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방에서_Disital drawing with ArtSet_42x59.4cm_2025
25.12.31
겨울,
차고 맑은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실 때마다 코끝에서 혀뿌리까지 오래된 기억이 풍겨나 멈칫거린다. 쨍하고 깨질 듯한 새파란 겨울하늘이 눈에 가깝고 포근하게 붉은 살색 숲에 부끄러운 햇살이 따사롭다. 검은 책, 검은 나무.. 지지향 검은 방의 작은 서가를 뒤적거린다. 소설가의 마음을 헤아린다. 책으로, 나무로 가 닿은 검은이란 수식이 실어 나르는 무언가를 생각한다. 좋은가, 나쁜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건가. 좋고 나쁨으로 재단할 수 없나...... 검다, 관념으로 칠해진 깜장은 표면의 색이다. 깜장이 아닌 것과 구별하기 위해 분류해 놓고 이름을 붙인. 검다, 검을 현처럼 검은 시공간의 색일 수 있다. 언어화된 검은색이 아니라 우주적인 막막함이 흐르는 허공의 색. 검다, 기억의 공간일 수도 있겠다. 기억들이 얽히고설켜 어디론가 몰아가는 사념의 검정. 그 검정이 겨울을 닮았다. 겨울 검정이 스민 창에 유령처럼 나타난 네가...... 있고, 없다.. 나는 나고 너는 내가 아니다. 있다가 없고 없다가 생긴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태어난다. 이미 있고 아직 없지 않다.. 이미 태어나 아직 죽지 않았다. 여기 있고 거기 없다.. 지금 여기 나는 나의 한 조각으로 있다. 거기 있고 여기 없다.. 나는 너희들의 반사체다. 없는데, 있다.. 나는 빚어진 허공이다. 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