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브런치 작가의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
요즘은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뻔뻔하게도(?) 글을 쓰고 있다고 답한다. (사실 말하면서 귀가 빨개진다.) 그러면 보통의 반응은 ‘오오’, ‘멋지시네요’ 이렇다. 심지어 ’맞춤법 좀 봐주실 수 있나요?’ 하시는 분도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게 참으로 ‘있어 보이는’ 일이다. 나는 정말 말 그대로 글을 쓰고 있을 뿐인데... 이게 다 나보다 앞서 글을 쓰셨고, 또 쓰고 계신 분들이 만들어놓으신 대단함 덕분이다. 그래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건 한편으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왠지 그 선배님들처럼 나 또한 지적이어야 할 것 같고, 논리적이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나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브런치 링크를 달라고 했음에도 부끄러워서 주지 않은 적도 있다. 바보처럼.) 물론 글을 읽은 후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면 정말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지게 된 것처럼 좋다. 하지만 글을 보여줌으로써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내게, 나의 글에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게 지금은 좀 더 두렵게 느껴진다. 이것은 즉, 지금 시점에서 내가 내 글에 완벽하게 만족하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작가로서 내가 내 글에 완벽하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어쩌면 글을 쓰면서는 ’평생 동안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작가님들도 좋은 글을 써놓고도 더 수정할 부분은 있는지, 이러한 내용이 들어가면 더 좋을지, 혹은 반대로 이 내용은 빠지는 게 흐름이 매끄러울지 등등 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정하며 타의든 자의든 정해놓은 마감기한까지 고민을 하다가 ’그래. 이 정도면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을 근거로 마감을 하지는 않을까.
대작가님들이나 작가 선배님들께서는 어떤지, 추후에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꼭 여쭤보고 싶다. ‘정말 내 글에 자신감을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게 부끄럽지 않은 시점이 오는지, 올 수 있는 것인지.’
글을 쓰며 생긴 습관이 있다.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명탐정 코난‘에서 생각이 촥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바로 메모 앱을 켜서 메모장에 기록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멋진 습관으로 보이지만, 막상 그 이면에 있는 이유는 마냥 멋있지만은 않다.
‘이 생각들을 놓치는 게 무서워서’ 기록한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새로운 기획에 활용해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라는 누구나 봐도 멋진 이유면 좋으련만, 나는 지금 떠오르는 생각들이 다시 나에게 와주지 않을까 봐, 그게 두렵고 한편으론 무서워서 그 생각들을 내 메모장에 잡아두고 싶어서 허겁지겁 메모 앱을 켠다.
머릿속 생각들, 문장들을 메모장에 옮겨 적은 후에야 크게 숨을 내쉰다.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 텍스트로 옮겨 적기 전에는 무슨 큰일이 난 것처럼 숨을 잠깐 멈추고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리고 마치 오늘 할 일을 다 끝낸 것처럼 뿌듯하게 메모장을 바라본다. 이 생각과 문장들이 또 다른 아이디어로 내 안에서 태어나기를 기대하며.
글을 좀 더 잘 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중에 있다. 글쓰기가 나의 일이라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들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망설이고 있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글쓰기 수업을 통해 ’나만의 고유한 글맛이 희석되면 어떡하지?‘라는 혼자만의 괜한 걱정과 착각과 핑계가 결합된 것이다.
글을 아직 많이 써보지 않은 만큼 나만의 스타일이 잡혀있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를 수업을 통해 잡아가면 좋을 것 같으면서도, 반대로 많이 써보지 않았기에 말랑말랑해서 만지기 좋은 상태인 나만의 글쓰기를 소위 ‘잘 나가는 글’의 형식으로 정형화시키고 싶지 않다는 약간은 재수 없는 생각이 있다. 정형화된다면 나만의 색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이 배우는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나오는 다른 배우들과는 차별화된 아주 색다른 매력이 있어요.
영화나 드라마 감독님들의 이런 인터뷰도 종종 볼 수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내겐 아직까지 이렇게 ‘특별함‘을 지닌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천재가 되고 싶은 열망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나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한 방법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항상 던지게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고민과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해나가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공부를 말이다.
글을 쓰면서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과 고민들을 하게 된다. 그 시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이러한 생각과 고민들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마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글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나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의 자아도취면 심각한 수준이다.)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 너무나도 멋지다. 그리고 내가 이것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다. 그래서 더욱 이 정체성에 어울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어디 가서 누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을 때, 지금보다 더 뻔뻔하면서도 당당하게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귀가 빨개지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