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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Jun 06. 2022

30 May

30 May_acrylic and oil on linen_180x130cm_2021-22

허리춤 높이의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공사 중인 공원을 오른쪽으로 돌아서 어슬렁 걸었다. 마른 대기에 초록이 선연하게 배어들었다. 100미터쯤 걷다가 3면을 유리벽으로 둘러친 카페 알루마레에 들어갔다. 훅, 커피 향이 들숨을 타고 들어왔다.

천정의 에어컨 바람과 초여름 오후의 공기가 소용돌이라도 치듯 뒤섞였다. 코로나 때문에 활짝 열어젖혀 놓은 문으로 안과 밖이 넘실거렸다.


폰을 꺼내 그리기 시작했다. 짙은 나무 탁자 위에 두꺼운 뿔테 안경, 과자 접시, 찻잔과 찻주전자의 실루엣이 또렷했다. 마주 앉은 여인의 흰 마스크 너머로 오므리고 펴는 입모양이 선명했다. 원통 꽃병의 흰 꽃들이 소담스럽게 찰지다. 갓을 씌운 전등이 선녀가 타고 온 두레박처럼 다소곳하창밖의 처마가 노랗다. 오후 6시를 지나가는데 한낮처럼 아직 환했다. 커튼의 주름이 흰 나무줄기로 바뀌자 창이 녹색으로 깊어졌다.


카페의 안과 밖이 공존하면서 전에 느끼지 못한 활기가 가득했다. 그 속에 가만히 앉아있다 보니 고요한 중심을 향해 맹금류의 날개를 펴고 활강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불쑥 '~하는 사람' 연작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5.30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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