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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렙 Nov 13. 2023

숫자의 유혹

나의 만족을 위함인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받기 위함인가


 요즘 들어 글을 올리고 난 후에, 한동안 브런치 어플을 나갔다가 들어왔다 하면서 우측 상단의 종모양 알림 아이콘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글을 발행하고 난 직후가 알림이 가장 많이 생기기에 이때는 정말 나도 모르게 계속 보게 된다.(이 때는 그렇게 좋아하는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구독자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라이킷도 많이 눌리지도 않지만, 그래도 몇 번 알림이 울리는 것을 경험하고 나니 신경이 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괜히 새로운 글을 올렸는데도 라이킷이 이전 글만큼도 생기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다운되고 실망감이 올라온다. 중요한 건 그 숫자가 아닌데 말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목적,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바로 이 알림이다. 날 행복하게 하면서도, 실망도 하게끔 하는...)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주 막연하게’ 브런치를 통해 작가로서 인지도를 얻고 유명해지면 당연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풍문(?)으로는 출판사에서 브런치를 둘러보고 글이 좋은 작가에게는 협업 제안을 한다고 들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하게 ‘나도 그런 제안을 받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된 후에 ‘작가에게 제안하기’ 버튼을 봤다. 들었던 풍문이 뜬소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두둥!) 그때, 글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다는 나의 열망(혹은 욕망)은 더욱더 커져가고, 아니 거품처럼 급속히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평소에 가만히 앉거나 혹은 이리저리 서성이며 상상하는 것을 즐긴다. ‘작가에게 제안하기’ 버튼을 보고 이미 커져버린 유명세(?)에 대한 열망은 구체적인 상상의 세계로 나를 집어넣었다.

 출판사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아 책을 출판하는 모습을 그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출판한 책을 주변 지인들과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고, 이를 포트폴리오 삼아 청중들 앞에서 북토크와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까지 그렸다. 구체적으로 상상하니 사람들 앞에 서기 전 느낄 수 있는 긴장감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인플루언서처럼 유튜브 채널이나 방송에 출연해 “여러분도 글쓰기를 시작하세요! 글을 쓰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하루에 한 줄이라도 써보시는 걸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와 같이, (이전에는 나도 공감하지 못했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말들을 하고 있는 모습도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뛰고 기분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왠지 모를 위기감도 동시에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 곁가지에 관심이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하고 가볍게 생각해 볼 것이 아니라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이 어떤 것인지, 그 방향성은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이유가 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쓰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 쓰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내려진 결론은 ‘나는 나의 만족과 다른 사람의 관심, 솔직히 둘 다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깊게 생각해 보기 전까지는 ‘나만 만족하면 되지! 어차피 글을 다른 사람이 보는 곳에 올리는 것도, 그래야 더 부담감이 생겨서 잘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거니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니 인간의 본능인 건지 몰라도, 또 너무 심하지 않은 선에서 어느 정도는 관심을 받고 싶다. (참 까다롭다.)

 그러나 결국, 거기에 매몰되고 싶진 않다. 매몰되면 나만의 개성이 담긴 글을 ‘자유롭게’ 쓰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내 성격상 글을 쓰는 재미를 잃게 되고, 글 쓰는 데에 부담을 느끼며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구독자나 라이킷 등의 숫자가 덜 나오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덜 보이더라도 나는 글의 숫자를 늘려갈 것이다. 쌓아갈 것이다. 그 글들이 결국은 나의 보물이 되고 시간이 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될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에.

 고로 나의 글들을 통해, 글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지금은 어디 가서 보여주기 민망한 수준의 글들일 수 있지만, 언젠간(반드시!!) 그 누구에게도 자신 있게 글을 보여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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