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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Aug 16. 2021

무의도 여행그림 03-2

물때를 앞두고 일찌감치 섬을 나왔다.

6.11 13:56, chalk and brush-pen on paper, 31x42cm, 2021


물때를 앞두고 일찌감치 섬을 나왔다. 비탈진 백사장 끄트머리에 앉아 너른 갯벌을 굽어보았다. 만 크기의 바다가 전부 갯벌이었다. 종이를 펴고 초크를 꺼내 더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갯벌이 부단히 살아 움직거린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조금 전에 눈으로 지나왔던 물길이 더 가는 물길로 분산되었고 종내는 아예 사라졌다. 술래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고 돌아보았을 때처럼 소리 소문 없이 계속 바뀌었다. 그러면 그러는 대로 초크도 따라다녔다.

얼마쯤 지났을까, 어디선가 도란도란 재잘재잘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아! 저만치 발밑에 어린아이의 흰 이빨과 같은 거품을 물고 가느다랗게 물결이 일렁였다. 어느새 물이 다 들어찼다. 놀라웠다. 백사장은 가팔랐고 갯벌은 완만했다. 평지에 가까운 갯벌을 순식간에 차 들어오는 만조의 시간이 경이로웠다.


<눈앞의 풍광을 두고 여러 장 그릴 수 있고 고개를 돌려 다른 각도의 장면을 그릴 수 있다. 또 이미 그린 그림을 보고 그릴 수도 있다. 실제 대상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미지를 시각 대상으로 삼아 그린다. 즉 '그림그림'이다. 그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그림그림'은 현장을 떠난 후반 작업에 속한다.


흐름, 디테일, 파격 세 단계를 '그림의 순서'로 따른다. 구속은 더 큰 자유를 위함이다.

먼저, 흐름은 질서다. 명과 암, 저명도와 고명도로 구분한다. 디테일은 세부묘사다. 시각정보를 늘려 긴장감의 밀도를 더해간다. 마지막으로 파격은 거스름이다. 전체의 질서를 뒤엎지 않는 수준의 거스름이다. 안정적인 지루함을 버리고 신선한 새로움을 얻기 위해서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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