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동안

늦은 봄 대문 옆에 불두화와 철쭉꽃이 피고 지면

by 류장복
여름동안, oil on linen, 90.9x218.1cm, 2016-22



늦은 봄 대문 옆에 불두화와 철쭉꽃이 피고 지면, 여름이 온다.

한낮의 풀비린내가 코끝에 남실거리고 한밤의 풀벌레소리가 귀청을 간지럽히면, 여름의 복판으로 들어선다.

담장을 넘어온 뒷마당의 감나무가 무성한 잎을 나부끼면, 하늘에 솜사탕이 동동 떠다니고 땅바닥에 햇볕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비스듬한 오후의 햇살에 나뭇잎이 유난히 반짝거리면, 초가을의 긴 그림자 앞마당에 드리운다.

여름 가운데를 뚫고 온 화살이 겨울의 과녁을 맞히면, 잎을 다 떨군다. 새봄이 올 거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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