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런치북을 발행해 보며
2023년을 시작하며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바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계속 그래왔듯, 목표만 세우고 미루기만 했다.
8월이 되어서야 생각했던 주제들에 대한 글을 쓰고 정리하기 시작했고, 작가 신청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드디어 나도 선망하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다. 심지어는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서 나를 소개할 일이 있을 때, 회사를 말하지 않고 브런치 작가라고 말할 정도이다. (주책이다.)
10월 22일. 브런치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본 것 같고 익숙한 날짜이지 않은가? 바로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마감일이다. 나의 첫 브런치북도 이 날 탄생했다. 그것도 아주 허겁지겁.
그렇게 고대하던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도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던, 아니 감히 쓸 생각조차 못하던 나에게 이 프로젝트는 강제적으로(?) 글을 써야 할 데드라인을 잡아주었다. 제출한 브런치북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다만 응모 기간 내에 제출하기 위해서 글을 쓰다 보면 브런치북 하나는 어떻게든 완성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마감 당일 저녁 8시 59분, 응모를 완료했다! (두둥!)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써보고 그 글들을 묶어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면서 느꼈던 점들이 있다. 이에 대해 기억하고 반성하고 보완해 더 성장하고자 기록을 남긴다.
돌아보면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처음 한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작가인 척 하기’였다. 마치 예술가가 된 것 마냥 자유로울 때 영감이 생긴다며, 불규칙하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만 글을 쓰는 등 자유롭게(?)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감에도 글은 쌓이지 않았다. 대신 그 자리를 ‘난 왜 이러지? 다른 사람들은 잘만 쓰는데 왜 나는 이렇게 글을 못쓰겠지?’ 하는 자기 비관만 쌓였다.
계속해서 글쓰기를 미루다가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서 뒤늦게 부랴부랴 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루틴이 잡혀갔다. 루틴을 만들고 그에 맞춰서 글을 쓰다 보니 글 쓰는 속도도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편해졌다. ‘나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래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긍정적인 자기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 확신은 글쓰기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고, 작업의 능률이 높아지니 글쓰기가 더 재밌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혹시 글을 쓰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자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기다린 적이 있는가? 처음 피드백을 요청하고 기다릴 때 느꼈던 감정은, 마치 옷을 발가벗은 느낌이었다. 써 내려갈 때는 충분히 좋다고 생각했던 글들이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 같게 느껴지고 ‘이 부분은 글의 주제와 맞지 않은 거 같은데 괜히 썼나?’ 하며 세상에서 가장 엄격한 비평가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피드백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글을 쓴 내 눈에는 좋아 보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는 좋지 않은 부분도 분명히 있고, 또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나 문장을 피드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면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마냥, 아니 세상까지는 아니고 한국을 다 얻은 것 마냥 기쁘다. 거기에 글에 대한 자신감도 한층 올라간다.
설사 부정적인 피드백이 오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물론 당장 그 순간에는 기분이 좋진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기분 나빠할 일도 전혀 아닌 것이, 글에 대해 부정적인 피드백을 한 것이지 나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나에 대해 한 거면 기분 나쁘다.) 그리고 단지 글의 초안이 좋지 않았던 것뿐이고, 피드백을 통해 더 나아질 일만 남은 것이다. 더 나빠질 일은 없는 것이다.
글을 쓴 작가 본인이 본인이 쓴 글에 자신감이 없으면 발행 버튼을 누를 수가 없다. 초안을 작성하고 피드백을 통해 아무리 보완해도 내 글이 이뻐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 앞에 내놓기 어렵다.
글에 자신이 없는 경우는 정말 글의 퀄리티가 낮은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욕심이 생길 때이다. 사실 애초에 우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실제로 마주했을 때의 감정은 완전 다른 얘기다. 솔직히 나도 내가 쓴 글들이 라이킷을 많이 받고 긍정 댓글이 많이 달리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몇 명, 단 한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하거나 혹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글이 완벽하지 않고 스스로 잘 쓰지 못한다고 생각이 되어도 내 맘에 든다면, 전부를 만족시키지 못하겠지만 누군가는 내 글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며 과감히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도 좋다는 것이다.
‘내가 내 글을 좋아해 주지 않으면, 그 누가 내 글을 좋아해 주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브런치북 응모를 완료한 뒤, 2주 하고도 하루를 더 쉬었다. (그렇다고 다 내려놓고 쉬기만 한 것도 아니다. 가만히 있는다는 게 무서워서 문장들을 끄적여보고, 글 주제들을 생각해 보며 지냈다. 저만 이런가요?) 사실 글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써오신 분들은 ‘그 브런치북 하나 쓰는 게 뭐 대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내게는 처음이었던 만큼 재밌으면서도 낯설고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여정이 기대되는 건, 내가 브런치 작가로서 글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올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무엇인가요?” 누군가가 물어본다면, “브런치 작가가 된 거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