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물든 흰 옷을 보며 느낀 점
“헉!”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건 세탁기에 문제가 생겼음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했다.
빨래가 끝난 후 세탁기 문을 열고 내용물을 확인했을 때였다. 분명 빨래를 돌리기 전에는 흰색이었던 티셔츠가 푸른색이 되어서 나온 것이다.
“아니 왜 색이 바뀌어서 나왔지?” 티셔츠를 꺼내고 세탁기통 안을 들여다보고 나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거 만약 엄마가 봤으면 등짝을 그대로 가격 당했을만한 일이다.
그랬다. 범인은 청바지였다. 세탁기통 안에 청바지가 버젓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다. 범인은 청바지와 흰 옷을 구분하지 않고 한 번에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돌린 나다.
흰색 옷은 따로 분리해서 빨래해야 한다고 셀 수 없이 들었건만.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정신을 버리지 못하고 섞이면 안 되는 친구들마저도 함께하도록 한 것이다.
흰 옷을 다른 색깔 옷과 분리해서 세탁해야 하는 이유는 ‘물들기 때문’이다. 흰 옷이 원하든 원치 않든.
따라서 흰 옷 본연의 색을 유지하고 싶거나 원치 않은 색으로 물들지 않기 위해서는 한 공간 안에 있으면 안 된다. 거리가 필요하다. 분리가 필요하다.
‘분리’는 빨래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도 필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흰 옷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좋은 영향이든 좋지 않은 영향이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것들에 더 쉽게, 더 많이 영향을 받으니까. 그것을 원하지 않아도. 흰 옷이 쉽게 물들듯이.
당신의 삶을 원치 않는 색으로 물들이는 것이 있는가? 당신을 당신답게, 당신의 온전한 색을 유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는가? 그것과 떨어져 보자. 거리를 둬보자. 흰 옷과 청바지처럼.
우리에겐 물들지 않을 권리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