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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렙 Nov 27. 2023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물음이 불편했던 이유

‘영화인의 자세’에서 답을 찾다.


  TV 연예 프로그램이나 네이버 연예뉴스(아, 여기서는 ‘다음’이라고 말해야 하나!)에서 영화 제작발표회를 본 적이 있는가? 사회자가 감독, 출연 배우들에게 가벼운 질문뿐만 아니라 다소 깊이 있는 질문들도 하며 인터뷰를 진행한다. 여기서 볼 수 있는 영화 관계자들의 인터뷰와 영화에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태도, 자세는 나에게 영감을 줌과 동시에 도전이 된다.


 영화인들 즉 감독, 배우는 물론 스탭을 비롯한 백그라운드 관계자까지 모두 한 작품에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당당히 밝히며, 자랑스럽게 여긴다.

 영화인들은 그 영화의 관객수 등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평론가들의 평가는 어떨지 등 예측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을 쓰고 집착하기보다는, 지금 눈앞에 당장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한다. 단순한 집중을 넘어서 몰입한다. 물론 예상 관객수, 손익분기점 등을 계산하겠지만, 영화 메이킹 현장에서 이를 논하는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로 어마어마한 돈과 수고가 들어간다. 리스크가 있음에도 오랜 시간, 많은 돈, 수많은 품을 들여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자세. 결과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일단 눈앞에 주어진 과제에 말 그대로 최선을 다하는 자세. 이게 바로 ‘영화인의 자세’가 아닐까.



 이러한 영화인들의 자세를 보며 ‘참으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했기에 자기의 일에 있어 자부심을 느끼고, 그렇기에 더더욱 실력을 높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진정한 멋’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초보 브런치 작가로서, 이러한 자세야말로 지금의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스스로에게 ‘정말 최선을 다해서 글을 쓰고 있는가? 브런치 작가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질문해 본다. 이에 대한 대답은 결코 긍정적이지 못하다.

 사람마다 각각 작업량, 작업 시간은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들이고 있는 노력의 수준은, 결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의 그것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 브런치 작가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스스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심지어 글의 퀄리티를 높일 생각을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라이킷을 받을 수 있을까?‘, ’아 나도 응원을 받아보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와 같은 생각을 하며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않고 곁가지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한다. 또 이전 글에 달린 몇 개의 천사 댓글을 보며 ‘이 글은 지금 보니 괜찮네. 내가 이 정도의 글이라도 다시 쓸 수 있을까’ 걱정하며 시간만 축내기도 한다.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만약 본업에는 충실하지 않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이나 대외 행사에는 열심히 얼굴을 비추는 배우를 본다면, 내 입에서 좋은 소리가 나올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지금의 난 브런치 작가로서 정말 ‘멋이 없다.’




 남자들의 술자리는 술이 어느 정도 올라온 상태에서, 소위 ’천하제일 왕년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된다. ’내가 왕년에 말이야...’, ‘들어봐 그땐 내가 참 크...’로 시작하는 말들은 각자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 나갔던, 멋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테이블 위로 꺼내 올린다.

 나도 이럴 때 꼭 꺼내는 이야기가 있는데(놀랍게도 아직 30대 초반밖에 되지 않았다.), 바로 한 가지에 몰입했던 일이다. 그 몰입이 큰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자기 자랑대회에 참가작으로 꼽는 이유는 ’하나에 몰입해서 그것에 열심을 다했던 그 모습이 멋있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술자리에만, 과거에만 아득하게 묻어놓았던 그 모습으로 이제는 다시 돌아가야 할 시점이 되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의 반응과 결과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할 시간말이다. 그 시간들을 통해 브런치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립하고, 그 생각을 나의 입이 아닌 글을 통해서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글에 대한 자세와 글을 애정하는 마음, 실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깊어지는 와인처럼 깊어지길 바란다.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물음에 ’나 글 쓰고 있어! 한 번 읽어볼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 당연히 영화인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러한 자세를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영화인들의 인터뷰를 보며 이 글의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영화인들이 비교적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우리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소재로 잡았습니다.

 소재 선정에 있어서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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