘아웃풋’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재료들이 내 안에 채워짐으로써, 즉 독서를 많이 함으로써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운동으로 비유해 보면, ‘윤성빈 선수’를 예시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윤성빈 선수는 기본적인 운동신경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꾸준한 운동을 통해 엄청난 기초체력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해본 운동이 아닌 새로운 운동을 하더라도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기록이나 결과가 나온다. 본인의 주종목 운동을 하며 만들어놓은 기초체력(인풋)이 바탕이 되어 다른 운동을 하더라도 높은 성과(아웃풋)가 나오는 것이다.
글을 쓸 때, 책을 많이 읽으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윤성빈 선수의 몸이 다른 운동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되어 있는 상태이듯이, 독서를 많이 한 우리의 생각 또한 새로운 글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어렸을 때나 평소에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사람은 글쓰기를 도전하면 안 되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 안에 글을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들을 집어넣는 ‘인풋’의 영역이다. 또한 역설적일 수 있지만, 기존 책들을 많이 접하지 않았기에 기존 글들과는 차별화된 색다르고 유니크한 글을 쓸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글을 많이 ‘끄적여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퀄리티가 떨어지더라도 우선은 신경 쓰지 말고, 부담을 내려놓고 ‘아웃풋’을 지속적으로 내놓아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기를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기는 어차피 혼자만 보는 것이기에, 일기를 쓰는 건 부담을 내려놓고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매일매일 쓰게 되므로 지속적으로 글을 쓰며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에 좋다. 꼭 매일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기록들을 쌓아나가면, 글쓰기 실력도 점차 높아져 갈 것이다.
정리해 보면,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글을 쓰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책을 많이 읽어야만 글을 잘 쓸 수 있다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물론 이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들을 직접 텍스트로 옮겨보고, 메모해 보면서 그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행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어렸을 때, 혹은 지금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해서 ‘난 글을 쓸 수 없을 거야’, ‘어렸을 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따라잡을 순 없어’와 같은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지난 시기는 중요치 않다. 지금부터 나의 기록을 쌓아나가고,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