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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May 09. 2022

류장복 26번째 개인전, 아침

용미리에 봄_oil on linen_53x116.8cm_2022

아침 Morning / 류장복 26th 개인전 / 2022. 5. 18 수 ~ 6. 12 일 / 통인 갤러리 Tong-In Gallery (종로구 인사동길 32. 5F


아침..


반투명한 노란 꽃병에 꽃들이 짐짓 아무렇다. 아침 햇살에 흔들리는 꽃 그림자가 스티브 라이시의 음악을 타고 흐른다. 케이르스마커의 춤이 잇따른다. 무표정한 동작이 태엽이 풀린 듯 되풀이된다.


줄창 반복된다. 먹고 자고 일하고, 자고 일하고 먹고.. 전쟁 중에도 먹고 자는 일이 대부분이다. 단 하루 동안 혹은 몇 시간의 전투로 생사가 갈리기 전까지 반복된다. 전우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울음을 그치고 먹는다. 먹고 다시 울음을 이어간다. 일상이란 게 그렇다.

하루를 마치고 얼마간의 잠을 자고 나면 다시 해가 뜨고 또 하루가 시작된다. 매일 아침이 온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삶의 대부분이다. 일상은 지루하다.


가끔 사건이 튀어 오른다. 한 끼를 거르거나, 빙판길에 고꾸라지거나, 문득 쳐든 얼굴에 내려앉는 따스한 햇살을 눈부셔하며 한줄기 존재의 눈물을 흘리거나, 공사판 옆을 지나가다가 일꾼이 떨어뜨린 망치를 머리에 맞고 기절하거나.. 작고 큰 사건들이다. 그런 사건들의 나머지, 거대한 나머지가 일상이다.


매번 다른 아침을 궁리한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에 어제와의 이별이 있다. 아침은 사건이다. 볕이 쨍쨍한 날, 손갈퀴 사이로 흘러내리는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반짝거리는 아침을 눈 끔뻑거리며 찾아 나선다. 2022.4.11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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