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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Aug 16. 2021

무의도 여행그림 04

아침 7시,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6.12 09:27, chalk on paper, 41x31cm, 2021


무의도 여행그림 04


아침 7시,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섬을 왼쪽으로 돌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국사봉 식당 앞 도로의 난간에 걸터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제 거무튀튀한 갯벌 여기저기 누워있던 배들이 거짓말처럼 오뚝 일어났다. 물들어 왔을 때 노 저으란 말이 절로 체감되었다.

끼룩, 갈매기가 반겼다. 고양이도 눈에 띄었다. 생선 말리는 선반이 백사장에 설치되어 있었다. 코앞에서 찰방 대던 물결이 그새 저만치 물러갔다. 떠나지 못한 배는 다시 몸을 뉘었고 물러가는 큰 물줄기를 가는 물줄기가 따라나섰다. 갯벌이 다시 드러났다. 물기를 머금은 갯벌은 매끈했고 반짝거렸다. 융기하는 아침의 기운이 느껴졌다. 사방팔방으로 빛을 발하는 썰물의 아침 바다는 찬란했다. 한 무리의 갈매기떼가 풍광을 가로지른 후 먼바다는 신기루처럼 빛의 한가운데로 사라졌다.


새 종이를 꺼냈다. 오롯한 아침의 기운을 좇아 초크를 휘둘렀다. 갈매기의 날갯짓을 짐짓 흉내 내어 공중을 휘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그닥딱 바그르르.. 자연의 소리에 끼어들지 못한 등뒤의 자동차 바퀴소리에 화들짝 깼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태양열에 녹아내리기 전에 먼저 문명의 화살에 맞아 추락하는구나.


체크아웃 후 주말의 행락 차량을 거슬러 돌아왔다. 다 자란 섬의 여름을 뒤꽁무니에 매달고 왔는지 후덥지근했지만 집은 아늑했다.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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