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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Jun 15. 2021

무의도 여행그림 03-1

갈라진 물길을 따라 실미도에 들어섰다.

무의도 여행그림 03-1


갈라진 물길을 따라 실미도에 들어섰다. 섬의 오른쪽 해변을 걸었다. 돌 투성이었다. 집체만 한 암석이 기기묘묘한 형상으로 여기저기 놓였다. 그 사이를 자갈이라 부르기가 주저되는 돌들이 메웠다. 작거나 크거나 모든 돌의 모서리가 동글동글했다. 바닷물에 씻긴 흔적이 틀림없는데 자태가 한결같이 순종적이지 않았다. 참 별난 꼴이었다. 자연의 손길이 인공을 흉내 내어 빚어낸 것 같았다.

 

먼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큰 바위에 누웠다. 바위의 표면이 까슬했다. 풍상을 맞은 뱃사람의 거친 살 거죽을 닮았다. 얼마간 바닷바람의 시원함과 여름 햇볕의 뜨거움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스케치북을 폈다. 백사장이라곤 초승달만큼 가늘고 돌밭이 섬의 가장자리를 널따랗게 둘러치고 있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음이 역력했다. 사람의 손이 미치기도 어려웠겠다.

돌은 말라붙은 죽음 덩어리였다. 거칠한 표면에 맨살이 갈리기라도 하면.. 절로 살갗이 움츠러들었다. 돌마다 깊게 파인 주름을 갖고 있었다. 외부의 적에게 난도를 당한 것처럼 갈라졌다. 낯선 자연이었다.

한낮의 해는 모든 걸 하얗게 태웠다. 늙은 어부의 흰 수염에 달라붙은 달밤의 역광처럼 허연 갑각류의 잔해를 두른 돌의 표면에 빛의 서리가 내린 듯했다. 륮

6.11 13:01 실미도, chalk on paper, 41x31cm,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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