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23 순백의 꽃잎을 지닌 백합의 존재감은 그 지독한 향기에 있었다. 백합 서너 송이가 뿜어낸 향기로 인해 열 평 남짓의 403호는 반나절 만에 가스실이 되었다. 며칠 작업실을 비웠다.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백합꽃은 왕성했다. 살펴보니 진즉에 꽃은 시들어 바닥에 나뒹굴었고 대신 그때 봉오리였던 것들이 피어있었다. 붓을 들고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까 활짝 핀 꽃이 다시 못 올 오늘에 충실하라 하고 땅에 떨어진 꽃이 오늘을 돌아보라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탁상시계가 새벽 2시를 가리킨다. 또 하루를 부른다.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