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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Jan 04. 2022

내가살앗든고향집 , 류해윤 | 어릴 적 이야기 1

아버지는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1,000여 호를 이루고 사는, 경남

류해윤_내가살앗든고향집_종이에 아크릴 물감_50x65cm_2004


[아버지는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1,000여 호를 이루고 사는, 경남 합천군 묘산면 광산리 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종갓집 둘째 아들로 태어난 당신은 전쟁이 발발하기까지 20여 년을 살며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사계절을 보냈다. 고향은 생생한 기억이 구석구석 묻어있는 곳으로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는 보금자리다.


완만하게 비탈진 마을의 한가운데 먼데 앞산을 바라보고 있는 종갓집은 몇 채 안 되는 기와집이다. 본채에 큰 부엌과 안방, 건넌방이 있다. 왼쪽으로 마당을 안고 있는 사랑채에 솟을대문이 있고 옆으로 할아버지가 기거하는 사랑방이 있으며 쬐그만 못방이 붙어 있다. 다시 오른쪽으로 마당을 안고 있는 마구간에 누렁소가 새끼 송아지와 함께 살고 있고, 방아 찍는 절구통, 곡물창고가 있으며 뒤쪽 후미진 곳에 똥장군 항아리가 묻혀 있다. 큰 부엌과 마구간 사이에 우물이 있고 장독대가 있다. 건넌방과 못방 사이에도 장독대가 있고 닭장이 있으며 장작이나 가마때기 등이 쌓여 있다. 본채 앞으로 나지막한 기와담장이 ㅁ자를 이루며 앞산의 아랫단을 떠받치고 있다. 사랑채 앞에 큰 감나무가 있고 돼지 마구가 있다. 굵은 대나무로 엮어놓은 계단을 올라가 똥을 누면 까만 똥돼지 서너네댓 마리가 몰려와 쩍쩍 받아먹는다.


국민학교 시절 여름, 겨울방학이 되면 당시 서울의 우리집에서 고명상고를 다니고 있었던 종손, 사촌 큰형과 함께 시골 고향집에 내려가 방학 내내 살았다. 한여름과, 한겨울의 농촌 생활이 재밌었다. 먹거리도 많았고 놀거리도 많았다. 아버지는 이 집을 참 많이 그렸다. 어림잡아 수백 장은 족히 된다. 1.4 륮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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